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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는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 필드에서 끝난 월드시리즈(WS·7전 4승제) 5차전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5-0으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WS 우승을 확정지었다.
WS MVP는 당연히 시거의 몫이었다. WS 내내 텍사스의 2번 타자로 활약한 시거는 월드시리즈 내내 뜨거운 불방망이를 휘두르면서 텍사스의 강타선을 앞장서 이끌었다.
시거는 1차전에서 9회말 극적인 동점 투런 아치를 그려 대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이어 3차전에서도 1-0으로 앞선 3회초 우월 투런홈런을 때려 3-1 승리를 견인했다. 4차전에서도 3-0으로 앞선 2회초 중월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우승을 확정한 5차전에서는 홈런 대신 빗맞은 안타로 승리를 견인했다. 애리조나 선발 잭 갤런에게 6회까지 노히트노런으로 눌린 상황에서 7회초 내야안타로 꽉 막혔던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상대 내야진이 오른쪽으로 치우친 틈을 노려 3루 쪽으로 타구를 보낸 것이 적중했다.
시거의 안타로 노히트 사슬을 끊고 찬스를 만든 텍사스는 이후 에번 카터의 우중간 2루타와 미치 가버의 중전 적시타로 귀중한 결승점을 뽑았다. 시거는 우승을 이루는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WS에서 홈런 3방에 타점과 득점 6개씩을 수확한 시거는 LA다저스 시절인 2020년에 이어 통산 두 번째로 월드시리즈 MVP에 뽑혔다.
1966년 WS MVP가 처음 도입된 이래 두 차례 이상 선정된 선수는 샌디 쿠팩스(LA다저스, 1963·1965), 밥 깁슨(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1964·1967), 레지 잭슨(오클랜드 어슬레틱스 1973/뉴욕 양키스 1977) 등이 있었다. 이번에 시거가 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면서 야구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특히 서로 다른 팀에서 WS MVP를 차지한 것은 ‘미스터 옥토버’로 불렸던 잭슨(오클랜드 어슬레틱스/뉴욕 양키스)과 시거, 단 두 명뿐이다.
2015년 LA다저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시거는 등장 당시부터 장타력을 겸비하는 대형 유격수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빅리그 2년차이던 2016년 26홈런을 때린 것을 시작으로 거의 매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심지어 코로나 팬더믹 탓에 60경기 단축시즌으로 치러진 2020년에는 겨우 52경기에 출전했음에도 15홈런을 때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2021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시거는 다저스의 10년 3억5000만달러 제안을 뿌리치고 10년 3억2500만달러를 제시한 텍사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표면적 금액은 다저스보다 적지만 세금 등 여러가지 조건에서 텍사스가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 선택은 시거나 텍사스 구단 모두에게 신의 한 수 였다. 시거는 텍사스에서 간판스타이자 팀의 리더로서 자리매김했다. 텍사스의 사상 첫 WS 우승을 이끌면서 자신의 선수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을 일궈냈다. 2020년 다저스에서도 WS 우승과 MVP를 경험했지만 단축시즌에 이룬 것이어서 그 감동은 살짝 덜했다.
시거는 이번 WS를 통해 가을의 사나이로 확실히 자리매김핬다. 그는 포스트시즌 통산 78경기에서 홈런 19방에 48타점을 수확했다. 이는 ‘미스터 옥토버’로 불릴 만큼 포스트시즌에 강했던 잭슨(77경기 18홈런 48타점)과 비슷한 성적이다.
개인 통산 WS 18경기에서 때린 6개 홈런은 유격수 최다기록이다. 이 부문 공동 2위인 데릭 지터(전 뉴욕 양키스), 카를로스 코레아(미네소타 트윈스)가 기록한 3개보다 2배나 많다.
한편, 감독 은퇴 선언 후 4년 만에 텍사스 지휘봉을 잡고 현역으로 복귀한 브루스 보치 감독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이끌던 2010, 2012, 2014년에 이어 통산 4번째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루면서 당대 최고 명장임을 재확인시켰다.
왼손 구원투수 윌 스미스는 2021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2022년 휴스턴 애스트로스, 2023년 텍사스 등 서로 다른 세 팀에서 3년 연속 WS 우승 반지를 끼는 행운의 사나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