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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 다양한 화제를 양산하며 겨울 이적 시장을 뜨겁게 달군 ‘꽃미남 미드필더’ 카카(AC밀란)의 이적 파동이 결국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20일(한국시간) 이적 협상의 두 주체 AC밀란과 맨체스터 시티가 나란히 “카카와 관련한 양 클럽의 논의가 최종 결렬됐음을 밝힌다”고 공식 선언해 ‘삼바군단’ 최고별의 거취 관련 논란이 마침내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된 것이다.
기실 양 구단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 유럽 축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카카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은 기정사실로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다. 영입을 원하는 맨체스터 시티의 태도가 워낙 적극적이었던 데다 현 소속팀 AC밀란도 “아쉽긴 하나 보내줄 수 있다”며 유화적인 제스처로 화답한 까닭이다.
당초 맨체스터 시티가 카카를 데려오기 위해 AC밀란에 제시한 몸값 총액은 1억4,000만유로(2,550억원)에 달했다. 이적료로만 1억2,000만유로(2,200억원)를 책정했고 카카의 연봉으로도 2,000만유로(350억원) 안팎의 돈을 쏟아 부을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브라질 출신의 당대 최고 미드필더를 영입해 클럽의 새로운 얼굴로 내세우겠다는 구단 경영진의 의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당초 “카카는 우리 팀의 중추이자 동력장치 같은 선수이며 어떤 몸값이 제시되더라도 협상에 응할 마음이 없다”던 AC밀란도 ‘설마’했던 천문학적 금액을 맨체스터 시티에서 실제로 베팅하자 태도가 돌변,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모양새를 나타냈다. “선수가 이적을 원한다면 우리로선 막을 방법이 없다”며 슬며시 공을 선수에게 넘기더니 “맨체스터시티의 제안은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이적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성사될 경우 축구역사상 최고액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이적료를 손에 쥘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 판단이었다.
그런데 당사자인 카카가 “이제껏 나를 열렬히 지지해 준 밀라노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며 이적 거부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지게 됐다. 일단 소속팀 AC밀란은 떨떠름할 법한 속마음을 감추고 간판스타의 잔류 선언에 신속히 환영의 뜻을 나타낸 상태다. 이적 협상 결렬 소식이 알려진 직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구단주가 카카에 대해 “명예를 아는 선수이자 돈보다는 동료들과의 의리를 택한 영웅”이라고 추켜세운 것이 좋은 예다. 선수 자신도 “신께서 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셨을 것으로 믿는다”며 홀가분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겉보기에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고 해서 아직 마음을 놓긴 이르다. 그간 이어져 온 카카의 이적 협상 진행 과정이 심각한 후유증을 양산할 수 있는 변수들을 적잖이 내포하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나 입단 이후 지금까지 ‘필수불가결한 인물’이라며 카카에 대해 강한 애정을 드러내던 구단 측이 경제논리에 의해 간판스타를 서슴없이 팔아버리려 했다는 사실이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 맨체스터 시티를 포함해 어떤 구단이든 향후 거액의 몸값을 제의한다면 다시금 이번 일과 비슷한 상황까지 진척시킬 수 있음을 증명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는 당사자는 물론, 동료 선수들과 홈팬들에게도 잠재적인 불만요소이자 불안요소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구단의 재정난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어떤 선수든 이적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구단에 대한 선수 자신의 충성도에 변화가 생길 공산도 있다. 지금까지 ‘영원한 AC밀란맨’을 꿈꾸며 최선을 다해왔음에도 구단 측이 ‘몸값 비쌀 때 팔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이적을 받아들이라”며 은근히 압박을 가한 점은 지극히 실망스럽게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이다. 혹시나 이로 인해 소속팀에 대한 애정에 균열이 생긴 상황에서 성적, 선수 구성 등으로 인해 팀 분위기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번엔 선수가 먼저 ‘탈출’을 꿈꾸게 될 수도 있다.
관련해 조만간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AC밀란의 세대교체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젊어진 로쏘네리(AC밀란의 애칭) 군단에서 카카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어느 정도 비중을 지니는 선수가 될 지의 여부에 따라 ‘카카의 미래’가 여러모로 달라질 수 있는 까닭이다. /<베스트 일레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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