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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은 24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16강전에서 성남FC를 3-0으로 완파했다. 8강에 오른 포항은 강원FC와 4강 진출을 두고 다툰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관심을 끌었던 건 아들 이호재와 아버지 이기형 성남 감독의 맞대결이었다. 경기 전 이 감독은 “아들을 다른 팀 선수로 만나게 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라며 “잠들기 전 맞대결을 생각하니 미소가 나오고 흐뭇했다”고 말했다.
돈독한 부자 관계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특히 이호재가 성남 격파 선봉에 섰다. 이호재는 1-0으로 앞선 전반 27분 골 맛을 봤다. 고영준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날렵한 움직임으로 돌파했다. 이어 뒤로 내준 공을 이호재가 가볍게 밀어 넣었다.
이호재는 한 골로 만족하지 않았다. 후반 13분 김승대의 패스를 받아 쐐기골을 터뜨렸다. 후반 34분 코너킥 상황에서는 헤더로 골망을 갈랐다. 그러나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으며 해트트릭이 무산됐다.
경기 후 이호재는 “토너먼트여서 모두가 무조건 이기자는 각오로 임했다”며 “성남이 강하게 나와 당황했지만 첫 골이 빨리 들어가면서 이길 수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두 골을 넣은 이호재는 각기 다른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첫 골땐 이 감독이 있는 벤치 방향으로 하트를 만들었다. 추가 득점 후에는 세리머니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호재는 하트 세리머니에 대해 “관중석 2층에 어머니가 계셔서 한 건데 우연히 아버지가 서 계신 방향과 겹쳤다”면서 “두 번째에는 아버지 구단이다 보니 자제한 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골이 없다 보니 답답한 것도 있었는데 부담감을 털어낼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이호재에게도 아버지와의 맞대결은 특별했다. 그는 “성남과 경기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부터 부담이 있었다”며 “경기장에 오니 실감이 났다. 첫 골 이후 긴장이 풀렸고 자신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승자와 패자가 갈렸지만 마냥 기뻐할 순 없었다. 이 감독은 “처음 경기를 하기 전에는 기분 좋은 것도 있고 설레기도 했다”면서 “막상 끝나고 나니 다시 이런 경기를 하고 싶지 않다”며 부담감을 털어놨다.
이호재 역시 “골 넣고 이기기까지 하니 기분이 엄청 좋았는데 한편으론 애매했다”며 “경기 후 아버지 뒷모습을 보는데 감정이 교차하며 울컥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승자와 패자가 있지만 다신 안 만나고 싶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호재는 다른 축구인 가족의 ‘부자 대결’을 어떻게 바라볼까. “다신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 그는 “모든 축구인 2세가 해봤으면 좋겠다”라고 웃었다. 그는 김기동 감독의 아들인 김준호를 언급하며 “준호는 같은 팀이라 이기면 서로 좋지만 난 반대다. 그래서 애매하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