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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인간이 발명한 기계가 인간과 전쟁을 벌여 인류가 멸망한 뒤 다시 기계에 맞서는 이들이 등장 한다' 이런 스토리는 SF 영화에서 자주 반복되는 이야기 중에 하나다.
팀 버튼 감독과 '원티드'의 티무르 베르맘베토프 감독이 제작을 맡고 신예 쉐인 웨커 감독이 연출한 '9:나인'(이하 나인) 역시 인류를 멸망시킨 기계와 맞서 싸우는 9명의 전사들의 이야기다. 이는 1968년 탄생한 일본의 세리가와 유고 감독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사이보그 009'와 유사하다. 각기 재능이 다른 멤버들이 한 데 모여 공통의 적과 싸우는 이야기는 사실 새롭지 않다.
하지만 '가위손'과 '유령신부' 및 '크리스마스의 악몽' 등을 통해 할리우드에서 가장 독창적인 이미지를 연출한 팀 버튼의 입김이 들어간 작품답게 '나인'의 주인공들은 독특하고 개성이 넘친다.
인류가 기계로부터 멸망을 당하기 전 천재과학자가 창조해난 ‘나인’의 주인공들은 일종의 봉제인형처럼 생겼다. 헝겊을 기워서 만든 이들의 생김새와 움직임은 기존의 애니메이션에서 보기 어려웠던 독창적인 캐릭터다. 바늘에 실을 꿰어 부상을 치료하는 이들의 모습은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을 일깨우며 실제 배우들보다 더 따뜻한 감성을 전달한다.
또한 기계군단과 나인의 주인공들이 싸우는 장면에서의 긴장감과 속도감은 웬만한 액션영화보다 낫다. 발전에만 방점을 찍은 채 성찰하지 않는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의식도 ‘나인’에서는 엿볼 수 있다. 9명의 주인공 캐릭터를 통해 은유하는 인간사회에 대한 감독의 통찰력도 ‘나인’이 다른 애니메이션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특히 기계군단과 격전을 치른 ‘나인’의 멤버들이 황혼이 지는 들판에서 LP판을 돌려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주제곡인 ‘오버 더 레인보우’를 듣는 장면은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아리아가 교도소에 울려 퍼지는 장면에 버금가는 감동을 전한다.
9일 전 세계 동시 개봉했으며 국내에서는 12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최첨단 3D 애니메이션이지만 미취학 어린이들보다는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을 그리워하는 성인 애니메이션 관객들의 취향에 더 맞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