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캠프가 중요한 이유다. 어떻게, 얼마만큼 준비를 체계적으로, 완벽히 했느냐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기대감 가득한 시즌을 앞두고 최정은 “준비가 잘 되고 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이번 캠프서 더 중점적으로 훈련하는 부분, 그리고 약간의 변화를 준 부분이 있다고 했다. 수비와 체력이다. 최정은 “수비를 조금 더 부드럽게 하려고 연습했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더 많이 했다”고 말했다.
▲“부드러운 수비, 실수 영상 보며 내린 결론”
최정에겐 지난 해 불명예 기록이 하나 있다. 실책이다. 19개의 실책을 범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실책수를 기록했다. 2011, 2012시즌을 합쳐 실책수가 고작 11개밖에 되지 않았던 최정의 수비력을 감안하면 수비에선 불안한 이미지를 심어줬다.
스트레스도 참 많이 받았다. 그래서 최정은 이번 겨울, 수비 보완을 위해 더 많은 힘을 썼다. 올시즌 새로 영입된 세이케 코치가 도움이 돼줬다. 최정은 “세이케 코치가 지난 해 수비 실수 영상을 보시고 고쳐보자고 하셨다. 조금 더 수비가 부드럽게 변했다는 느낌이다”고 설명했다.
세이케 코치는 수년간 세이부 라이온즈와 라쿠텐 골든이글스 코치로 활동했고 2002년엔 LG 수비코치도 맡은 바 있다. 2010년 11월 마무리훈련부터 이듬해 6월까지 SK 수비 인스트럭터도 해 인연이 있었다.
최정은 “수비는 좀 더 부드럽게 하려고 한다. 포구자세에서 부드럽게 힘을 빼고 하라고 조언해주셨다. 내가 조금 공격적이고 투박하게 수비를 하는 스타일이었다면 지금은 힘을 빼고 유연한 글러브질로 부드럽게 수비를 하려고 연습했다“고 했다.
최정은 강하고 빠른 타구도 대시해 잡는 스타일이다. 수비도 공격적으로 임했다. 공이 글러브에 들어올 때까지 다리를 계속 움직여 타구를 처리한다. 하지만 올해는 발로 움직여 타구를 잡기 보단 부드러운 핸들링에 더 초점을 맞추고 훈련하고 있다.
아무래도 빠른 타구를 대시해 처리할 때는 바운드를 맞추기도 쉽지 않고 타구가 튕겨 나갈 수 있는 확률이 크지만 전진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핸들링으로 타구를 처리하면 보다 실수는 적어질 수 있다는 것이 세이케 코치의 생각이었다.
특히 지난 해 WBC에서 수비 도중 당한 부상으로 트라우마까지 생긴 터였다. 글러브 앞에서 공이 바운드되면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갔다. 예전과 같은 수비 방법으로는 타구 처리에 어려움이 있었기에 훈련 방식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었다. 핸들링으로 유연하게 타구를 처리하는게 체력적으로도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함께 했다.
성과는 만족스럽다. 늘 열심히 하는 최정의 성격대로 펑고도 정말 많이 받았다.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수비 할 때도 반응속도가 더 빨라진 느낌이다”고 말했다.
▲“체력 보완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 집중”
최정이 이번 캠프서 변화를 준 것 또 하나.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최정은 “몸이 커져서 옷이 좀 작아졌다”며 웃었다. 넥센 강정호도 이번 겨울 웨이트 트레이닝에 한껏 신경을 썼듯, 최정 역시 그랬다.
그가 다른 때보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더 신경을 썼던 이유는 체력적으로 아쉬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정은 캠프를 떠나기 전부터도 “체력이 많이 중요하다는 걸 느껴서 지구력, 폐활량을 늘리는 훈련을 하고 있다”고 한 바 있다.
최정은 “힘이 기술을 이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힘이 떨어지면 되지 않는다. 여름 지나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똑같은 스피드의 공에 대처한다 했을 때 시즌 초반과 후반 순발력 차이가 많다는 걸 느꼈다. 초반에 실투를 잘 잡아서 쳤는데 힘들다보니 실투 놓치고 그게 다 파울이 되고 순간적인 폭발력이 떨어진 것 같았다”고 했다.
최정은 지난 해 4월 3할2푼4리, 5월 3할5푼1리, 6월 3할3푼3리의 고타율을 기록하다 7월 2할6푼5리로 타율이 뚝 떨어졌다. 8월에도 2할8푼6리로 3할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선선해진 9월 3할2푼9리로 제모습을 찾았다. 꾸준하지 못했다는 것이 지난 시즌 제일 아쉬운 부분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는 “후반에 힘 빠질 때 이겨낼 수 있는 근력을 키우고 싶었다. 웨이트를 많이 해서 시즌때 꾸준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새외국인 용병 루크 스캇의 영향을 받았다. 스캇은 메이저리그(MLB) 통산 135개의 홈런을 친 경력으로 외국인 타자들 중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주인공. ‘소년장사’라고도 불린 최정이지만 힘에서만큼은 열살 많은 루크 스캇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최정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파워를 더 보강하고 싶었다.
최정은 “타구가 나가는 것부터 다르다. 힘이 좋으면 공을 오래 볼 수 있고, 길게 본 다음에 때려도 좋은 타구가 나온다. 힘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런걸 보면서 내가 힘이 부족하다 느꼈다”면서 “스캇한테도 자극을 받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