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김동호'를 꼭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사진=고양 원더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1만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하루에 세 시간씩 10년이나 투자해야 하는 어마어마한 시간. 그런 노력이 있어야만 그 분야의 대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고양 원더스 투수 김동호는 지난해 무려 2만여개의 공을 던졌다. 지난 시즌 프로야구 최다 투구수 기록은 전LG 투수 리즈의 3214개였다. 불펜 투구 숫자를 더한다 해도 5000개 남짓, 김동호는 그 네 배 이상을 던진 셈이다. 원더스의 다른 투수들에 비해서도 훨씬 많은 숫자다.

한국 야구에서 한 번 이상 실패를 경험한 선수들이 모인 원더스. 김동호도 구구 절절한 사연을 지닌 선수다. 하지만 그는 그저 눈물 짓게 만드는 감동의 주인공만이 아니다. 1만시간의 법칙을 넘어서는 노력을 통해 진짜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김동호는 원래 롯데 불펜 포수였다. 지금은 한솥밥을 먹고 있는 최향남이 뛸 때 그의 공을 받아주던 계약직 직원이었다.

그의 원래 포지션도 포수였다. 고등학교까지 거의 포수로 뛰었다. 대학에 간 후에야 비로서 투수로 뛰었지만 부족한 경험은 그를 결국 루저로 만들었다. 구속에 주목한 한화에서 신고 선수로 기회를 얻기도 했지만 1년만에 짤렸다.

아무래도 투수를 한 시간이 짧다보니 서툴고 어색한 것 투성이였을 터. 불펜 포수 출신이라는 꼬리표 또한 편견의 이유가 됐다.

중학교 부터 야구를 시작한 선수가 프로에 진출해도 ‘천재’ 소리를 듣는 종목이 야구다. 빨리 시작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자기 포지션의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만시간의 법칙은 김동호에게는 절망을 뜻하는 말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금의 김동호는 다르다. 이젠 진짜 투수로 업그레이드 됐다. 그 누구보다 많은 공을 던지며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한 것이다.

김성근 원더스 감독은 그를 “우리 팀 승부처에 쓰는 투수”라고 평가했다. 단순한 승리 계투조가 아니다. 루상의 주자가 쌓인 최대 위기에서 쓰는 투수다. ‘싱커’라는 확실한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우타자 몸쪽으로 꺾이는 싱커가 정말 좋다. 오랜 시간 노력을 통해 확실한 무기가 됐다. 꼭 잡아야 할 순간에 믿고 쓸 수 있는 투수가 됐다”고 말했다.

140km대 중반의 묵직한 공과 싱커의 조합은 김동호를 실전용으로 키워냈다. 프로 구단에서도 그를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고양 원더스 경기장을 찾는 스카우트들 중 김동호의 등판 스케줄을 체크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 시즌 어느 날, 그의 프로행 소식이 전해진다 해도 이제 누구도 ‘기적’이라 말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

이제 김동호를 바라보는 시선이 오히려 냉정해 져야 할 이유다. 노력 자체가 감동인 선수가 아니라 진짜 프로의 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