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리얼 로프트 5.5도·188g 헤드…미켈슨, 47.9인치 드라이버의 비밀

임정우 기자I 2021.05.24 13:30:09

미켈슨, PGA 챔피언십서 메이저 최고령 우승
우승 비밀 병기는 47.9인치 롱 드라이버
리얼 로프트 5.5도, 헤드 무게 188g

필 미켈슨.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에서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운 필 미켈슨(미국)의 비밀 병기는 47.9인치짜리 롱 드라이버다.

미켈슨은 24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키아와 아일랜드 골프 리조트 오션 코스(파72)에서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쳤다. 최종합계 6언더파 288타를 기록한 미켈슨은 공동 2위 브룩스 켑카(미국),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1970년 6월생인 미켈슨은 만 50세 11개월의 나이로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르며 메이저 대회 역사상 최고령 우승과 사상 첫 50대 우승이라는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우승 상금으로 216만달러를 받은 미켈슨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승수를 45승으로 늘렸다.

메이저 최고령 우승의 비밀 병기는 특별 제작된 47.9인치짜리 롱 드라이버다. 미켈슨은 이번 대회에서 일반적으로 프로골퍼들이 사용하는 드라이버보다 1~2인치 이상 길고 미국골프협회(USGA)의 한계 규정인 48인치에 단 0.1인치 짧은 드라이버를 사용했다.

선택은 적중했다. 전장이 7876야드로 메이저대회 중에서도 가장 긴 코스를 자랑하는 키아와 아일랜드 골프 리조트 오션 코스를 완벽하게 정복했다. 그는 이번 대회가 열린 나흘간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 313.1야드, 최장 거리 366야드를 기록했다.

롱 드라이버의 문제로 꼽히는 정확도도 나쁘지 않았다. 그는 나흘간 페어웨이 안착률 55.36%를 기록하며 우승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47.9인치 롱 드라이버가 가장 빛난 장면은 최종 4라운드 16번홀이다. 그는 583야드로 세팅된 파5 16번홀에서 페어웨이 정중앙으로 366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날리며 값진 버디를 낚아챘다. 미켈슨은 이 버디로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미켈슨이 이번 대회에서 사용한 드라이버는 캘러웨이 에픽 스피드 트리플 다이아몬드 6도 드라이버다. 샤프트는 후지쿠라 벤투스 블랙 6X를 장착했고 길이는 47.9인치로 만들었다. 이 드라이버에는 몇 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다.

미켈슨에 앞서 46인치가 넘는 롱 드라이버를 사용한 선수들은 종종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수들은 거리 증가의 효과를 크게 보지 못했다. 클럽 스피드는 빨라졌지만 공에 전달되는 힘, 볼 스피드가 함께 증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켈슨은 클럽 스피드와 볼 스피드를 최대로 늘리기 위해 캘러웨이와 함께 머리를 맞댔다. 다양한 시도 끝에 이번 대회를 앞두고 공에 최대의 힘을 전달하는 드라이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가장 큰 차이는 드라이버 헤드에 있다. 클럽 길이를 늘리면 스윙 아크가 커져 공의 탄도가 높아지는 만큼 로프트를 6도로 만들었다. 슬리브 자체도 드라이버 헤드의 로프트를 -2도까지 낮출 수 있도록 맞춰 특별 제작됐다. 미켈슨의 드라이버 헤드의 실제 로프트가 5.5도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드라이버 헤드의 무게도 일반적인 제품보다 가볍게 했다. 미켈슨이 사용한 드라이버 헤드의 무게는 188g으로 일반적으로 선수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드라이버의 헤드 무게(196~200g)보다 10g 정도 가볍게 만들어졌다.

캘러웨이 투어팀 관계자는 “드라이버 길이를 길게 만든다고 해서 공이 무조건 멀리 가는 데 아니다”라며 “미켈슨처럼 클럽 스피드와 볼 스피드가 함께 증가했을 때 거리가 더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드라이버 헤드의 로프트는 6도지만 특별 제작된 슬리브를 장착해 실제 로프트는 5.5도”라며 “드라이버 헤드를 가볍게 한 이유는 스윙 웨이트를 맞추기 위해서다. 미켈슨에게 딱 맞는 클럽과 노력이 더해져 이번 대회에서 공을 멀리 똑바로 보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샤프트도 일반적으로 제작된 샤프트와 다르다. 기존의 제품을 그대로 장착하면 낭창거릴 수 있는 만큼 47.9인치에 맞춰 팁 부분을 조금 더 무겁고 강하게 만들었다.

캘러웨이 투어팀 관계자는 “46인치가 넘는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투어 선수들은 거의 없다. 장타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사용하는 드라이버를 가지고 PGA 챔피언십을 제패한 미켈슨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미켈슨처럼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롱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선수들이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필 미켈슨. (사진=AFPBBNews)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