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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캐슬’PD "씁쓸했던 대치동 풍경, 책임감으로 연출"(일문일답)

김윤지 기자I 2019.01.31 15:42:11
조현탁 PD(사진=JTBC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거울을 이용해 이중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손을 클로즈업해 인물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오는 2월 1일 종영을 앞둔 종합편성채널 JTBC 금토 미니시리즈 ‘SKY캐슬’(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의 한 장면이다.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쓴 이 작품의 성공 비결은 단 한 가지로 꼽을 수 없다. 유현미 작가의 빠르면서도 탄탄한 대본, 염정아·김서형 등 베테랑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조현탁 PD의 섬세한 연출이 조화를 이룬 덕분이다.

조 PD는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동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서울 가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교육이란 소재가 시청자의 공감을 얻은 것 같다”고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종회에 대한 질문에 “방송으로 확인해 달라”고 말을 아꼈다. 이하 일문일답이다.

―성공 비결을 자체적으로 분석해보자면.

△20부작 촬영한 연출 입장에선 엄청난 시청률이 나온다는 걸 체감하지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촬영을 하러가면 사람들이 좋아해주더라. 촬영 중 점심을 먹고 있으면 옆자리 아주머니들이 이야기를 하시더라. 보지 않는 아주머니를 설득하고 있더라. 감동했다. 일어나서 절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사람들에게 반응을 얻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지금 표현하지 못했지만 관심이 높은 이슈가 아닐까 싶었다. 교육 문제에 대해선 어떤 부모든 고충이 있다. 입밖으로 꺼내기 힘들고, 사람들과 스스럼 없이 나눌 수 없는 문제 아닌가. 드라마가 그 부분을 건드려서 반응을 보여주신 게 아닐까 싶었다. 평범하지만 큰 것 같다.

―1회 1.7% 시청률에서 출발했다. 당시 심정은.

△연출로서 괴로운 게 있다. 그런 성적을 받고도 촬영을 해야 한다. 사람들을 다독이면서 열심히 촬영했는데 시청률이 1.7% 나온 거다. 촬영기사가 저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하더라. 큰 힘이 됐다.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 척 했는데 그건 아니었구나 싶었다. 그날 작가님과 통화를 했는데 작가님도 비슷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농담처럼 4% 시청률이 나올거라고 농담을 했다. 작가님이 저에게 ‘그런 사례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렇게 되면 저에게 밥을 사겠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시청률 회사에 불이 나서 한동안 시청률을 알 수 없었다. 다행이다 싶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행복했다.

―캐스팅 디렉터 없이 아역들까지 섬세하게 섭외했다고 들었다. 아역 배우들 섭외 과정도 궁금하다.

△캐디 없이 조연출과 이정아 조감독과 신인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오디션을 시작했다. 오디션은 그날 참석할 수 있는 스태프들이 다 모여 함께 이야기했다. 무기명으로 의견을 제출해서 취합했다. 큰 흐름이 보이더라. 재능 있는 친구들이 선별됐다. 촬영 전에 빡센 일정인데 잘 임해줬다.

―대본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유현미 작가님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앞서 밝혔다. 그렇지만 특정 인물과 닿아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 입시를 겪었던 학부모였다는 의미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 극적인 요소는 작가님과 이야기하면서 있음직한 설정을 가져온 거다. 작가님은 아이를 대학에 보내면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잘되기 위해서 강압적으로 대학 입시의 과정을 강요하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결과적으로 무엇이 남는지, 사람들이 원하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평생의 행복을 담보하는지 묻고 싶었던 것 같다. 교육이란 소재를 두고 부모 자식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영재(송건희 분)가 대학을 쭉 다녔다면 이명주(김정란 분)는 대학을 다니는 동안 아이를 가만뒀을까. 대학을 다니는 동안 좋은 성적을 위해, 졸업을 할 때는 대학병원에 남기 위해 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을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계속 이어졌다면 강준상 모녀의 관계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취재 과정을 말해달라.

△작가님이 워낙 꼼꼼하게 취재를 했다. 교육에 대한 책도 많이 권해주셨다. 대치동에 가서 직접 지켜보기도 했다. 어린 아이가 큰 가방을 들고 신용카드를 들고 돌아다니더라. 카드로 뭔가 사먹으면서 학원을 이동하는 아이들을 봤다. 밤 12시가 넘었는데 아이들이 식당에 우글우글하더라.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을 기획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현실이다. 대한민국이 그렇게 굴러가고 있더라. 좀 더 진심으로 작품을 임해야 하고, 문제의식을 가져야 겠다고 생각했다.

―20회까지 긴장감이 지속된 비결이 있나.

△한 스태프가 한 말이 있다. 색 보정을 하는 스태프가 완성된 편집본을 가장 먼저 보는데 이런 말을 했다. ‘일을 해야 하는데 자꾸 놓친다’고. 기분이 정말 좋았다. 배우들의 열연, 좋은 대본에서 출발했지만 모든 사람들이 헌신적으로 드라마를 위해 노력했다.

―엔딩신이 매번 화제를 모았다.

△대본에 촘촘히 나와 있다. 대본을 읽으면 다음 회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편집 기사님과 다양한 경우의 수를 두고 고민했다. 촬영 시작할 때 대본을 10부 정도 가지고 있었다. 짐작이 가능해서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고민할 수 있어 그 부분이 주효했다. 대본의 힘이 컸던 것 같다.

―죽음, 음모 등 극적인 요소가 많았는데 연출에 신경쓴 부분은.

△사람들끼리 주고 받는 게 많아서 표정에 집중하려고 애초 계획했다. 미세한 표정, 겉과 속이 다른 상황 등 두 가지 얼굴을 표현하려고 작전을 많이 썼다. 갑자기 상이 나뉘는 신들이 있다. 실망하고 돌아선 사람들의 뒷모습은 거짓말을 못 한다. 또 손동작도 있다. 웃는 얼굴로 상대방을 속일 수 있지만 손은 속이지 못한다. 미술감독, 촬영감독과 처음부터 그런 부분을 준비했다. 시청자들이 알아봐주셔서 보람된 기분을 느꼈다.

―여성의 역할을 너무 가족에 국한했다는 지적이 있다.

△뒤늦게 그런 말씀들을 들었다. 교육 이야기에 집중해서 유현미 작가와 출발했다. 교육은 대부분 엄마로부터 비롯된다. 그렇다보니 그런 해석이 나온 것 같다. 시청자들이 그리 느낀다면 죄송하다. 혜나의 죽음도 다양한 말이 나오던데 저도 그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17회 대본이 유출됐다.

△편집실에 있다가 뒤늦게 17부 대본 유출을 접했다. 당황스러웠다. 17부 편집 마무리를 하고 있을 때였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순간에 대본이 유출돼 밖으로 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굉장히 분노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저작권도 그렇고, 현장에서 피고름을 짜면서 일을 하는데 손쉽게 밖으로 유출되지 않았나. 엄격한 범죄 행위라고 생각했다. 수사 진행 중으로 안다. 이것이 유명세라는 일부 의견도 있다. 새로운 마케팅 효과라는 말씀이 있는 것도 안다. 제 생각은 다르다. 작가님이 심혈을 기울여 쓴 대본이다.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애쓰겠다. 적절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스포도 난무했는데.

△현장에서 접한 스포들이 일부 있다. 제가 접한 스포에 한해 다 틀렸다. (웃음) 틀린 스포가 이렇게 구체적이면서 덩치를 불려가는지 궁금했다. 그로인해 좌지우지 되지 않았다.

‘SKY캐슬’ 포스터(사진=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OST 표절 논란도 있다.

△뒤늦게 소식을 들었다. 확인되지 않은 부분들이 남아 있어서 드릴 말씀이 없다.

―드라마의 주제와 달리 오히려 입시 코디네이터를 찾는 부모들이 있다고 한다.

△교육 현실의 맨 얼굴이란 생각이 들어 아쉽고 답답했다.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다양하다 생각한다. ‘SKY캐슬’이 이야기하는 것은 코디가 있다는 정보가 아니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와 교육에 대한 이야기다. 20부까지 이야기가 끝나면 그 의도가 전달될거라 생각한다.

―6회 병원신을 두고 의협의 지적이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일말의 피해를 드렸다면 죄송하다. 당초 의도한 부분은 강준상(정준호 분)이란 캐릭터를 집중한 것이지 의사에 대한 메시지를 드린 것은 아니다. 해당 신은 캐릭터의 반응을 집중한 거다. 커다란 문제가 닥쳤을 때 강준상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보여주는 신이다. 부모의 권유로 의대에 들어간 사람이다. 책임감 있는 의사로서 행동하는가 보여주는 거다. 전혀 존경스럽지 않고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혜나(김보라 분)란 캐릭터가 특이하다.

△사람들이 느끼고 원하고 있다. 혜나는 지고지순해야 하고, 그런 사람이 불행을 당해야 파장이 크다고 생각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설명 되지 않는 게 많다. 내 옆에 있는 사람도 파악이 안되지 않나. 그런 현실감 반영이 인물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것 같다. 현실감 있게 캐릭터를 만들어보자는 의도에서 캐릭터가 완성된 것 같다.

―동명의 납골당과 관련이 있나.

△촬영이 임박해서 알았다. 전혀 관계 없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혜나가 죽은 후 나온 납골당이 그곳이다. 그렇게 됐다.

―고마운 배우를 꼽자면.

△모든 배우 분들에게 고맙다. 혼신의 힘을 다해줬다. 그중에서 이 작품을 출발할 수 있게 해준 분이 염정아다. 흔쾌히 출연을 수락했다. 윤세아도 그렇다. 조금 과장하자면, ‘SKY캐슬’에서 예술적 동반자인 염정아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혜나의 죽음을 앞두고 죽은 잠자리가 클로즈업됐다.

△현장에 도착하면 꼼꼼히 준비하려고 한다. 현장의 기세라는 게 있다. 그런 것들을 둘러보는데 한겨울 고등학교 교실에 잠자리가 있더라. 혜나랑 우주랑 리허설을 하다가 잠자리를 봤다. 전개를 알고 있어서 그 잠자리가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사람들이 해석해주실 줄 몰랐다.

―이수임(이태란 분) 캐릭터가 초반 욕을 먹었다.

△고통스러웠다. 이태란도 현장에서 상처 받았다. 부정적인 반응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느낀 점이 있다. 꿋꿋하게 한 신 한 신 최선을 다했다. 본인도 그런 반응을 알고 있다. 인간적으로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빛수임’으로 변하더라. 한 번 눈밖에 나면 시선이 달라지기 어려운데 시청자들이 알아주시더라.

―혼외 자식, 패륜 등 막장이란 지적도 있다.

△막장은 죄가 없다고 본다. 개연성이 없고 설득력이 없을 때 문제지, 막장은 죄가 없다. 악의적으로 사용되고, 시청자에게 자극을 위해 남용될 때 문제가 되지 않나 싶다. 자극적인 요소가 작품 안에 있긴 하다. 우리가 하려는 이야기를 풍부하게 운반하고자 가져온 설정이다.

―명장면을 꼽자면.

△한서진(염정아 분)이 김주영(김서형 분)에게 무릎을 꿇는 신이 문득 생각난다.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입시 드라마 이상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한서진이란 캐릭터는 악당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전통적인 주인공과 달리 호감을 가지기에 불편한 지점이 있다. 이런 것들을 엄마의 입장으로 진심을 담해 연기해버리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했다. 그 장면을 찍으면서 이것이 방송이 되면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생각했다. 가장 공들인 신은 ‘단체 싸움’신이다. 모여 있는 장면이 많았는데 서로 배려하면서 촬영했다. 모여서 하는 장면을 찍으면서 배우들이 캐릭터에 점점 몰입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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