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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PIFF 리뷰]`산사나무 아래` 초심으로 돌아간 거장의 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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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 기자I 2010.10.07 17: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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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장이모우 감독의 `산사나무 아래`

▲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산사나무 아래`(사진=PIFF)

[부산=이데일리 SPN 김용운 기자]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산사나무 아래`는 장이모우 감독의 초심이 빚어낸 작품이다. 최근 작품에서 보여줬던 거대 서사를 버리고 남녀의 담백하고 안타까운 첫사랑을 통해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1987년 `붉은 수수밭`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금곰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은 장이모우 감독은 이후 `귀주 이야기`, `홍등`, `인생`, `책상 서랍 속의 동화`,`집으로 가는 길`등의 영화를 통해 중국의 대표적인 감독으로 인정받았다. 리얼리즘 관점에서 중국 인민들의 질박한 삶을 담아낸 그의 작품들은 관객의 정서를 울리는 힘이 있어서다.

그러나 장이모우 감독은 2002년 `영웅`을 시작으로 `인연 `,`황후화`등 이른바 중국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이른바 무협 블록버스터를 만들며 평가가 갈리기 시작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경쟁을 염두에 둔 듯했던 그의 무협 블록버스터는 80년대와 90년대 장이모우 감독이 보여줬던 영화들과는 전혀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장이모우 감독은 작품의 내적인 치밀함을 토대로 환상이 없는 현실을 직시했다. 그 현실에는 늘 희로애락에 울고 웃는 인간들의 원형이 존재했다. 하지만 장이모우 감독이 스타일이나 스케일에 집중하는 블록버스터를 선보이자 그의 초기작을 좋아했던 관객과 평단에서는 그가 작가정신을 버렸다고 비판했다. 관객에게 흥미와 눈요기를 주지만 여운과 감동을 주는 역할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산사나무 아래`는 장이모우 감독이 자신의 이른바 `변절`논란을 염두에 두고 작심한 듯 만든 작품이다. 중국 문화혁명 시대를 배경으로 십 대 후반의 소녀 징치우와 이십대 초반의 청년 라오산의 짧은 사랑을 담은 `산사나무 아래`는 영화의 스토리나 화면이 매우 담백하다.

즉 `영웅`이나 `황후화`,`인연`등의 작품과는 딴 판으로 스케일이나 스타일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대신 장이모우 감독은 그의 장기였던 신인 배우들의 신선한 얼굴을 통해 순수한 첫사랑의 감정을 화면으로 끌어낸다. 선한 인상의 라오산(저우동위 분)과 손만 잡으면 아이가 생기는 줄 아는 소녀 징치우(두오샤우 분)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은 닳고 닳은 연예가 판을 치는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진부하고 답답하다.

그렇지만 그저 함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아무런 근심 없이 웃을 수 있는 라오산과 징치우의 모습을 보면 남녀 간의 첫사랑은 저잣거리의 흔한 일이 아니라 평생 한 번만 주어지는 삶의 축복임을 다시 상기하게 된다. 장이모우 감독은 자신이 처음 영화를 만들었을 때의 초심을 복기하는 듯 기교를 부리지 않은 영상과 롱테이크로 두 남녀의 섬세한 떨림에 운율을 주며 영화를 이끌어 간다. 덕분에 영화의 결말이 뻔히 보이지만 지루하지 않다.

‘산사나무 아래`는 결국 장이모우 감독의 자신의 초심을 버리지 않았다는 증거이며 또한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아날로그 시대의 첫사랑에 대한 장이모우 감독의 송가다. 이 모든 것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오염되지 않은 `순수`다. 순수에 직면하면 사람들은 때 묻은 자신을 되돌아보거나 이를 무시한다.

장이모우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마주친 순수함을 외면하거나 무시하지 못하도록 거장다운 능숙함을 발휘했다. 거장이 다시 꺼내 든 초심을 보는 것은 그래서 반가웠다. 게다가 장이모우 감독은 순수함을 표현할 때 동반되는 유치함을 적절히 덜어내는 세련되고 담담한 모습 역시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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