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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은 2000년대 초중반 히트했던 감성 록발라드 곡들을 떠올리게 하는 곡이라는 점에서 귀를 잡아 끈다. 조정식 감독의 독립 영화 ‘404호’ 장면을 활용해 드라마 타이즈 형식으로 제작된 뮤직비디오에서도 음악 팬들의 마음을 훔쳤던 그때 그 시절 감성이 물씬 느껴진다.
데뷔를 앞두고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소속사 네끼엔터테인먼트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써플은 “추억을 다시 꺼내고 싶을 때 찾게 되는 쉼터 같은 음악을 하는 팀으로 대중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20~30대 음악 팬 분들께서 ‘요즘에도 이런 감성의 신곡이 나오는구나’ 하고 반가워하셨으면 좋겠어요. 화려하고 자극적인 사운드에 길들여진 10대 음악 팬 분들에게는 ‘이런 감성의 곡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고요.” (차범진), “곡이 좋아서 팀까지 좋아하게 만드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 겉모습이 아닌 오롯이 음악으로 승부를 보는 거죠. 그때 그 시절 사랑받았던 팀들처럼이요.” (정영빈)
20대 초반 멤버들로 구성된 써플이 현 음악 시장 트렌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감성 록발라드 곡으로 승부수를 띄운 데는 소속사 박봉성 대표의 영향이 컸다. 박 대표는 2000년대 초중반 가요계를 대표하는 밴드였던 버즈를 키워낸 장본인이다.
민경훈의 ‘슬픈 바보’와 버즈의 ‘레즈 고 투게더’(Reds Go Together) 등의 작사를 맡기도 했던 박 대표는 차범진과 ‘펑펑’의 노랫말을 함께 썼다. 차범진은 “제가 쓴 20대 감성의 가사에 대표님의 연륜이 더해져 많은 분들이 폭넓게 공감할 수 있는 가사가 만들어졌다”며 미소 지었다.
‘펑펑’의 멜로디가 만들어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6년여 전이다. 작곡을 담당한 정영빈은 “‘펑펑’은 데뷔곡일뿐 아니라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수정을 반복한 끝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노래라는 점에서 애착이 남다른 곡”이라고 했다.
‘펑펑’의 제작 기간에서 알 수 있듯이 써플은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데뷔의 꿈을 이룬 팀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재데뷔다. 정영빈과 차범진은 2013년 지금의 소속사에서 아이콘아이즈라는 이름의 밴드로 출격했으나 실패의 쓴맛을 봤다. 이후 새로운 팀을 결성해 다시 가요계의 문을 두드리려 했으나 다섯 차례나 데뷔가 엎어졌고, 어느덧 7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다시 앨범을 낼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일 때쯤 멤버들의 건강과 팀 적응 문제 등으로 데뷔가 무산되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팀의 음악 색깔에 맞는 멤버를 다시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요.” (정영빈)
써플이 ‘뮤지션 밴드’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시즌 보컬제’를 전격 도입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새 멤버 찾기에 지친 정영빈과 차범진은 지난해 초 015B와 같은 프로듀서 그룹 형태로 팀의 방향성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흥미로운 점은 ‘펑펑’의 가창을 맡은 시즌 보컬 임경만(22)이 한때 두 사람과 네끼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 준비를 함께했던 사이라는 점이다. 임경만은 다른 소속사로 떠나 보컬 그룹 하트비 멤버로 활동했었고, 현재는 ‘코다’(CODA)라는 이름의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힙합 알앤비 아티스트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작곡일을 하면서 지내다 보니 노래에 대한 갈증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던 와중에 써플 시즌 보컬로 함께해달라는 제안을 받아서 흔쾌히 수락하게 됐죠. 써플이 저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팀이라는 점도 제안을 수락하는 데 영향을 미쳤고요. ‘펑펑’은 제가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만들고 있는 곡들과는 전혀 다른 색깔의 곡이라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임경만)
우여곡절 끝 ‘펑펑’이란 곡으로 데뷔하게 된 써플은 시즌 보컬 임경만과 함께 방송 활동을 펼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활동 얘기를 꺼내자 세 사람은 “2년여간 숙소에서 동고동락했던 사이라 호흡은 두 말 할 것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인터뷰 말미엔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던 밴드 넬을 롤모델로 꼽으며 “선배님들처럼 오래오래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며 장수하는 팀이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