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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 자신감 먼저 심어주는 형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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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우 기자I 2015.05.14 10:36:26
사진=KIA 타이거즈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김기태 KIA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취재 온 기자들을 수시로 운동장 밖으로 불렀다. 비흡연기자에게도 “담배나 한 대 피우자”며 그라운드 밖으로 시선을 유도하곤 했다.

왜 그랬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전력 노출을 꺼려서? 그런 스타일의 감독은 아니다. 김 감독은 LG 감독 시절, 플레이오프를 앞둔 연습 경기도 취재진에 개방한 바 있다. 뭔가 숨기고픈 것이 있어서는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과 오래 인연을 이어 온 한 야구인은 이런 해석을 내놓았다.

“아마도 괜히 선수들의 모자란 부분을 보고 기사화 될까봐 걱정했을 수 있다. 아직 배울 것이 많은 선수들이 대부분인 만큼 즐겁고 집중력 있게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외부의 시선이 있으면 아무래도 실수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맘 놓고 준비할 수 있도록 선수들을 배려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랬다. KIA는 가진 것 보다 가지지 못한 것이 더 많은 팀이었다. 야구에서 포수와 2루수,유격수, 중견수는 센터 라인이라고 불린다. 수비의 핵심이 되는 라인이라는 뜻이다. 헌데 KIA는 지난해까지 주전있던 센터라인이 모두 바뀌었다. 군 입대와 신생팀 지원 등으로 빠져버렸다. 전해 새로운 판을 짜야 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부상 선수도 많았다. 전력의 절반 이상이 온통 물음표였다.

김 감독은 당황하지 않았다. 할 수 있다고 했다. 주위에서 뭐라고 하건 선수들에겐 “우리도 충분히 좋은 팀”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김 감독이 KIA를 맡고 가장 많이 한 말은 “아니, 우리 선수들도 다 평생 야구만 해 온 선수들입니다. 공 오면 받고 잡고 던질 수 있습니다. 왜 자꾸 안된다고 먼저 하십니까”였다. 안되는 걸 엄하게 고치게 하는 김성근 감독이나, 시스템 안에서 자율적인 경쟁을 유도하는 류중일 감독과는 또 달랐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만큼 선수들이 가진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팀을 이끌었다.

변화는 충분히 감지됐다. 먼저 하겠다고 의지를 보이는 선수들이 하나 둘 씩 생겨났다. 그 성과의 크고 작음을 떠나, 스스로 하겠다는 마음을 먹게되었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 KIA는 다른 것은 몰라도 분위기에 있어서만은 가장 첫 손 꼽히는 팀이 됐다.

그렇다고 김 감독이 큰 그림만 그리고 등만 두드려주는 감독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는 매우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지도자이며, 많은 것을 맡긴 만큼 그만큼의 책임을 요구하기도 한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훈련이나 이동 스케줄 중 일부를 선수들에게 맡긴다. 고참급 선수들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본인이 쉬고 싶은 날이면 쉬어도 되는 경우도 있다. 또 이동 시간이나 방법을 정하는 것도 선수들이 직접 하도록 유도한다.

“프로 선수들이 고등학교 선수들 처럼 스케줄을 정해주길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작은 부분이지만 책임감을 가져 달라는 의미에서 시도하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스스로를 준비하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엄한 벌이 내려진다. 팀이 필요하다고 해서 정해진 룰을 지키지 않은 선수들 당겨 쓰는 일은 드물다. 큰 형님은 때론 그 어떤 존재보다 무섭고 엄한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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