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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70)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은 경기가 끝나면 더그아웃에서 인터뷰실까지 걸어서 이동한다.
2004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김 감독은 왼다리를 전다. 150m 남짓한 이 거리를 김 감독은 엘리베이터를 타는 시간을 제외하고도 4분 넘게 걸어야 한다. 그는 한국이 패한 지난 6일과 7일, 대표팀의 2017 WBC 최종전이었던 대만전을 치른 9일에도 왼다리를 끌며 혼자 걸어왔다.
이번 주, 한국은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었다. 안방서 열린 대회에서 1승 2패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군인이 아닌 한 선수가 애국가 제창에서 한 거수경례, 패색이 짙을 때 미소 짓다 중계 카메라에 잡힌 또 다른 선수의 행동은 야구팬을 분노케 했다. 기대감은 배신감으로 돌변해 있었다.
몇몇 ‘뿔이 난 민심’은 김 감독을 향하기도 했다. 이들의 주장은 선수 선발 과정에서의 문제, 선수 기용에서 김 감독이 악수를 뒀고 결국 패인이 됐다는 것이었다. 결과론이지만 김 감독은 “선수 아닌 감독 탓이다”라며 자책했다. 한 네티즌은 김 감독에게 ‘노망’이 났다는 거센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김 감독은 독이 든 성배를 알고도 들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1라운드 통과라는 소박한 목표를 세웠다. 한국의 WBC 4강, 결승 신화, 프리미어12 우승을 이끈 그가 이같은 목표를 내린 데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가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 놓는다. 그는 9일 대만전에서 승리한 후 취재진과 만나 은퇴 의사를 내비쳤다. 대표팀을 이끌고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 WBC 4강, 2009년 WBC 2위, 프리미어 12 우승을 일군 ‘국민감독’은 은퇴식이 돼버린 이 자리에서 단 한 번도 고개를 꼿꼿이 들지 못했다.
‘위대한 도전’을 마친 김 감독은 후배들을 위해 마지막 당부를 남긴 채 쓸쓸히 퇴장했다. “이번이 (대표팀 감독) 마지막이지 않겠냐. 2002년 대표팀 감독을 처음 맡았으니(대표팀 감독이 된 지) 15년이 됐다. 대회 때마다 감독 문제로 여러 가지 의견들이 많았다. 리그 내 감독들이 자기 팀 훈련 등의 문제로 (대표팀 감독 자리를) 고사하고, 재야에서도 젊은 감독이 있지만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15년에 걸쳐 감독을 하게 됐다. 대표팀 감독을 맡을 만한 실력 있는 감독이 많다. 다만 부담이 큰 대표팀이라 안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이번 기회에 모든 야구계가 나서 나보다 젊은 감독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