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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타자 브랜든 반즈(34)는 간절함을 가슴에 품고 한국에 왔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484경기나 뛰었고 284안타 20홈런 타율 2할4푼2리를 기록한 베테랑이지만 당장 야구를 할 곳이 없었다. 사랑하는 야구를 더이상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지냈다.
그런 상황에서 극적으로 한화로부터 제의를 받았다. 연봉 총액은 20만달러지만 기본 보장액은 10만달러에 불과했다. 국내에서 활약하는 기존 외국인선수 몸값에 비하면 헐값이나 다름없었지만 반즈는 협상이랄 것도 없이 받아들였다. 그가 진짜 원한 것은 돈이 아닌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반즈는 지난 2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충북 옥천에 위치한 펜션에서 2주간 자가격리하면서 개인훈련을 했다. 자가격리가 끝난 뒤 이틀간 퓨처스리그 경기와 자체 청백전을 소화한 뒤 곧바로 1군에 콜업됐다.
반즈는 18일과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 모두 4번타자로 나왔다. 2경기에서 성적은 8타수 4안타 1타점이었다. 안타 4개 가운데 3개가 2루타일 정도로 장타력도 일품이었다. 19일 경기에선 우중간 담장을 직접 맞히는 홈런성 타구를 날리기도 했다.
반즈는 지난 19일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3년 전부터 KBO리그에 오고 싶었고 한화로부터 제의를 받았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다”며 “야구를 너무 하고 싶었고 간절했는데 팀에서 좋은 제안을 해줘서 고맙고 좋은 결과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넉 달 넘게 실전 경기를 치르지 못해 경기 감각에 대한 물음표가 붙었지만 기우였다. 단숨에 한화 타선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메이저리그 베테랑의 관록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반즈는 “4개월 동안 경기를 하지 못해 몸이 근질근질했지만 늘 항상 준비는 돼 있었다”며 “야구를 4살 때부터 했고 프로 레벨에서 16년이나 있었기 때문에 빠른 공에도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188cm 95kg의 당당한 체격을 자랑하는 반즈는 미국에서 활약할 당시에도 호쾌한 장타력이 일품이었다. 한화는 반즈가 타구를 최대한 많이 외야 담장 밖으로 넘겨주길 기대하고 있다. 반즈 본인도 팀이 원하는 바를 너무 잘 알고 있다.
반즈는 “팀이 내게 더 많은 홈런을 원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홈런을 칠 자신감이 있고 득점권 상황에서 장타로 타점을 올릴 힘도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 30홈런을 때린 반즈는 “트리플A에서 활약하면서 스윙 메카니즘을 바꿨다”며 “땅볼보다 센터 방향으로 공을 띄우는 데 주력했는데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장타력 뿐만 아니라 친화력도 이미 합격점을 받았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한화 선수들의 엄지 세리머니를 벌써 배웠다. 심지어 18일 1군 데뷔전에선 2루타를 친 뒤 더그아웃을 향해 ‘쌍엄지’를 세워 큰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에도 안타를 칠때마다 반즈는 양손 엄지를 모두 들어 보였다. KBO리그와 한국 문화에 빨리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반즈의 적극성에 다소 침울했던 한화 선수단도 미소를 되찾았다.
반즈는 “자가격리 기간에 TV로 한화 경기를 보면서 세리머니를 익혔다”며 “엄지를 한 개 드는 것보다 두 개 드는 게 더 좋아 보여서 양손 엄지를 모두 들었다”고 웃었다.
자가격리 기간 동안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했다는 반즈는 낯선 한국 무대에서 ‘제2의 성공시대’를 열고 싶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반즈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다른 외국인선수들보다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크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내게 야구를 가르쳐주고 좋아하게 만들어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야구에 대한 사랑이 더 커졌다”며 “내가 얼마나 야구를 사랑하는지 이곳에서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