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자민은 8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KBO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3차전 LG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5이닝 동안 피홈런 2개 등 6안타를 내주고 5실점(4자책)한 뒤 교체됐다.
아쉬움이 큰 등판이었다. 왼손투수 벤자민은 강한 좌타자가 많은 LG에게 유독 강했다. 2023년 정규시즌에는 5차례 맞붙어 4승 평균자책점 0.84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LG 킬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올해도 LG를 상대로 4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1.93으로 잘 던졌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규시즌 얘기다. 포스트시즌만 되면 벤자민은 LG 앞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벤자민은 지난해 LG와 맞붙은 한국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5이닝 7피안타 4실점으로 부진했다. 3회 오스틴 딘에게 내준 3점포가 뼈아팠다. 그 경기에서 KT는 LG에게 7-8로 졌고 이후 4, 5차전을 내줘 우승을 내줬다.
벤자민은 그때 아픔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설욕을 간절히 원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때 악몽이 데자뷔처럼 재현됐다.
이날 벤자민은 1회초를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깔끔하게 시작했다. 2회초에는 박동원에게 솔로홈런을 내줬고 3회초에는 박해민과 홍창기에게 2루타를 내줘 1점을 더 허용했다. 하지만 4회초를 다시 실점없이 막고 호투를 이어갔다.
문제는 5회초였다. KT가 3-2로 앞선 상황에서 벤자민에게 불운이 찾아왔다. 선두타자 문성주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평범한 파울플라이를 유도했다. 그런데 1루수 오재일과 포수 장성우가 서로 공을 잡는 것을 미루다 그만 떨어뜨린 것. 벤자민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죽었다 살아난 문성주는 볼넷을 얻어 1루에 나갔다.
벤자민은 홍창기를 2루수 앞 땅볼로 잡았지만 신민재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1사 1, 2루에 몰렸다. 이어 오스틴에게 초구 141㎞ 컷 패스트볼을 던졌지만 결과는 좌측 담장을 큼지막하게 넘어가는 스리런 홈런이었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3-5로 뒤집어졌다.
벤자민은 5회를 마친 뒤 구원투수 김민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그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