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웰뱅톱랭킹] 여자프로배구 역대 백어택 퀸은 누구?

이석무 기자I 2021.02.09 13:56:54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여자배구가 무슨 백어택이냐”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면 그 사람은 80년대 이후 배구를 본 적이 없는 옛날 사람임에 틀림없다.

백어택은 코트 어택 라인 뒤쪽인 후위에서 뛰어올라 스파이크를 날리는 기술을 뜻한다. 코트에서 3m 떨어진 어택 라인을 밟지 않고 네트를 향해 뛰어야 한다. 한동안 백어택 기술은 남자배구의 전유물이었다. 물론 지금은 다 옛날 얘기다.

한국 최초의 여자배구 백어택 구사 선수는 장윤희

국내에서 가장 먼저 백어택을 구사한 여자 선수가 누구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배구계에선 장윤희를 최초의 선수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1990년대 백구의 대제전 시절 호남정유(현 GS칼텍스)의 무적행진을 이끌었던 장윤희의 신장은 170cm였다. 당시에도 사이드 공격수로서 작은 키였다. 하지만 키는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엄청난 수직 점프력과 체공력, 강한 스윙으로 상대 블로킹을 압도했다. 특히 그 시절 여자선수로선 상상도 하지 못했던 백어택을 시도할 때마다 상대 팀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장윤희가 처음 백어택을 연습한 것은 근영여고 재학 시절이었다. 당시 고등학교 코치가 점프력과 파워가 좋은 장윤희에게 백어택을 권유했다. 국제대회에서 외국선수들이 백어택을 하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깨달음을 얻고 본격적으로 자신의 무기로 연마했다. 장윤희가 백어택을 본격적으로 활용한 것은 호남정유에 들어와 ‘컴퓨터 세터’ 이도희(현 현대건설 감독)을 만난 뒤였다. 당대 최고 세터였던 이도희의 빠르고 정교한 토스는 장윤희의 백어택에 날개를 달아줬다.

이도희 감독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과거 백어택에 대한 추억을 되살렸다. “장윤희 선수는 정말 대단한 선수였죠”라고 운을 뗀 이도희 감독은 “사실 그 시절은 백어택 공격이 옵션이라기 보다 리시브가 제대로 안됐거나 조직적인 공격 플레이가 잘 안 풀렸을 때 한 번씩 분위기 전환용으로 활용했어요”라고 말했다.

“백어택은 점프력 보다는 세터와의 호흡이 더 중요한 공격이죠”라고 강조한 이도희 감독이 장윤희와 더불어 언급한 ‘백어택 마스터’가 있다. 과거 한일합섬과 담배인삼공사에서 활약하며 한국 여자배구의 간판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김남순이다. 김남순은 90년대 장윤희와 함께 대표팀 좌우 쌍포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당시 별명이 ‘공포의 후위 공격수’일 정도로 백어택에 관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180cm의 큰 키에 순간 점프가 70㎝에 이르러 당시 국내 여자선수 가운데 가장 완벽한 백어택을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윤희가 공격과 수비를 겸비한 올라운드 플레이어였다면 김남순은 공격력에 관한한 단연 으뜸으로 인정받았다.

이도희 감독은 “백어택만 놓고 보면 김남순 선수가 완벽했어요”라며 “그래서 대표팀에서 만나 훈련할 때면 김남순 선수와는 가끔씩 백어택을 따로 맞춰 보기도 했죠”라고 떠올렸다.

◇‘백어택 2점제’가 불러온 여자배구 백어택 열풍

2000년대 들어 백어택은 여자배구에 지각변동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2005년 프로배구가 막을 올리면서 여자부에 ‘백어택 2점제’를 도입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KOVO는 백어택 공격이 여자부 경기의 재미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고 판단했고 로컬룰로 이같이 결정했다. 현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배구 경기가 더 화끈해질 것이라는 찬성의 목소리와 선수의 부상 우려가 높아질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가 교차했다.

분명한 사실은 ‘백어택 2점제’로 인해 여자배구에서 백어택을 구사하는 선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프로 원년인 2005 V리그에서 백어택 공격을 100번 이상 시도한 선수는 3명(황연주, 정대영, 김민지)이었다. 이 가운데 황연주는 단연 독보적이었다. 후위 공격을 총 167번 시도해 50번 성공시켰고 99득점을 올렸다. 성공률도 29.94%에 이르렀다. 시도, 성공 횟수, 성공률 모두 월등했다.

‘백어택 2점제’는 경기를 뒤진 팀이 단번에 역전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적극 활용됐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2점이 걸려있다 보니 무리해서 후위공격을 시도했다. 프로 원년 세트 당 1개 이상 백어택을 시도했던 선수는 3명뿐이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2007~08시즌에는 1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심지어 세트 당 2~3개씩 시도하는 선수도 각 팀마다 1~2명씩 나타났다.

‘배구여제’ 김연경의 전설도 ‘백어택 2점제’가 밑거름이 됐다. 김연경은 2005~06시즌 데뷔 첫 해 33경기 129세트를 소화하면서 607번의 백어택을 시도했고 그 중 188번을 성공시켰다. 성공률이 30.97%나 됐다. 시도, 성공 횟수, 성공률 모두 시즌 1위였다. 백어택으로만 얻은 점수가 총 364점이었다. 그 시즌 김연경의 전체 공격득점이 822점이었으니 절반 가까이 백어택 득점으로 기록한 셈이었다.

하지만 ‘백어택 2점제’는 2007~08시즌을 끝으로 폐지됐다. 우려했던 대로 각 팀에서 백어택을 무리하게 시도했고 선수들의 혹사와 부상으로 이어졌다. 지나치게 백어택에 의존하다보니 경기가 단순해진다는 부작용도 있었다.

한 배구계 관계자는 “당시 백어택에 적합하지 않은 선수들조차 백어택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각 팀 감독들은 백어택 2점제 폐지를 요구했지만 리그 활성화를 이유로 묵살됐다가 나중에 세트당 2회로 제한된 뒤 완전 폐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어택 2점제’가 사라지면서 과도한 백어택 시도는 사라졌다. 어찌됐건 그 제도로 인해 여자배구에 백어택은 확실한 공격옵션으로 뿌리내렸다. 오늘날 2점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각 팀들은 다양한 공격옵션으로 백어택을 활용하고 있다.

◇오늘날 외국인선수 전유물 된 백어택

오늘날에는 신체적인 조건이 우월한 외국인 선수들이 백어택에서 압도적이다. 2020~21시즌 백어택 득점 순위를 보면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외국인선수다. 러시아 국가대표 출신 아나 라자레바(IBK기업은행)이 245득점(이하 2월 8일 기준)으로 1위를 달리고 있고 톱랭킹포인트도 2559.8점으로 3위에 위치해있다. 성공률은 한국도로공사의 켈시 페인(45.30%. 159득점)으로 선두이며 톱랭킹포인트 2417.6점으로 6위에 위치해있다. 202cm 장신 선수인 발렌티나 디우프(KGC인삼공사)는 백어택 공격 횟수가 585회로 가장 많다.

디우프나 메레타 러츠(GS칼텍스.206cm)처럼 2m가 넘는 선수들은 후위에서 공격을 해도 큰 부담이 없다. 이들은 오히려 네트에서 떨어져 공격하는 것을 더 편하게 느낀다. 디우프나 러츠는 압도적인 백어택 공격 능력을 앞세워 웰뱅톱랭킹 포인트에서도 1, 2위를 달리고 있다. 디우프는 톱랭킹포인트 2867.6점, 러츠는 2602.6점을 기록 중이다. 톱랭킹포인트는 단순히 선수만 평가하는 점수제에서 벗어나 출전한 게임의 승패에 관여한 선수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평가하는 새로운 형태의 선수 평가 시스템이다.

프로배구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백어택 득점을 올린 선수는 황연주다. 통산 1498세트를 뛰면서 1173점을 기록했다. 공격 성공 회수는 889개로 한국도로공사(2012~15)에서 활약했던 니콜 포셋(921개)보다 적다. 하지만 초창기 2점제 효과로 여전히 역대 백어택 최다 득점 기록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프로 초창기에 비해 국내 선수들의 백어택 시도가 크게 줄었다. 백어택 2점제가 없어진 영향도 있지만 백어택 공격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도 있다. 오히려 후위 공격은 외국인선수에게 맡기고 후위에선 수비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2016년 여자배구 선수로선 역대 9번째 트리플 크라운(서브에이스·블로킹·백어택 각 3개 이상)을 달성한 바 있는 GS칼텍스 이소영은 백어택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밝혔다. “물론 기회가 왔을 때 백어택을 시도하면 좋겠지만 후위에 있을 때는 수비에 더 신경을 쓰다 보니 자주 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같은 팀의 강소휘 역시 “전위에도 좋은 공격수들이 있으니 그 선수들을 믿고 후위에선 뒷받침해주는 역할에 집중하는게 맞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백어택 공격은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의 명언과 잘 어울린다. 엄청난 점프력과 파워가 없다면 시도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특히 사람이 날개 없이도 하늘을 나는 듯한 착각을 선물하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웰뱅톱랭킹게임’ 은 야구에 이어 모든 배구팬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이다. 웰컴저축은행 모바일 풀 뱅킹 앱(App)인 웰컴디지털뱅크(웰뱅)에 접속해 그날의 승리팀을 선택할 수 있으며 총 3000만 원 상당의 다양한 경품이 지급된다. 1등에게는 상금 200만 원이 제공될 예정이다. 웰뱅톱랭킹의 여자부 선수별 랭킹 차트는 공식 홈페이지는 물론 KBS N SPORTS, SBS SPORTS 2020~21시즌 KOVO 여자부 중계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