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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용운 기자] 잡히면 죽는 도망자와 잡지 못하면 죽는 추격자. 이 둘의 숙명적인 관계가 2010 대중문화계의 핫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6일 첫 선을 보인 KBS 2TV 수목 드라마 ‘추노’는 방송 4회 만에 시청률 30%를 넘어서며 경인년 벽두 대박드라마 탄생을 알렸다.
‘추노’는 병자호란 이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도망노비를 쫓는 추노(推奴)꾼을 전면에 세운 사극이다. 당대 최고의 추노꾼인 대길(장혁 분)이 연모했던 혜원(이다혜 분)과 억울한 누명을 쓰고 노비로 전락한 전 훈련원 도감 태하(오지호 분)를 쫒는 내용이 극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추노’는 ‘역사가 담지 못한 조선 최대의 노비 추격전’을 표방한 만큼 기존의 사극과는 다른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그 중 핵심은 ‘도망자’와 ‘추격자’가 극의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이전의 사극들이 왕과 신하를 중심으로 권력관계에서 파생되는 드라마에 집중했다면 ‘추노’는 도망가는 사람과 쫓는 사람의 사연과 두 집단에서 오는 긴장감에 방점을 두었다.
덕분에 ‘추노’는 매회 긴박한 전개로 시청자에게 마치 ‘미국 드라마’같은 속도감을 선사했고, 시청률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방영 초기 ‘아이리스’의 후광에 힘입은 것이란 평이 나왔지만 지금은 ‘아이리스’의 시청률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노’가 도망자와 추격자를 주인공 삼아 드라마의 트렌드를 선도했다면 영화에서는 나홍진 감독의 ‘황해’가 이런 패턴으로 스크린을 공략할 준비를 끝냈다.
나홍진 감독은 2008년 스릴러 ‘추격자’로 514만 관객을 동원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연쇄살인범을 쫓는 전직 형사의 이야기를 담은 ‘추격자’는 ‘살인의 추억’ 이후 한국 영화 최고의 스릴러라는 찬사를 받으며 평단의 호평을 샀다.
나 감독은 ‘추격자’의 주인공 김윤석, 하정우와 다시 손잡고 최근 ‘황해’ 촬영에 들어갔다. 이 영화는 중국에서 서울로 온 살인청부업자 구남(하정우 분)을 또 다른 살인청부업자 면가(김윤석 분)가 쫓는 내용이다.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인 ‘황해’는 제작비 120억원에 촬영 회차 만 120회에 달하는 대작이다. ‘황해’의 투자배급사인 쇼박스 관계자는 “‘황해’가 올 해 하반기 한국영화의 흥행을 주도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며 “‘추격자’보다 훨씬 더 커진 스케일에서 쫓고 쫓기는 두 주인공들의 모습이 긴박감을 더 할 것”이라고 밝혔다.
‘쫓는 자와 쫒기는 자’가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로 전면에 나서는 점에 대해 방송계와 영화계 종사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실 ‘도망자와 추격자’는 멜로드라마나 영화의 ‘삼각관계’처럼 통속적인 소재이지만 어느 정도 흥행을 담보할 수 있는 검증된 소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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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이자 심리학자인 심영섭 씨는 “쫓기는 자와 쫓는 자는 영화와 드라마의 탄생과 함께 가장 사랑을 받아온 소재 중 하나”라며 “다른 소재에 비해 구도 자체가 스릴이 넘치는 데다 등장인물의 절박한 감정, 수비로 변하는 심리 상태 등으로 시청자나 관객을 단숨에 빠져들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할리우드에는 소위 추격자 플롯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자료들도 많다 ”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른 소재에 비해 도망자와 추격자가 비교적 흥행 가능성이 커도 작품을 만드는 데에는 적지 않은 난관이 있었다. 야외 촬영을 많이 해야하기 때문에 제작비용이 높아지고 촬영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할리우드 영화나 미국 드라마를 부러운 시선으로 보는 제작자나 작가들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도망자와 추격자를 소재로 한 ‘추노’에 과감한 투자를 해 성공하고, ‘황해’제작이 결정되면서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가 더 넓어지는 효과를 얻게 됐다.
‘황해’ 제작사 관계자는 “도망자와 추격자는 국가와 인종을 초월한 보편적인 소재 중 하나”라며 “이런 소재의 보편성 때문에 최근 미국 이십세기폭스가 직접 ‘황해’에 부분투자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우치’를 연출한 최동훈 감독은 “쫓고 쫓기는 관계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극’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한국에서도 그러한 소재를 상업적으로 극화할 만큼 제작 역량이 커졌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소재가 더욱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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