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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영화 ‘헤어질 결심’을 기획한 취지를 이렇게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24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벌에서 열린 ‘헤어질 결심’의 공식 기자회견에서 정서경 작가, 탕웨이, 박해일 등과 함께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헤어질 결심’은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사건을 담당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마주한 뒤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23일 칸 경쟁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월드 프리미어 상영회를 연 ‘헤어질 결심’은 상영 종료 후 8분간 기립박수 및 환호성을 받으며 외신 및 국내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일부 외신들은 이번 그의 작품이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듯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히치콕 감독은 제가 좋아하는 감독 중에 하나로 그의 영화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며 “다만 만들면서는 히치콕 감독의 작품을 참고하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주변 사람들에게 왜 히치콕의 영화가 떠올랐냐고 질문했더니 이런 저런 많은 이야기를 듣고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였다”며 “제가 만든 모든 작품들과 영감은 제가 보고 접한 수많은 작품들의 영향을 받고 녹아들어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실제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부러 그의 영화를 떠올려 참고한 것은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평소 클래식 애호가로 알려진 박찬욱 감독은 자신의 작품에 말러의 곡들을 즐겨 삽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헤어질 결심’에서도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1971)의 사운드트랙으로 명성을 얻은 말러의 교향곡 5번 아다지오가 수록됐다.
박찬욱 감독은 “사실 이전과 비슷한 걸 사용하며 흉내내는 느낌을 받는 게 싫어서 오랜 시간 다른 대체할 음악을 찾았지만 대안을 찾지 못했다”며 “특히 극 중 수십분 이상을 차지하는 산에 오르는 장면은 장면에 어울릴 무드가 있어야 했는데, 이를 설명할 별다른 음악이 없었다”고 답했다.
이 영화를 통해 그려내려 한 사랑과 관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나같은 경우, 일상 생활이나 삶에 어떤 부분을 작품 소재로 사용하는 타입의 감독이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이 영화는 소재는 외피가 탐정수사극이지만 그 안에선 다양한 사랑의 관계 중에서도 가장 인간이, 인간이란 종족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섹스 및 폭력 등 다소 잔인한 장면들이 많이 포함됐던 전작과 달리 이번 영화에 자극적인 장면이 많이 등장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박 감독은 “다른 감독이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면 이같은 질문을 들을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내가 만난 일부 배급사 관계자들은 누드와 폭력, 섹스가 없는 것을 들며 이 영화를 홍보할 때 ‘박찬욱 영화의 새로운 진화를 보여줄 것’이라는 문구로 홍보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건 좀 위험한 생각이라며 말렸다”고 회상했다.
이어 “누드와 섹스가 없는 게 발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이 영화에 그런 장면들이 딱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헤어질 결심’은 오는 6월 29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