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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은 상업영화와 예술영화, 드라마, 연극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30년 넘게 연기에 정진해온 대표 배우. 그런 정진영이 ‘사라진 시간’으로 꿈에 그리던 메가폰을 잡았다. 정 감독은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는데 대학교 때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서 연극을 하면서 배우가 됐다”며 “30대 초반에 연출부에 있으면서 한 작품을 하기는 했는데 배우를 하면서는 많은 책임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보니 연출을 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나이 오십일곱에 이루게 됐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시나리오 쓰거나 촬영을 준비할 때에는 굉장히 재미있었다”며 “촬영을 하면서 평균 3시간 밖에 못 잤고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무슨 엄청난 보약을 먹은 것처럼 힘이 났다”고 작업하면서 행복했던 순간들을 들려줬다.
정 감독이 연출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쓴 건 ‘자유로움’이다. 그는 “초짜이고 첫 작품이기 처음부터 자유롭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연출작이)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있을지 없을지 모르니까 ‘영화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것에서 벗어나서 제 스타일대로 작업을 했는데 다행히 그런 제 마음을 스태프나 배우들, 투자사 및 제작사들이 이해해줘서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블랙머니’ ‘완벽한 타인’ ‘공작’ ‘독전’ 등으로 관객의 신뢰가 높은 조진웅이다. 정 감독은 조진웅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작업했다. 초고가 나오자마자 조진웅에게 출연을 제안했고, 그 바로 다음 날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조진웅은 “해저 깊은 곳에서 발견된 보물 같은 느낌을 받은 작품”이라며 “정말 감독님이 썼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는 너스레로 정 감독의 작품을 치켜세웠다. 조진웅은 또 “감독님은 (배우에서 감독으로) 포지션만 달라졌을 때 작품을 대하는 본질은 달라진 게 없다”며 “그런 모습이 많은 배우들에게 귀감이 될 것 같다. 후배로서 많이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믿어온 모든 것이 흔들리는 뜻밖의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내달 18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