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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 "'응팔' 보며 짝사랑 감성 이해, 실제론 직진남" [인터뷰]

김현식 기자I 2021.05.26 18:00:00

새 EP '다섯 마디' 발라드곡 5곡 수록
타이틀곡 '친구, 그 오랜시간'
아이유 작사·작곡 수록곡도
"꼭 필요한 목소리로 여겨지고파"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으레 때가 되어서 내는 앨범이 아닌 좋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새 EP(미니앨범)를 들고 돌아온 가수 정승환의 말이다. 정승환은 26일 타이틀곡 ‘친구, 그 오랜시간’을 포함해 총 5곡을 담은 EP ‘다섯 마디’를 발매한다. 2019년 4월 EP ‘안녕, 나의 우주’를 선보인 이후 2년여 만에 내놓는 앨범 단위 결과물이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소속사 안테나 사옥에서 만난 정승환은 “팬들도, 저도 오랜 시간 기다렸던 앨범”이라면서 “많은 분이 플레이리스트에 오래 간직하는 앨범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싱글과 달리 앨범은 주요 이력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새 앨범에 대한 갈피를 제대로 잡지 못하다가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녹음 작업에 들어간 끝에 5곡을 담은 EP를 완성했어요.”

정승환은 앨범 전곡을 발라드 장르의 곡으로 채웠다.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시즌4에서 준우승 한 뒤 ‘너였다면’, ‘이 바보야’, ‘눈사람’ 등 발라드 장르의 곡들로 사랑받으며 ‘발라드 세손’이란 수식어를 얻은 가수다운 선택이다.

“새 앨범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가장 먼저 떠올린 키워드가 ‘백 투 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이었어요. 그렇게 연차가 쌓인 가수는 아니지만 가장 잘하는 장르의 음악으로 제 색깔을 다시 한번 확실히 해줘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통 발라드곡들로 승부수를 띄워보자는 결론을 내게 됐어요.”

정승환은 새 앨범 작업 계기를 설명하면서 2016년 11월에 낸 EP ‘목소리’를 거론했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목소리’를 포함한 전곡을 발라드 장르 곡들로 채워 리스너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앨범이다.

“목소리로 설명이 되는 가수가 되고 싶어서 만들었던 앨범이 ‘목소리’였어요. 어떻게 보면 이번 앨범은 ‘목소리’를 오마주한 앨범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발매 시점이 발라드 하면 떠오르는 가을, 겨울 시즌이 아닌 여름이지만 좋은 음악은 계절을 타지 않기도 하고 봄, 여름 정서와 맞닿아 있는 앨범이라 지금 시기에 선보이게 됐고요.”

앨범 참여 라인업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소속사 안테나를 이끄는 유희열을 비롯해 권순관(노리플라이), 정승환(멜로망스), 아이유, 김이나, 서동환, 헨 등이 앨범 작업에 참여했다. 타이틀곡 ‘친구, 그 오랜시간’은 정승환이 서동환과 작곡을, 유희열, 김이나와 작사를 함께한 곡이다.

“‘친구, 그 오랜시간’의 경우 앨범 수록곡 중 가장 마지막에 만들어진 곡이에요. 곡이 완성될 때쯤 저도, 회사도 ‘이 곡이 타이틀곡이다’ 하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 곡이죠.”

‘친구, 그 오랜시간’은 어느 순간 깨닫게 된 오랜 친구를 향한 특별한 마음을 노래한 풋풋한 고백송이다. 정승환은 드라마 ‘응답하라1988’에서 정환(류준열) 오랜 친구인 덕선(혜리)에게 고백하는 장면을 수차례 돌려보면서 곡의 감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녹음 작업 당시를 돌아봤다. 자신은 노래 속 화자와 달리 말을 못하고 끙끙 앓는 스타일이 아닌 ‘직진남’에 가까워서 감정에 이입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매개물이 필요했단다.

“‘응답하라1988’에서 류준열씨가 연기한 캐릭터를 보면서 정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어요. 고백하는 장면을 계속해서 돌려본 게 노래를 하는 데 있어 너무나도 좋은 불씨가 됐죠. (미소). 많은 분이 겪었을 법한 상황을 다룬 곡인 만큼 어렵지 않다고 느껴지는 노래였으면 해요.”

정승환은 ‘친구, 그 오랜시간’을 뮤직비디오와 함께 보면 더 좋은 노래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직접 뮤직비디오 남자 주인공을 맡아 연기 재능을 뽐냈다는 점을 강조하며 연기력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노래 가사에 담은 스토리에 힘을 실어주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했어요. 발라드곡이 왜 푸른 계절에 나와야 했는가에 대한 설득력을 주는 뮤직비디오이기도 한 만큼 꼭 같이 봐주셨으면 해요. 스스로 새로운 재능은 발견했다고 느꼈을 만큼 깜짝 놀랄만한 연기를 펼쳤으니 주인공을 맡은 저에게도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하고요. (웃음).”

크레딧을 살펴봤을 때 타이틀곡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곡은 아이유가 작사, 작곡한 ‘러브레터’다. 애초 이 곡은 아이유가 음악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만 선보인 미발표 곡이었다.

“방송을 보고 노래가 너무 좋아서 커버 영상을 찍어 SNS에 올린 적이 있어요. 그 이후 아이유 선배님이 문자로 ‘승환씨가 불러보면 어때요?’라는 제안을 해주셨고요. 제 입장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기에 냉큼 하겠다고 했죠. (웃음). 아마 유희열 대표님이 아이유 선배님에게 제 커버 영상을 소개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 것 같아요. SNS상에서 제가 일방적으로 아이유 선배님을 팔로우하고 있는 입장이거든요. 하하.”

앨범 외적으로 이목을 끄는 지점은 성시경과 컴백 시기가 겹친다는 점이다. 성시경은 지난 21일 정규 8집 ‘ㅅ’(시옷)을 발매했다. ‘발라드 세손’으로 불리는 차세대 발라더와 발라더 하면 떠오르는 가수가 동시기 새 앨범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리스너들의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쯤 (성)시경이 형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드렸는데 5월 발매를 목표로 앨범을 준비하고 계신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5월에 낼 것 같다고 하니 ‘같이 잘해보자’는 말씀을 하셨고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발라드 장르의 곡들로만 앨범을 채운다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러던 중 연락하게 된 시경이 형이 새삼 대단하신 분이라고 느끼기도 했죠. 저도, 시경이 형도 컴백하는 만큼 발라드가 사랑받는 시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정승환 발라드’의 강점으로는 ‘절제미가 있는 발라드’라는 점을 꼽았다.

“저 같은 경우는 극강의 고음으로 승부하는 발라더는 아니에요. 오히려 발라드는 힘을 뺐을 때 더 슬프게 들리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고요. 과하지도,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은 발라드 곡을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이 세상에서 발라드를 가장 발라드를 잘 부르는 사람은 이소라 선배님이라고 생각해요. 자주 찾지는 않더라도 꼭 한 번쯤 필요해지는 목소리랄까. 선배님의 그런 지점을 닮고 싶고 저 역시 꼭 많은 분에게 꼭 필요한 목소리로 여겨졌으면 해요.”

‘다섯 마디’는 정승환이 데뷔 이후 처음으로 프로듀싱에 참여한 참여한 앨범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2막을 연다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프로듀싱에도 참여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처음 같다”면서 “이번 앨범을 디딤돌 삼아 앞으로 더 좋은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는 가수로 성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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