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지침 없어 혼란…1.5단계 격상에 좌석 조정·환불 몸살 앓는 극장가

김보영 기자I 2020.11.18 16:07:19

띄어앉기 해제 2주 만에 거리두기 부활
"고객들, 예매 취소 불편 호소…세부 대응 지침 필요"
"현장에서 일행 구별 어려워…현실 맞게 적용해야"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격상으로 다중이용시설 내 인원제한이 내일(19일)부터 다시 시행된다. 영화관도 내일부터 다시 좌석 간 띄어 앉기에 들어간다. ‘띄어앉기 해제’를 실시한 지 불과 2주 만이다. 극장가는 갑작스러운 조치로 인한 예매 취소 및 좌석 재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안전을 위한 지침인 만큼 협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과정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없고 지자체별 대응도 제각각이라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영화관들은 내일(19일)부터 시행될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조치를 위한 좌석 거리두기 조정에 돌입했다.

거리두기 1.5단계가 실시되면 좌석 간 띄어앉기를 다시 시행해야 한다. 다만 2단계 때와 다르게 ‘일행 간 좌석 거리두기’로 강도를 약간 낮췄다. 연인이나 가족, 친구와 함께 영화관을 방문한 사람들은 붙어 앉아 영화를 관람할 수 있지만 다른 관람객들과 한 칸 이상 좌석을 띄어 앉아야 한다.

이에 주요 영화관들은 착석이 제한되는 좌석을 예매한 고객들에게 전화로 예매를 취소하거나 취소 후 좌석을 조정한 뒤 다시 예매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CGV는 일행 1~3명까지 함께 앉게 한 뒤 좌석을 한 칸 씩 띄어앉게끔 좌석을 조정했고, 롯데시네마는 두 명 씩 붙어 앉게 조정하되 1인 관람객들을 위한 한 칸 좌석들도 마련했다.

CGV 관계자는 “영화 개봉작이 많이 없고 손님이 적다보니 예매율 자체가 적었던 터라 1.5단계를 시행한다고 예매 취소나 환불로 크게 타격을 입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편하고 좋은 좌석에 앉고자 예매를 했던 일부 손님들께 취소를 요청드려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 등 수도권에 앞선 이달 초 1.5단계로 상향했던 천안 아산 지역 CGV 3개관의 경우 총 500명 정도의 관람객들이 제한 좌석을 예매해 관람을 취소해야 했다.

영화관들은 안전을 위한 조치라 어쩔 수 없다지만, 불가피한 예매 취소와 좌석 재조정 등 후속 조치에 대응하는 지자체별 세부 지침들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고충을 느낀다는 반응이다.

‘일행 간 띄어앉기’ 등 큰 틀의 지침은 정부가 정했지만, 띄어앉기의 강도를 그보다 높일지 여부, 좌석 재조정 과정에서 예매 취소 및 환불 대응 등 세부적인 매뉴얼을 정하는 것은 시, 군, 구청 등 지자체다. 지자체의 주문에 따라 지점별 현장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 보니 혼선이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CGV, 롯데시네마 등 주요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은 이에 19일 이후 온라인 예매를 ‘일시중지’했다가 지난 17일 오후 재조정 작업을 마친 극장부터 순차적으로 예매를 재개했다.

A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이미 예매가 된 경우 관객분들께 직접 취소 후 티켓 재구매를 안내드려야 하는 상황이 상당히 번거롭다”고 지적하며 “이미 예매가 된 티켓도 무조건 취소하고 다시 재조정을 안내하라는 지침이 있는가 하면 이미 예매된 회차는 두고 새로 열리는 회차부터 거리두기 방식에 맞게 재조정하라고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지자체별로 내려오는 지침들이 다 다르다 보니 번거롭다. 명확한 지침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B멀티플렉스 관계자 역시 “무엇보다 관람객들이 직접 예매를 취소하고 다시 티켓을 구매하는 과정을 너무 불편해 하신다”며 “어차피 지금은 영화관을 찾는 손님이 적고 예매율도 낮다 보니 좌석 자체가 많이 비어 있다. 이미 예매됐다 하더라도 예매하신 분들이 자발적으로 자유롭게 띄어앉으려 하시는 분위기다. 적어도 이미 예매가 돼버린 사안에 관해서는 고객들이 예매를 직접 취소해야 하는 불편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에 자체적으로는 예매하신 손님의 좌석 양 옆 자리를 보류로 비워놓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지침을 지키기 어려운 애로사항들에 대해 하소연도 이어졌다.

C영화관 현장 매니저는 “현장에서 외관상 어떤 관객들이 일행이고 아닌지 구별하기 어렵다. 예매 내역을 봐도 그렇다”고 꼬집으며 “현장에 붙어 앉아 계신 관객분들에게 저희가 대놓고 직접적으로 ‘일행이 맞으시냐’ 일일이 묻고 다닐 수도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관람객분들의 안전 인식이 예전보다 강화되면서 지금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모두가 자발적인 거리두기, 띄어앉기를 지향하는 추세다. 어차피 손님이 적어서 강제하지 않아도 거리두기를 지킬 수 있는 공간적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거리두기 격상에 연말 개봉을 앞뒀던 작품들이 이를 다시 연기하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영화계의 고심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한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신작 개봉 소식과 한시적인 띄어앉기 해제, 영화진흥위원회가 지급하는 할인 쿠폰 등으로 숨통을 트는가 했더니 다시 좌절되는 추세”라며 “12월 개봉을 앞둔 기대작들이 다시 미뤄지는 조짐을 보여 올해 말까지 힘든 시기가 계속될 것 같다. 내년 초에도 밀렸던 작품들이 선보여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한편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좌석 띄어앉기가 해제됐던 지난 11월 7일 영화관 주말 관람객 수는 29만 5000만명까지 치솟았지만 지난 주말인 14일과 15일 양일 간 24만명, 21만명대로 다시 가라앉았다. 평일 관객수도 최대 14만명대까지 올랐다가 16일에는 절반인 7만2000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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