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두부(DOOBU, 본명 박동현)가 자신의 춤 인생 25년을 돌아보며 수차례 꺼낸 말이다. 그만큼 두부는 오로지 춤만 생각하며 험난한 길을 걸어온 끝에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두부는 빅뱅 태양,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비투비, 스트레이 키즈, 엔하이픈 등 인기 K팝 아티스트들과 잇달아 협업하며 국내 최정상급 안무가로 올라섰다. 두부는 최근 인터뷰에서 도전 정신과 헝그리 정신, 그리고 춤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자신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늘 돈보다 꿈이 우선이었어요. 남들이 보기엔 무모해 보일 정도로 모든 걸 포기하고 오직 춤만 좇은 순간도 많았고요.”
두부는 혼성그룹 샤키의 백업 댄서로 처음 방송 무대에 오른 17살 때부터 춤에 자신의 모든 걸 걸었다. 당시 두부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하는 모험을 택했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3만원이었던 봉천역 인근 단칸방이 ‘고딩 댄서’ 두부의 첫 꿈의 터전이었다.
두부는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 곳이었다”며 “부산에 춤을 배울 만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던 시절이라 그렇게라도 서울살이를 시작해야 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TV로만 보던 무대에 올라본 뒤 끓어오르는 열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도 했다.
두부는 서울살이를 시작한 이후부터 20대 초반까지 유승준 안무를 도맡았던 ‘ING’, 베이비복스, 장나라, 컨츄리 꼬꼬 등의 안무를 담당한 ‘스타시스템’, 영턱스클럽 최승민이 이끌었던 ‘넛츠보이즈’ 등 유명 댄스팀을 두루 거치며 경력을 쌓아나갔다.
활동 기반을 다진 이후에도 과감한 도전과 발전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은 덕분에 매번 남들보다 한 발씩 앞서나갈 수 있었다. 두부는 “가요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일본 댄스계의 강점을 흡수하기 위해 도쿄에서 3개월간 유학 생활을 보내기도 했고, 스트리트 댄스계에서도 인정받기 위해 실력을 갈고닦아 각종 대회에서 상도 휩쓸었다”고 돌아봤다.
결정타는 20대 후반 모든 걸 포기하고 올랐던 미국 유학길이다. 두부는 저스틴 팀버레이크,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유명 팝스타들이 춤을 배웠던 LA 소재 댄스 스튜디오 ‘밀레니엄 댄스 컴플렉스’로 무작정 찾아가 춤을 배웠다. 국내로 돌아온 뒤엔 ‘얼반 댄스 1인자’로 불리며 업계를 평정하다시피 했다.
“현지 수강생들이 저를 ‘미친놈’이라고 불렀어요. 2개만 들어도 지치는 수업을 하루에 5개씩 들었으니까요. (웃음).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전 재산을 털어 ‘올인’했던 일인데 다행히 미국에서 수업을 들으며 찍어 올린 춤 영상이 커뮤니티에서 대박이 터졌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각 기획사에서 러브콜이 쏟아졌죠.”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안무가를 넘어 퍼포먼스 디렉터로 발돋움하는 데 힘썼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하이브와 CJ ENM이 합작해 설립한 빌리프랩에서 퍼포먼스 디렉터를 맡아 엔하이픈의 성장을 이끈 게 시야를 넓히며 새로운 목표점을 설정하는 계기가 됐다.
“퍼포먼스 디렉터는 안무를 짜고 연습을 시키는 안무가의 영역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무대 연출까지 관여하는 역할이죠. 머리 각도, 헤드셋이 틀어지는 방향, 심지어 조명 강도까지, 아티스트가 어떻게 하면 무대에서 가장 멋지게 보일 수 있을까를 고민한 뒤 솔루션을 제시해주는 게 퍼포먼스 디렉터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난 1월 발표한 곡인 ‘건물 사이에 피는 장미’로 음원차트에서 역주행을 이뤄내며 주목받고 있는 하이키의 퍼포먼스 디렉터도 두부다. 두부는 하이키와 호흡을 맞추자마자 멤버들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또 한 번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K팝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에 맞춰 K팝 퍼포먼스 역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퍼포먼스 디렉터 분야에서도 정점에 올라 K팝 퍼포먼스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저희 새로운 도전 과제이자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