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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31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호주와의 2015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1-2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한국은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꿈을 이루는데 실패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역대 4번째 아시안컵 준우승이다. 한국은 앞서 1972년 1980년, 1988년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둔 바 있다. 이번 준우승까지 더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최다 준우승 기록을 세웠다.
반면 호주는 아시아축구연맹(AFC)로 편입된 이후 첫 아시안컵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 2011년 일본에게 결승전에서 패해 준우승에 그쳤던 아쉬움을 씻어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멀티플레이어’ 박주호(마인츠)를 왼쪽 윙어로 기용하는 승부수를 걸었다. 호주의 강점인 측면 공격을 전방에서부터 저지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원래 주전 왼쪽 윙어인 손흥민(레버쿠젠)은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전방 공격수로는 이정협(상주 상무)이 나섰다. 공격형 미드필더로는 남태희(레퀴야)가 2선에서 이정협을 지원했다.
중앙 미드필더로는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정현수(광저우 부리)가 출전했고 포백라인은 김진수(호펜하임), 곽태휘(알힐랄), 김영권(광저우 헝다), 차두리(FC서울)가 나란히 섰다. 골문은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지켰다.
초반은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호주가 볼 점유율을 높이면서 경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한국은 상대 진영부터 강한 압박으로 호주의 패스 길을 막았다. 한국의 효과적인 수비에 호주는 이렇다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중원에서 계속 치열한 싸움이 펼쳐졌다.
특히 호주의 강점인 측면 크로스를 저지하기 위해 손흥민, 박주호 등 윙어들이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남태희도 호주 중앙 미드필더 마일 예디낙(크리스탈 팰리스)을 계속 압박하며 공격 템포를 늦췄다.
한국은 전반 30분 이후 공격 주도권을 빼앗았다. 전반 36분 김진수가 크로스를 올린 것을 손흥민이 몸을 날려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했지만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2분 뒤에도 차두리가 오른쪽을 질풍처럼 파고든 뒤 손흥민에게 연결했지만 슈팅이 호주 수비 발을 맞고 나가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은 전반 41분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호주 수비수 제이슨 데이빗슨이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손을 쓰는 반칙을 범해 한국에게 프리킥이 선언됐다. 기성용의 킥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지만 전반전에 가장 좋은 찬스였다.
하지만 한국은 전반 종료 직전 뼈아픈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중원에서 볼을 빼앗긴 것이 화근이었다.
한국 진영 페널티박스 외곽에서 공을 잡은 루옹고가 오른발 중거리슛을 날렸다. 루옹고의 발을 떠난 공은 골키퍼 김진현의 손을 지나 골문 구석을 꿰뚫었다. 한국이 이번 대회 6경기만에 내준 첫 실점이었다.
전반을 0-1로 뒤진 채 마친 한국은 후반전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다. 후반 14분경 프리킥 찬스에서 곽태휘의 헤딩이 골키퍼 정면으로 간 것이 가장 아쉬운 장면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남태희를 빼고 이근호(엘자이시)를 투입해 공격에 변화를 줬다. 호주도 팀 케이힐을 빼고 190cm 장신 토미 유리치를 집어넣으며 제공권을 강화했다.
후반 25분에는 박주호가 빠지고 한국영(카타르SC)까지 교체로 들어갔다. 한국영의 투입으로 기성용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왔다. 공격에 더욱 무게를 싣는 선수 기용이었다.
계속해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몰아쳤지만 패스미스가 잦았다. 미드필드에서 계속 공을 뺏기다보니 오히려 위험한 역습을 허용했다. 호주 진영에서 문전으로 찔러주는 패스는 좀처럼 슈팅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번번이 호주 수비에 걸렸다. 답답한 시간만 계속 흘러 갔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41분 수비수 김주영(상하이 둥야)을 투입하고 최후방 수비수 곽태휘를 최전방으로 올리는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한국의 공격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호주 진영 외곽에서 맴돌기만 했다.
그런데 후반 추가시간 기적이 일어났다. 후반 정규시간이 모두 끝나고 추가시간 3분 가운데 1분이 지난 시점에서 손흥민의 극적인 골이 터졌다. 손흥민은 호주 진영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기성용이 살짝 안으로 밀어준 패스를 받아 안으로 파고든 뒤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광고판을 뛰어넘어 한국 응원단과 함께 골세리머니를 펼치며 기쁨을 함께 했다.
승부는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한국은 연장 전반에서 곽태휘를 앞세운 헤딩 공격으로 호주 골문을 노렸다. 하지만 마무리 순간까지 연결되지 못했다.
오히려 동점 균형을 깬쪽은 호주였다. 연장 전반 종료 직전 유리치가 한국 오른쪽 수비 압박을 뚫고 크로스를 연결했다. 골키퍼 김진현이 이를 쳐냈지만 2선에서 달려온 제임스 트로이시에게 골을 내주고 말았다.
경기 내내 좋은 활약을 펼쳤던 김진수가 유리치와의 몸싸움에서 밀린 것이 실점의 빌미를 줬다.
한국은 연장 후반 곽태휘를 다시 최전방에 올리고 공격에 올인했다. 장현수가 다리 경련으로 제대로 뛰지 못하면서 공격 전개가 원활하지 않았다. 호주는 리드를 지키기 위해 최전방 공격수 1명을 빼고 전원 수비를 펼쳤다. 두 팀 모두 체력은 바닥난 상황에서 정신력으로 버텼다.
한국은 마지막 순간까지 총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호주의 골문을 끝내 열리지 않았고 야속한 종료 휘슬은 울리고 말았다. 8만 호주 관중들이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는 동안 우리 선수들은 모두 주저앉아 아쉬움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