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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두산 투수 김명제(21)이 '만년 유망주' 딱지를 한꺼풀 더 벗겨냈다.
김명제는 10일 잠실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5.2이닝동안 4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5피안타 3볼넷 2실점(1자책)으로 호투,시즌 첫 승을 따냈다.
이날 김명제가 기록한 최고 구속은 151km. 1회부터 시원하고 묵직한 공을 뿌려대며 힘을 뽐냈다.
그러나 빠른 스피드 보다 더 소중한 것을 보여준 경기였다. 위기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든든함이 그것이었다.
지난해까지 김명제는 좋은 구위를 갖고도 마운드에서 자신을 컨트롤 하지 못해 스스로 무너지는 경기들이 많았다.
매년 "흔들리지 않고 자신감 있게 해보겠다"고 다짐했지만 매번 공염불에 그쳤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백미는 4-1로 앞선 5회의 승부. 잘 나가던 김명제는 1사 후 김민재와 추승우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한 뒤 이여상에게 우익 선상쪽 안타를 맞았다. 한화의 본헤드 플레이로 이여상이 2루까지 가지 못하고 태그 아웃 되지 않았다면 실점까지 할 상황이었다.
타석엔 전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낸 클락. 김명제는 볼 카운트 0-2가 되자 클락을 거르고 김태균과 승부를 택했다.
4번 타자와 겨뤄보겠다는 것은 보통 배짱이 아니라면 택할 수 없는 선택. 김명제는 지난해 김태균을 상대로 4타수 무안타 2탈삼진을 기록했지만 사사구를 3개나 내준 바 있다. 기에서 눌리는 경우도 많았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날 김명제는 당당했다. 초구부터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낸 뒤 2구째도 힘으로 밀어붙여 3루 땅볼로 솎아냈다.
김명제는 "예전 상대 전적 같은 건 생각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처음부터 어설픈 변화구 승부는 할 마음이 없었다. 상대도 내 직구를 노린다는 생각은 했지만 내가 제일 잘 던질 수 있는 공으로 승부했고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년까지만 해도 안타 맞으면 얼굴 표정부터 달라졌었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며 "점수를 줄 때는 줘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마운드에 서고 있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잘 먹히고 있다. 팀에 항상 힘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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