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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타자 피에' 과연 효율적 전략일까

정철우 기자I 2014.06.26 11:13:13
피에.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현재 한화 5번타자는 주로 외국인 선수 펠릭스 피에가 맡고 있다. 피에는 나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타율은 3할2푼8리로 준수하고 47타점으로 팀 내 2위(1위 김태균.53타점)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피에가 5번타자, 보다 구체적으로 한화의 5번 타자로 적합한 선수인지에 대해선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과연 피에가 5번 타자로 나서는 것이 한화 득점력을 끌어올리는데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일까?

피에는 공.수.주 3가지 부문 중 공격과 주루에 장점을 가진 선수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주루가 좀 더 무게감이 쏠린다. 김응용 한화 감독은 “피에의 타율은 좋지만 찬스에선 썩 강하지 못하다”고 말한 바 있다. 팀 내 타점 2위가 들을 말은 아닌 듯 싶지만 세부 성적을 보면 이해가 아주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피에는 장타력이 빼어난 선수는 아니다. 외국인 타자 중 가장 적은 4개의 홈런을 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피에의 장타율을 4할6푼3리다. 전체 32위에 불과하다. 규정 타석을 채운 외국인 타자 중 그 보다 장타율이 떨어지는 선수는 LG 조쉬벨(.433.39위) 뿐이다.

테이블 세터 중에서도 서건창(.543) 민병헌(.541) 신종길(.486) 등은 피에 보다 장타율이 높다.

그러다보니 한화의 타순별 성적에선 다소 어울리지 않는 기록이 있다. 5번 타순의 장타율은 4할2푼9리로 낮지만 6번은 5할9리로 수준급이다.

주목할 것은 그의 앞에 배치된 선수다. 피에 앞엔 김태균이 있다.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 이지만 리그에서 손 꼽히는 느린 발의 선수다.

최근 김태균의 장타력은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그 역시 단타 비율이 적지 않은 선수다. 또 눈 야구에도 강해 볼넷도 많이 얻어낸다. 1루 베이스 위에서 피에를 맞이할 비율이 그만큼 높다.

문제는 다음 타석에 들어서는 피에 역시 단타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연속 안타가 나와도 1,2루에 그치는 경우가 많게 된다는 의미다. 점수를 뽑으려면 안타가 하나 더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야구에서 세 명의 선수가 나란히 좋은 결과를 내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제 김태균이 1루에 있을 때 피에의 단타가 나오면 1,3루가 될 확률은 크게 떨어진다.<표 참조>

자료제공=베이스볼S
지금까지 총 11번의 상황이 나왔는데 김태균이 3루로 간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피에는 모두가 알다시피 좌타자다. 좌타자의 안타는 아무래도 중견수를 중심으로 우측으로 향하는 것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피에의 안타는 우측이 많은데 김태균은 3루로 가지 못하는 건 어디까지나 발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김태균은 첫 번째 상황에서 3루로 가다 아웃된 바 있다.

김태균이 2루주자인 1,2루 상황에서 피에의 빠른 발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김태균이 2루에 있을 때 피에의 단타가 나왔을 때도 득점 비율은 제로다. 두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모두 3루까지 가는데 그쳤다.

그동안 김태균은 보호가 필요한 선수였다. 4번 타자로서 부담감이 너무 컸던 탓이다. 그 뒤에 만만히 볼 수 없는 선수를 배치하는 것이 그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었다.

하지만 최근 페이스는 다르다. 김태균은 장타력이 회복되며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더 이상은 그를 위해 타순을 짤 필요성이 사라졌다 해도 무방하다. 완전히 자신의 페이스를 찾았다.

그렇다면 한화 역시 변화를 줘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김태균의 뒤를 든든히 하는 것 보다 그의 앞에 한 명이라도 더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를 빠른 발로 흔들어 놓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용규 정근우 피에로 이어지는 1,2,3 라인이 구성된다면 한화는 9개 구단 최강의 ‘테이블세터진+’를 갖게 된다. 리그를 대표할 만한 빠른 발의 선수들이 잇달아 나서는 것 만으로도 상대팀은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그들이 김태균 앞에 나간다는 건 더욱 그렇다. 여기에 최근 타격감만 놓고 보면 한화엔 리그 최고 수준 타자인 김경언이 있다.

한화는 투수력이 강한 팀이 아니다. 점수를 낼 수 있을 때 한 점이라도 더 뽑아놓아야 이길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는 전형적인 팀이다. 지금 라인업이 과연 최상의 조합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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