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우 IB스포츠 캐스터 "레슬매니아란? 잊지 못할 평생의 기억이죠"(인터뷰)

이석무 기자I 2022.04.01 09:06:51

17년째 WWE 중계 책임져...국내 레슬팬들의 열렬한 지지 받아
올해 레슬매니아, 역대 최대 규모...현장감 넘치는 중계 예고

정찬우 IB스포츠 캐스터. 사진=이석무 기자
2019년 미국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슬매니아 대회에서 현장 중계를 했던 정찬우 캐스터. 사진=IB스포츠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레슬매니아요? 스포츠팬들 모두가 평생 간직할 멋진 기억이죠”

스포츠전문채널 IB스포츠의 간판인 정찬우(42) 캐스터는 한국을 대표하는 베테랑 아나운서다. 2006년 6월 CJ미디어에 입사한 이래 17년째 마이크 앞에서 스포츠 현장의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프로농구, 프로축구, 종합격투기, 골프 등 대한민국에 소개되는 모든 스포츠를 다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프로레슬링 팬들에게 정찬우 캐스터는 단연 독보적인 존재다. 아나운서 생활을 시작한 2006년부터 세계 최대 프로레슬링 WWE 중계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한민국에 스포츠 중계를 책임지는 여러 아나운서들이 있다. 하지만 가장 독특한 분야인 WWE 중계를 이처럼 오랫동안 맡았던 이는 정찬우 캐스터가 유일하다. 그에게 WWE는 아나운서 경력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우선은 제가 속한 회사가 주요 콘텐츠로 WWE를 선택한 것이 저한테도 영향을 미쳤죠. 한편으로 2015년 미국 현지에서 열린 WWE 레슬매니아 출장을 다녀오면서 제 생각을 많이 바꿨습니다. 이 분야와 평생 함께 가도 괜찮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WWE가 얼마나 거대한 단체인지, 레슬러들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했죠. 그 이후 WWE에 더 집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실제 대한민국에서 정찬우 캐스터보다 더 많이 WWE 현장을 직접 경험한 이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방송인으로 최초로 WWE 최고 무대인 레슬매니아를 현지 생중계한 주인공도 바로 그다. 지금까지 두 번의 레슬매니아와 한 번의 섬머슬램을 현장에서 시청자에게 생생히 전달했다. WWE 현장을 직접 경험하면서 그들의 프로페셔널함에 많이 놀라기도 했다.

“다른 종목 현장 분위기는 조금 경직돼있다는 느낌을 주는데요. 아마 승부에 대한 긴장감 때문인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WWE 현장은 마치 록페스티벌을 보는 것처럼 축제 분위기입니다. 그 안에서 서로 자유롭게 의사소통하고 더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 있죠. 그래서 참으로 매력적인 비즈니스 세계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한 국내 WWE 팬들도 정찬우 캐스터에게만큼은 열렬한 환호와 지지를 보낸다. 팬들은 그에게 ‘빛찬우’라는 재치있는 별명까지 선물했다.

“팬들이 좋게 생각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사실 WWE는 스포츠인 동시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로 접근을 해야 합니다. 너무 진지하게 접근하기보다는 여러 쉬운 표현이나 재미있는 비유 같은 것을 섞어서 쓰려고 노력하는데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신거 아닌가 싶습니다. 레슬링 팬분들이 좋은 이야기를 해주실 때마다 더욱 힘이 납니다”

아나운서 초창기부터 10여년 넘게 레슬매니아를 중계한 정찬우 캐스터는 2022년에도 역시 시청자들과 함께 한다. 비록 코로나19 때문에 미국 현지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지는 못하지만 풍부한 현장 경험과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경기장 감동을 생갱히 전달하려고 한다.

올해 레슬매니아는 한국시간으로 4월 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 위치한 AT&T스타디움에서 개최된다. AT&T스타디움은 최대 8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개폐식 경기장이다. ‘프로레슬링의 슈퍼볼’이라 불리는 레슬매니아는 역대 최대 규모의 이벤트로 치러질 예정이다.

“WWE가 코로나19 팬더믹을 극복하고 다시 한 번 거대한 쇼를 만들겠다는 선언의 의미가 담긴 레슬매니아라는 생각이 들어요, 경쟁단체의 강력한 도전을 받는 상황에서 이런 거대한 쇼는 우리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올해 레슬매니아는 WWE를 대표하는 선수인 로만 레인즈와 브록 레스너가 ‘지상 최대의 경기’라는 거대한 수식어를 달고 경기를 치른다. 최고의 UFC 여성 챔피언에서 현재 최강의 프로레슬러로 변신한 론다 로우지도 여성 챔피언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WWE의 살아있는 전설인 언더테이커도 명예의 전당 헌액자로 팬들과 다시 만난다.

“브록 레스너와 로만 레인즈는 제가 처음 미국 출장을 갔던 2015년에 레슬매니아 메인이벤트에서 맞붙었습니다. 이번에 다시 대결을 펼치게 됐는데 그때와는 두 선수가 완전히 반대 입장이 됐죠.

당시 브록 레스너의 카리스마는 누구도 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로만 레인즈는 팬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동시에 많은 야유도 받고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로만 레인즈가 더 강력한 카리스마를 쌓으면서 WWE의 확실한 원탑으로 우뚝 섰구요. 반면 브록 레스너는 확실히 세월이 많이 지났다는 느낌이 살짝 들기도 합니다.

7년 전과 같은 대결이지만 세대가 바뀌고 시대가 달라졌다는 것이 실감나는데요. 그런 변화들까지 염두에 두면서 이번 경기를 관심있게 지켜보면 더 재밌을 것 같습니다.

론다 로우지 역시 출산을 한 뒤 3년 만에 링에 돌아왔는데요. 아이를 키우면서 복귀를 결정한 것을 보면 프로레슬링에 대한 애정이 확실히 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찬우 캐스터에게 ‘레슬매니아는 OOO이다’라는 간단하면서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그는 최고의 캐스터 답게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명쾌한 대답을 내놓았다.

“레슬매니아란 우리 모두가 평생 간직할 기억이라고 생각합니다. WWE를 잘 모르는 분들도 헐크 호건이나 안드레 더 자이언트, 더 락, 언더테이커 같은 선수들의 이름은 들어보신 적이 있을겁니다. 헐크 호건이 자이언트를 들어넘기는 장면은 모르는 분이 거의 없겠죠. 그밖에도 정말 수많은 명장면이 떠오릅니다. 그런 순간들을 기억하면서 세월이 흘러도 모두가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이죠”

정찬우 캐스터는 올해 레슬매니아라는 큰 이벤트를 앞두고 팬들에게 미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많이 힘드셨을텐데 WWE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드릴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습니다. 수많은 전설적인 선수들이 있지만 앞으로 WWE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선수들도 관심을 가진다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같은 로만 레인즈라 하더라도 어떻게 캐릭터가 바뀌고, 선수가 성장하는지 지켜본다면 그만큼 흥미롭게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2018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WWE 서머슬램 현장 중계를 담당한 정찬우 캐스터. 사진=현장중계 화면 캡처
2019년 레슬매니아 현장에서 전설적인 레슬러 커트 앵글과 인터뷰하는 정찬우 캐스터. 사진=IB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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