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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만해도 일반 대중들은 조현우의 이름을 거의 몰랐다. 소속팀 대구FC가 주로 K리그 2부리그에 머물던 약팀이다 보니 존재감을 알리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 6월에 열린 러시아 월드컵을 계기로 상황은 급변했다.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골문을 지키며 신들린 방어 실력을 뽐냈다.
독일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선 눈부신 선방쇼로 한국의 기적같은 2-0 승리를 견인했다. 한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그 경기의 ‘맨 오브 매치(MOM)’로 선정됐다.
무명 골키퍼였던 조현우는 러시아 월드컵을 기점으로 국민적인 스타가 됐다. 조현우의 일거수 일투족에 눈과 귀과 쏠렸다. 심지어 그가 머리카락을 세울때 사용하는 헤어 제품까지 화제가 될 정도였다.
조현우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 9월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그의 존재감은 다시 빛났다. 이란과의 16강전에서 무릎 부상을 당했지만 투혼을 발휘해 4강과 결승전에 출전, 골문을 든든히 지켜 금메달 2연패를 일궈냈다.
K리그로 돌아온 조현우는 대구FC를 일으켜 세웠다. 대구FC는 시즌 전 유력한 강등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12개팀 가운데 7위로 시즌을 마쳤다. ‘조현우 효과’가 톡톡히 작용했다.
올 한해 쉴 틈 없이 달려온 조현우는 마지막 도전에 나선다. 바로 FA컵 우승이다. FA컵은 프로와 아마를 통틀어 최고의 클럽팀을 가리는 대회다. 대구FC는 2016년 K리그 2부리그 우승을 차지해 1부리그 승격을 이룬 경험이 있다. 하지만 1부리그나 FA컵 우승은 아직 없다.
FA컵 우승을 차지하면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다. 시민구단 여건상 1부 리그 우승이 쉽지 않은 대구FC로선 FA컵 우승에 더 욕심이 생긴다.
대구FC의 FA컵 결승 상대는 울산 현대다. 지난 시즌 FA컵 우승팀으로 올해 K리그 1부리그 3위를 차지했다. 5일 오후 7시 30분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결승 1차전, 8일 오후 1시30분 대구스타디움에서 결승 2차전이 열린다.
객관적인 전력은 울산이 앞선다. 올해 3번의 맞대결에서도 울산이 모두 2-0으로 이겼다. 하지만 조현우가 골문을 지키는 대구FC를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조현우의 의지도 어느 때보다 불타고 있다.
조현우는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FA컵 결승 기자회견에서 “리그 잔류를 확정짓고 FA컵만 생각했다”며 “준비를 잘했다. 기대되고 설렌다”고 말했다. 조현우는 “아시안게임 결승전도 정말 간절했지만 그건 지나간 경기다. 이번 FA컵 결승전은 대구스타디움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다”며 “안드레 감독님과 역사를 쓰는 과정이다. 꼭 승리해 시민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훈련 시작때와 끝날 때마다 ‘우승 파이팅’을 외치며 간절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머리를 자르는 루틴이 있는데 이번 결정전을 앞두고도 머리를 깔끔하게 해서 준비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안드레 대구FC 감독도 “조현우는 겸손하고 성실한 선수다. 당연히 성공해야할 선수다. 울산이 쉽게 득점하지 못할 것이다”며 “조현우가 수문장으로 골문을 든든하게 지켜주길 기대한다”고 신뢰감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