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렌즈→롱테이크 신…'데드맨' 김희애. 더 단단해진 연기 근육[인터뷰]①

김보영 기자I 2024.02.06 17:56:32

"비주얼 변신, 새롭고 어색…배우로서 좋은 시도"
"대사 많던 전작들 덕분…롱테이크도 하고나니 뿌듯"
"다른 세상에서 자란 후배들 연기보며 많은 걸 느껴"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영화 ‘데드맨’ 배우 김희애가 심 여사 역할로 파격적인 연기 및 비주얼 변신에 도전한 소감과 극 중 화제를 모은 3분 롱테이크 신을 연기한 과정을 털어놨다.

김희애는 영화 ‘데드맨’ 개봉을 하루 앞둔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데드맨’은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의 에이스가 1000억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하는 이야기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의 공동 각본을 집필한 하준원 감독의 상업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범죄에 해당하는 명의 도용과 ‘바지사장’ 세계를 소재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전개, 얽히고설킨 다채로운 캐릭터 군단 등 독특하고 신선한 범죄 추적극의 탄생을 기대케 한다. 조진웅과 김희애, 이수경의 첫 호흡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김희애는 ‘데드맨’에서 정치 컨설턴트 심 여사 역을 맡아 강렬한 열연을 펼쳤다. 심여사는 극 중 바지사장 일을 하다 1000억원 대 횡령 사건에 억울하게 휘말리는 주인공 이만재(조진웅 분)를 중국 사설감옥에서 발견해 구출한 뒤, 판을 뒤집는 카드로 쓰려는 인물. 여당과 야당을 쥐락펴락하는 권력과 냉철한 지략으로 강력한 힘을 갖춘 정치 컨설턴트다. 김희애는 ‘데드맨’에서 심 여사를 연기하며 화려한 색깔의 의상들을 착용해 시선을 사로잡는가 하면, 염색된 세련된 단발 헤어스타일에 컬러렌즈를 착용하는 등 스타일 면에서도 강한 변화를 줬다.

김희애는 “캐릭터가 아무리 좋아도 작품이 재미없으면 안 하는데 대본도 재미있게 읽혔다”라며 “대본상으로 봤을 때 심 여사가 등장부터 강렬하겠구나 생각했는데 분장팀 등 스태프들이 굉장히 준비를 많이 해오셨더라. 저는 좋았고, 그분들을 그저 믿고 맡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새로운 스타일은 어색했다”면서도 “하지만 느끼는 방향이 두 가지였던 게 어색했던 것도 있지만 배우 입장에선 신나는 것도 있었다. 내가 갖고 있는 게 1부터 10까지 있다면 1을 버릴 기회가 있고, 10까지 다 버릴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10을 버리는 기회가 쉽게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좋은 기회이자 시도였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영화 ‘데드맨’ 김희애(심여사 역) 스틸.


‘데드맨’에서는 김희애가 정치인들 앞에서 고전 문학 등을 인용해 선거 전략을 설파하며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3분 가량의 롱테이크신이 등장한다. 조진웅은 앞서 매체 인터뷰에서 이 장면을 보고 김희애에게 ‘심멎’(심장이 멎는)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찬사를 보내기도.

김희애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외우는 게 점점 더 자신이 없어져서 남들보다 더 외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겸손을 드러내면서도, “그래도 하도 예전부터 작품할 때 대사 많은 역할을 행복하게도 자주 주셨어서 대사 폭이 넓다. 어렵게 하나를 치르고 나면 그동안 애써서 외운 것들이 잘한 결과로 나타나니까 계속 그런 역할들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덕분에 배우로서의 역량이, 대들보가 탄탄해졌다고 볼 수 있는 것 같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그 경험들이 저의 연기 근육으로 쌓였다고나 할까. 전에 김수현 선생님 작품을 여러 개 했는데 주인공일 땐 1부터 10까지 제가 안 나오는 신이 없었다”며 “요즘같지 않던 시절엔 카메라도 세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제가 연기를 잘 못하면 날밤을 새야 했다. 차에서도 외우고 쪽으로 계속 외우면서 임했던 기억이다. 앞에서부터도 외워보고 끝에서부터도 읽어보고 중간에서부터도 외우고 그런 습관이 남아있던 터라 롱테이크 신의 대사를 외우는 게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내공을 과시했다.

자신 세대와 다른 후배들의 연기를 지켜보며 느끼는 점들도 고백했다. 김희애는 “제 위의 선배님들도 그렇고 연기가 아무래도 자기가 살아온 시간과 환경과 시대가 다 맞불려 필터링되면서 우러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아무래도 지금은 과거와 너무 다른 세상이지 않나. 어떻게 연기가 같겠나. 부모님들의 교육 방식도 바뀌고, 더욱 자유로워져 세상의 선입견과 벽들이 다 무너지는 세상을 접한 세대와 선입견과 틀이 너무 많은 그 때의 세상은 정말 다른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이지 않는 벽들이 허물어진 세상에서 나고 자란 세대의 연기는 분명 다른 존재라 생각한다. 다만 연기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의 연기가 있고 제한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하는 연기가 있다. 억압되고 블루(우울)한 우리 때의 분위기가 섞인 연기는 또 우리가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것들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더 다양하고 다채로운 배경의 작품이 나오지 않나 싶다”라고 덧붙였다.

오랜 기간 연기하면서도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은 늘 부끄럽다고. 김희애는 “연기하고 나면 후회되는 부분들이 있다. 메이크업하시는 분들이 작품 보면 분장만 보는 것처럼, 연기자라 연기만 자꾸 보게 된다”며 “어쩔 수 없게 내 연기를 보면 늘 아쉬움이 든다. 그럼에도 자꾸 아쉬워하고 반성해야 진화가 된다고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데드맨’과 비슷한 시기 촬영해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퀸 메이커’ 속 캐릭터와의 비교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밝혔다. 김희애는 ‘퀸메이커’에서 재벌가의 더러운 일들을 해결해오던 해결사에서 복수를 위해 오경숙(문소리 분)을 서울시장으로 만들 정치 컨설턴트가 된 주인공 ‘황도희’로 활약한 바 있다. 김희애는 “‘퀸메이커’는 재벌의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복수를 하는 여성의 이야기이고 그 안에서 오경숙을 만나 정치 컨설턴트로 변신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면, ‘데드맨’은 애시당초 컨설턴트로 나타나 큰 파워를 갖고 있는 여자라서 색다르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읽을 때도 스토리 라인이 완전히 달라서 캐릭터가 겹치는 것에 대한 건 전혀 걱정이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데드맨’은 설 연휴를 앞둔 2월 7일 개봉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