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로 돌아온 마스터스가 악명을 드높이며 선수들을 쩔쩔매게 했다.
9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제85회 마스터스 첫날 7언더파 65타를 쳐 단독 선두로 나선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를 비롯해 공동 2위에 오른 브라이언 하먼(미국)과 마쓰야 히데키(일본·이상 3언더파 69타)만 60타대 타수를 적어냈다.
5개월 전, 11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마스터스에선 첫날 24명이 60타대 성적을 적어내며 악명 높은 오거스타 내셔널 코스를 유린했다.
첫날부터 언더파가 속출했고, 더스틴 존슨(미국)은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를 적어내며 마스터스 역대 최저타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5개월 만에 전혀 다른 코스가 됐다. 버디와 이글이 쏟아졌던 말랑말랑한 코스가 아닌 선수들을 속수무책으로 만들었다. 그린이 단단해지고 매끄럽게 변한 게 가장 큰 변화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그린은 빠르기로 악명이 높다. 1,2라운드 땐 평균 3.8m, 3라운드 이후엔 4m 이상으로 높인다. 이 정도 그린스피드는 공이 멈출 듯하다가 계속 굴러간다. 경사가 있는 곳에선 더 속도가 붙어 제어하기 어려워진다.
11월의 마스터스에선 그린이 푹신푹신해지고 비가 내리면서 그린 속도마저 느려진 탓에 예전의 악명을 찾지 못했다.
이번엔 달랐다. 빠르고 단단한 그린 탓에 한 홀에서만 몇 타씩 까먹는 선수가 많아졌다. 그린 위에서 고전한 선수들의 성적도 크게 높아져 지난해 1라운드에선 53명이 언더파 성적을 적어냈으나 이번 대회에선 겨우 12명에 그쳤다.
평균 타수는 지난해 대회 1라운드에선 71.413타였고 이번 대회에선 74.523타까지 높아졌다. 같은 코스지만, 무려 3.11타가 높아졌을 정도로 쩔쩔맸다.
1라운드 성적을 기준으로 예상 컷오프는 3오버파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작년 대회는 이븐파였다.
난도 높은 코스로 악명을 드높여왔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1997년 타이거 우즈에 의해 무참히 짓밟혀 자존심을 구긴 바 있다.
투어 2년 차이던 우즈가 18언더파 270타를 치며 2위를 무려 12타 차로 따돌리고 그린재킷을 입었다. 1996년 우승자 닉 팔도(잉글랜드)보다 6타나 적은 타수였다.
우즈에게 점령당한 오거스타는 이듬해 전장을 늘리고 그린을 더 어렵게 하는 등 대대적으로 코스를 정비해 난도를 더 높였다. 다음 해 우승을 차지한 마크 오메라(미국)는 9언더파, 1999년 우승자 호세 마리아 올라자발(스페인)를 쳤다. 1997년 6925야드였던 코스는 7475야드까지 길어졌다.
20년 가까이 악명을 유지해온 오거스타 내셔널은 지난해 다시 자존심을 구겼다. 존슨이 20언더파를 치며 역대 최저타 신기록을 세웠다. 올해 난도가 더 높아진 이유다.
남은 사흘 동안 날씨마저 변덕스러울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이번 대회에서 언더파 우승자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2라운드가 열리는 10일은 구름이 끼지만, 더울 것이라는 예보다. 오후 2시부터는 산발적으로 소나기가 내리고 낙뢰가 칠 것이라는 예보도 있다. 난코스에 변덕스러운 날씨마저 이겨내야 하는 이중고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