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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기가 시작 되기 전 만나게 되는 박병호는 참 여린 남자다. ‘저런 것 까지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예민하고 조심스럽다.
그저 야구만 잘 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하지 않기에 더욱 그런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는 야구 뿐 아니라 하나의 인간으로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픈 욕심을 가진 선수다. 그가 대선배 이승엽을 괜히 롤 모델로 삼은 것이 아니다.
이승엽이 그랬던 것 처럼 그 역시 신경 쓰는 데가 많다. 자연스럽게 그런 모습에서 ‘약한’ 느낌이 풍긴다.
그러나 타석에 들어 선 박병호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생각 많고 조심스러운 사람에서 결단력과 파워가 빼어난 남자로 거듭난다.
그의 홈런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박병호는 여전히 대한민국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치는 선수다.
처음엔 단점이 더 많은 선수라고 했다. 특히 몸쪽 공이 약점이라고 했다. 다들 그의 몸쪽만 집요하게 노렸다.
박병호가 최고가 된 건 이 몸쪽을 공략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양 팔을 몸에 붙여 마치 팔목으로만 돌리는 듯 한 스윙으로 공을 한참 멀리 날려버리는 것이 이젠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더 이상 상대 배터리가 그의 몸쪽을 맘껏 공략하지 못하게 된 이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실제 박병호는 타석에서 두려움이라는 단어를 지워 버렸다.
몸쪽이 약점인 선수는 그만큼 많은 공을 몸에 맞는다. 박병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박병호는 지금껏 공에 맞아 크게 넘어지거나 신음한 적이 없다. 그만큼 큰 부상을 당한 적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에 맞았다고 약하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더 강하게 작용했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를 보면 몸에 맞는 볼 뒤에도 선수들이 아무렇지 않게 1루로 향한다. 그것이 투수와의 기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경기를 빠질 정도의 부상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난 뒤로 물러서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몸쪽 공에 움찔하지 않는 타자는 실제 상대 배터리에 두려움을 주게 된다. 몸쪽을 치는 나름의 방식도 있고 몸쪽 공에 긴장도 하지 않는다. 그것이 지금의 박병호, 그리고 그의 홈런을 만든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다.
한때 박병호는 너무 예민하고 생각이 많아 안된다고 했다. 기자가 볼 때 그는 여전히 예민하고 생각이 많다. 하지만 적어도 그의 가슴 속에 두려움이라는 단어는 사라졌다. 약점을 기어코 극복해 낸 기술의 진화도 있었다. 박병호가 더 이상 불안한 챔피언이 아닌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