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트 로커' 6관왕···'보수'와 '진보' 사이 아카데미의 뚝심

최은영 기자I 2010.03.08 20:51:16
▲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한 '허트 로커'

[이데일리 SPN 최은영 기자] 겉으로는 '변화'를, 속으로는 '전통'을 택했다.

9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미국 LA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다양한 변화가 감지됐지만 결과는 이변 없이 끝이 났다.

올해 시상식 최대 관전 포인트는 최첨단 3D 기술을 앞세운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와 전쟁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메시지에 치중한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허트 로커'의 대결이었다.

결과는 '허트 로커'의 압승. 9개 부문에 함께 노미네이트 됐던 '아바타'는 미술상과 촬영상, 시각효과상 등 단 3개 부문에서 수상을 한 반면, '허트 로커'는 오스카상 최고 영예인 작품상에 감독상, 그리고 각본상과 편집상, 음향상과 음향효과상 등 총 6개의 트로피를 거머줬다.

시상식 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되던 것과는 사뭇 다른, 정반대의 결과다. 게다가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이번 시상식에서 여성 감독 최초로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이라는 또 하나의 기록도 세웠다. 이를 '이변'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의 영화 평론가들은 '가장 아카데미다운 선택'이었다고 보고 있다.

그간 아카데미는 '크래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등 흥행성과는 거리가 먼 작품들에 주로 작품상의 영예를 안겨왔다. '허트 로커'의 쾌거는 그런 점에서 아카데미가 82년 오랜 전통을 고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올해 아카데미는 세계적 화제작인 '아바타'를 '허트 로커'와 같은 최다 9개 부문에 후보로 올려놓으며 대중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결과적으로는 전통을 이어가는 선택을 했다.

'허트 로커'의 캐서린 비글로우가 '아바타'를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전 부인이었다는 점도 시상식 전 영화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허트 로커'는 이번 시상식에 앞서 미국감독조합상과 영국 아카데미상을 휩쓴 바 있다. 어찌보면 이견이 없는 선택에 앞서, 아카데미는 시상식에 잔재미를 더하는 것으로 상업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흥행성을 배제한 작품성 위주의 선택으로 내실을 기한 셈이다.

올해 작품상 후보를 기존 5개에서 10개로 두 배 가량 늘린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해볼 수 있을 듯 하다. 작품상 후보가 과거와 같은 5개 였다고 결과가 달랐을까? 아카데미는 작품상 후보를 늘리고, '업' 등 애니메이션 작품도 후보에 포함시키며 보다 넓은 영화 팬층을 확보하려 했고, 이 같은 의도는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수상자(작) 발표 멘트 또한 기존 "오스카는 ...에게 간다(The Oscar Goes To…)"에서 "수상자는...(And The Winner Is...)"으로 바꾸어 호명했다. "수상자는..."은 아카데미 1회부터 1988년 시상식까지 쓰였던 것으로 아카데미는 이 멘트가 지나치게 경쟁적인 인상을 전한다는 이유로 이듬해부터 "오스카는 ...에게 간다"로 수상 발표 멘트를 대체한 바 있다. 이 또한 비록 사소한 변화지만 대중성 확보에 목말랐던 아카데미의 고민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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