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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스 왼손투수 손주영은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3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바람이 100% 이뤄지진 않았다. 하지만 구원투수로서 최고의 역투를 펼치면서 팀을 구해냈다.
손주영은 8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 준PO 3차전에 선발 최원태에 이어 3회말 2사 후 등판해 5⅓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는 놀라운 역투를 펼쳤다.
LG는 선발 최원태가 3이닝도 못 채우고 일찍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손주영이 긴 이닝을 소화한 덕에 6-5로 역전승을 거두고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나갔다. 역대 5전 3선승제 준PO에서 1승 1패로 맞선 가운데 3차전을 이긴 팀은 모두 PO에 진출했다.
이날 손주영의 등판은 예고된 것이었다. 그는 준PO 1, 2차전에서도 불펜에서 대기했지만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날 염경엽 감독은 최원태와 손주영을 ‘1+1’으로 운영할 것이라 예고한 상태였다.
하지만 예상보다 손주영의 등판 시기는 빨랐다. 최원태가 계속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자 염경엽 감독은 2-2로 맞선 3회말 2사 1, 2루 상황에서 손주영을 마운드에 올렸다.
손주영은 첫 타자 김상수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최원태가 남긴 책임주자의 득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새 이닝으로 들어가자 본격적으로 진가가 발휘됐다. 최고 구속 149km에 이르는 강력한 포심패스트볼로 KT 타자들을 압도했다.
삼진 2개 포함, 4회말을 삼자범퇴로 처리한 데 이어 5회말도 세 타자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6회말 1사 후 황재균에게 중전 안타를 내준 것을 제외하고 8회말까지 KT 타자들을 잇달아 범타 처리했다. 17타자를 상대로 16개 아웃카운트를 잡으면서 삼진을 7개나 빼앗았다.
64개 공을 던진 손주영은 9회에도 나와 경기를 끝낼 힘이 남아 있었지만 마무리 유영찬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이날 투구를 마쳤다. 손주영이 이닝을 끝내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올 때마다 LG 팬들은 큰 함성과 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손주영은 올해 선수 인생의 꽃을 활짝 피웠다. 2017년 2차 1라운드 2순위로 LG에 입단한 지 8년 차가 된 올해 드디어 팀의 주축 선발로 발돋움했다. 정규시즌 28경기(27선발)에 등판해 9승 10패 평균자책점 3.79를 올렸다. 144⅓이닝을 던져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이닝(144이닝)을 채웠다. 10승은 아깝게 놓쳤지만 평균자책점 전체 8위, 토종 투수 중 2위에 자리했다.
올 시즌 불안한 불펜 때문에 고전한 LG는 준PO가 시작되자 정규시즌 때 선발로 활약한 에르난데스와 손주영을 불펜으로 돌렸다. 에르난데스는 이미 1차전과 2차전에 연속으로 나와 3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염경엽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에르난데스가 나오지 않을 확률이 99%”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날 손주영의 어깨는 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손주영은 염경엽 감독과 팬들의 기대를 100% 충족시켰다. 경기 중반 이후를 긴 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진 덕분에 LG는 귀중한 1승을 추가했다. 염경엽 감독도 “손주영이 오늘 승리에 최고의 활약을 했다”며 “완벽한 피칭을 했고, 승리 발판을 만들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애초 손주영은 LG가 준PO를 통과해 PO에 진출한다면 다시 선발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퍼포먼스를 볼 때 염경엽 감독이 앞으로 가을야구에서 ‘손주영 불펜’ 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염경엽 감독은 일단 “준PO까지는 선발 3명으로 해도 되는데, PO부터는 4명을 쓸 것이다”며 “손주영은 PO에 가면 선발로 나간다“고 밝혔다.
이날 데일리 MVP에 선정돼 상금 100만원을 받은 손주영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며 “포스트시즌 등판은 처음이지만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옆에서 지켜봐서 크게 긴장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KT 상대 정규시즌 성적은 나빴지만 그래도 내 공을 믿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