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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연예인 잇단 자살, 보수적 한국사회에 대한 경고인가

유숙 기자I 2008.10.08 18:18:22
▲ 故 최진실, 장채원 씨, 김지후(왼쪽부터)

[이데일리 SPN 유숙기자]故 최진실, 장채원, 김지후까지. 10월 들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은 모두 사회적 편견과 벽에 맞서던 사람들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진실은 이혼녀이자 싱글맘으로, 장채원은 트랜스젠더로, 김지후는 동성애자로 생전 세상의 차가운 시선을 받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물론 최진실은 안재환 사채 연관설로 괴로워했고, 장채원은 이성문제를 비관해왔으며, 김지후는 평소 연예 활동이 잘 풀리지 않아 부담을 느껴온 사실이 측근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기는 했다. 일부 사람들은 사망 전 이들에게 쏟아진 악플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혹자는 이들이 모두 사회 소수자였다는 점을 들어 보수적인 한국사회의 병폐를 드러낸, 그 속에서 이들이 겪어온 고통의 크기를 말해주는 사건이라 말하기도 한다. 
 
최진실은 지난 2002년 말 남편이었던 조성민과 별거, 1년 반 가량 이혼과 관련 법적공방을 벌이며 뚜렷한 활동 없이 지냈다. 당시만 해도 우리 사회는 현재보다 훨씬 더 보수적이었던 터라 부부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진실이 연기 활동을 하는 것은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최진실은 2004년 8월 조성민에게 폭행 당하는 사건을 겪은 지 한 달 후인 그해 9월 협의 이혼을 결정했다. 최진실은 폭행 사건의 피해자였으나 '이혼과 폭행'이라는 단어는 여배우의 이미지에 치명적이었고 이후 2005년 KBS 2TV 드라마 ‘장밋빛 인생’에서 열연을 펼치며 재기에 성공하기 전까지 숨죽인 채 살아와야 했다.

조성민과 이혼한 최진실은 호주제 폐지 후인 지난 5월 두 자녀의 성을 자신의 성을 따라 최 씨로 변경하며 ‘당당한 싱글맘’으로 거듭나며 ‘이혼녀’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깨려 노력했으나 이혼 이후 우울증을 겪는 등 아픔을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속으로 삭여야 했던 사실이 사망 후 측근들의 진술을 통해 드러났다.

자살 소식이 뒤늦게 알려진 장채원 씨와 김지후도 사회적 약자인 성적 소수자로서 고통 받아야 했던 이들이다. 각각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였던 두 사람은 아직도 성적 소수자들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우리 사회에서 힘겹게 살아왔다.

이들은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개하며 용기 있게 행동했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의 비난과 질시를 받아야 했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모욕적인 언행도 감수해야 했다.

김지후는 연예인이 되고자 했지만 당당히 커밍아웃 한 이후 전속 계약이 무산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확언할 수는 없지만 장채원 씨 역시 트랜스젠더였기에 보통 여자들처럼 평범한 사랑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세 사람은 이미 우리 곁을 떠났다. 하지만 사회의 편견에 맞서거나 혹은 사회 속에서 그저 평범하게 살기를 원했던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현재의 우리를 돌아보게 하고, 변하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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