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부터 주전 2루수 후보로 유력하게 꼽혔던 렙스나이더는 기대와 달리 전반기 내내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81경기 90안타 타율 0.290 7홈런 37타점 10도루 44볼넷 44삼진 등)에서 뛰다 지난 12일(한국시간) 마침내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꿈의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 ‘루키 김정태’의 등장에 열광하는 뉴욕
긴장한 탓인지 첫 5번의 타석에서는 이렇다 할 장면을 남기지 못하다 마지막 두 타석에서 안타와 홈런을 기록하며 양키스가 배출한 새로운 스타탄생을 예고했다. 특히 9회초 터진 투런홈런은 그날 경기의 결승타였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렙스나이더에게 쏟아지는 뉴욕 현지의 관심은 예상외로 뜨겁다. 주전 2루수인 스티븐 드루(32·양키스)가 워낙에 못 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시즌타율 0.182)으로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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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렙스나이더가 주전 2루수는 못 되더라도 빅리그에 남아 상당한 출전시간을 보장받을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양키스가 그를 다시 트리플A로 내려 특히 수비력 강화에 매진하도록 조치할 방침이라는 얘기도 있다. 브라이언 캐쉬먼(48·양키스) 단장은 렙스나이더에 대해 “일단 주말 이후 계획은 아직 없다”고 결정을 유보한 상태다.
조 지라디(51·양키스) 감독 역시 “4일간의 올스타 브레이크를 쉬고 볼 일”이라고 했다.
어떤 조치가 내려지든 데뷔 첫 2경기를 통해 그것도 모두가 주목하는 레드삭스와 원정경기에서 강한 인상을 심은 루키 2루수 렙스나이더의 등장에 뉴욕 반응이 열광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건 고무적이다.
심지어 미국 지상파 ‘CBS스포츠’는 이날 ‘렙스나이더에 관한 5가지 사실’이라는 제하의 특집기사를 실으며 바람몰이에 앞장섰다.
◇ 렙스나이더를 기억하는 ‘5가지 사건’
스타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듯 CBS는 렙스나이더만의 특징 5가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첫째 한국명 김정태는 1991년 3월 대한민국 서울 태생으로 생후 불과 5개월 만에 입양돼 랍(풀네임 로버트 대니얼 렙스나이더)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한 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성장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렙스나이더는 “내가 입양아란 사실을 단 한 번도 숨긴 적이 없다”며 “내 가족이 자랑스럽고 렙스나이더 가문을 위해 뛴다”고 말했다.
둘째 렙스나이더는 벌써 양키스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2경기에서 홈런을 친 양키스 2루수는 1914년 이후 렙스나이더가 최초다.
무려 101년만의 사건에 뉴욕이 들썩이지 않을 수 없었다.
셋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절대 살지 않겠다는 대학시절 렙스나이더의 선언이다. 그는 애리조나대학교 소속의 야구선수로 2012년 대학 월드시리즈(WS)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대를 상대했는데 상대편 팬들이 그의 피부색을 놓고 비아냥거린 일에 굉장히 화가 치민 적이 있었다.
순간 꼭지(?)가 돈 렙스나이더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시아 선수는 야구를 할 수 없다”는 식의 논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일로 그의 가족이 살해위협까지 당했을 정도로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글들을 자진 삭제했고 이후 렙스나이더는 “모든 발언들은 바보 같았다. 그냥 미숙했던 내가 저지른 실수”라고 공개 사과했다.
넷째 렙스나이더는 2012년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로 지명된 선수 가운데 크리스 태일러(25·시애틀 매리너스)와 맥스 먼시(25·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이어 3번째로 빅리그 무대를 밟은 선수로 우뚝 섰다.
태일러가 지난시즌 가장 먼저 데뷔했고 먼시는 올해 4월 꿈을 이룬 바 있으며 7월 렙스나이너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끝으로 김정태는 한국 태생으로 메이저리거가 된 역대 4번째 포지션 플레이어(야수)로 등록됐다. 앞서 한국으로 유턴한 최희섭(36·기아 타이거스) 뒤로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와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여전히 현역으로 같은 무대를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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