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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는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 필드에서 끝난 MLB 월드시리즈(WS·7전 4승제) 5차전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5-0으로 눌렀다.
1차전에 이어 3, 4, 5차전을 내리 이긴 텍사스는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었다. 1961년 워싱턴 세너터스라는 이름으로 MLB에 첫 발을 들인 뒤 62년 만에 이룬 감격의 첫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박찬호, 추신수, 양현종 등 한국 선수들이 활약한 구단으로 국내 팬에도 친숙한 텍사스는 지난 2010년과 2011년 두 시즌 연속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차지해 월드시리즈에 나갔지만 고배를 들었던 아쉬움도 12년 만에 씻어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선 와일드카드 시리즈(3전 2승제)부터 시작해 디비전시리즈(5전 3승제), 리그 챔피언십시리즈(7전 4승제)에 이어 월드시리즈까지 원정 경기에서만 11연승을 거두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이는 MLB 포스트시즌 원정경기 연승 최장 기록이다.
텍사스가 이번에 첫 우승을 일궈내면서 MLB 구단 가운데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한 팀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밀워키 브루어스, 시애틀 매리너스, 콜로라도 로키스, 탬파베이 레이스 등 5개로 줄었다.
반면 김병현이 뛰던 2001년 이래 22년 만의 두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했던 애리조나는 끝내 정상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와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LA다저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등 강팀을 꺾는 이변을 일으켰지만 월드시리즈에선 텍사스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린 애리조나는 에이스 잭 갤런을 내세워 반전을 노렸다.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마운드에 오른 갤런은 6회까지 텍사스 타선을 노히트노런으로 틀어막았다. 하지만 애리조나 타선도 텍사스 선발 네이선 이볼디를 공략하지 못하면서 0의 균형이 계속 이어졌다.
승부는 7회초 텍사스 공격에서 갈렸다. 선두 타자 코리 시거가 빗맞은 좌전 안타를 때려 찬스를 만들었다. 당시 애리조나 내야수들은 좌타자 시거를 대비해 오른쪽으로 치우친 상태였다. 하지만 시거는 이를 역이용해 3루 쪽으로 타구를 굴려 안타를 만들었다. 갤런의 노히트 행진이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노히트 봉인에서 풀린 텍사스 타선의 집중력은 무서웠다. 다음 타자 에번 카터가 우중간에 떨어지는 2루타를 때려 무사 2, 3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 미치 가버가 중전 적시타를 때려 3루 주자 시거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천금같은 1점을 뽑은 텍사스는 결국 9회초 대거 4점을 뽑으면서 우승을 자축했다.
조시 영과 내더니엘 로의 연속 안타로 만든 무사 1, 2루에서 조나 하임의 중전안타가 나왔다. 이때 애리조나 중견수 알렉 토머스가 타구를 뒤로 빠뜨렸고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타자 주자 하임도 3루까지 진루했다. 계속된 2사 3루에서는 마커스 시미언이 좌중월 투런포를 쏘아 올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애리조나도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3회말 1사 2, 3루 기회가 있었다. 크리스천 워커의 삼진, 토미 팸의 유격수 땅볼에 그쳐 득점에 실패했다. 5회말 2사 만루에서는 로우르데스 구리엘 주니어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날 애리조나는 득점권에서 9타수 무안타에 그치면서 자멸했다.
월드시리즈 5경기에서 3홈런, 6타점 OPS 1.137을 기록한 시거는 생애 두 번째 월드시리즈 MVP에 뽑히는 기쁨을 맛봤다. 그는 LA다저스에서 활약했던 2000년에도 월드시리즈 MVP에 등극한 바 있다.
1955년 월드시리즈 MVP 상이 도입된 이래 두 차례 이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은 샌디 쿠팩스, 밥 깁슨, 레지 잭슨에 이어 시거가 역대 네 번째다. 특히 서로 다른 팀에서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한 것은 잭슨과 시거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