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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이경미, "결국 양미숙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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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숙 기자I 2008.10.24 17:13:32
▲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왼쪽)과 박찬욱 감독

[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영화 ‘미쓰 홍당무’를 만들어낸 두 사람, 연출자 이경미 감독과 제작자 박찬욱 감독을 만났다.

‘미쓰 홍당무’의 주인공 양미숙과 사랑에 빠져버린 듯 했던 그들은 인터뷰 도중 시시때때로 ‘그때 그 대사를 할 때 양미숙의 표정은 정말 귀엽지 않았어요?’, ‘이 장면에서 양미숙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어’라며 영화 속 장면들을 쏟아냈고 그럴 때마다 눈가와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함께 피어났다.

‘얼굴이 잘 빨개지는 여자’에서 이야기를 출발했다는 이경미 감독은 “미숙이에게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집약해놓은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미숙이를 보며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울증, 건강염려증, 자신이 별로라고 생각하는 콤플렉스 등으로 괴로워하는 양미숙에게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공감했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는 것이다. 외모는 물론 온갖 비호감스러운 행동을 일삼고 타인의 행동을 제멋대로 오해하기 일쑤지만 결국엔 그녀에게 사람들이 공감하고 연민을 느끼고 심지어 그녀를 사랑하게 만들겠다는 심산에서다.

이경미 감독은 이에 대해 “(양미숙을 만들기 위해) 철저히 계산을 해야만 했다.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비호감의 인물이 끝까지 비호감을 유지하지만 사람들의 연민이나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는 계획이 있었다”며 “그러기 위해 미숙이의 행동과 말은 극단적이고 엉뚱한 면이 있지만 극의 현실감만은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분명한 콘셉트를 가지고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짝사랑.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끌어내기 위한 감정 중에 짝사랑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 이경미 감독은 “짝사랑 중에서도 이루기 어려운 남자라는 점에서 양미숙이 유부남을 좋아하게 된 것”이라며 “미숙이를 출발점으로 모든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왼쪽)과 박찬욱 감독

함께 자리한 박찬욱 감독 역시 “처음에 얘기를 듣고 귀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회생활에서는 진심을 표현하는 것만큼 감추는 것도 중요한데 그걸 못하고 얼굴이 빨개져 금세 들켜버리는 사람의 이야기니 자기는 살기 힘들어도 남들이 볼 때는 얼마나 귀여울까 하는 생각이었다”고 양미숙 예찬을 거들었다.

이 때문에 박찬욱 감독은 이번 영화의 제작자였음에도 ‘비호감’ 주인공 때문에 투자 걱정은 안 했다고 한다. “호감을 노렸는데 결국 비호감이 되는 경우는 많은데 이 영화는 원래부터 비호감이라고 얘기하고 나오는 영화다. 재밌을 것 같았다. 나 같으면 보겠다는 생각에 투자 걱정 안 했다”고 털어놨다.

“희미하게 웃는 양미숙의 표정은 숭고해 보이기까지 하다”는 박찬욱 감독은 “앞으로 한국의 어떤 감독이 양미숙 같은 캐릭터를 만들 엄두를 내겠나. 다른 작가가 근접도 못할 만큼의 강력한 인물을 갖는다는 건 감독이 평생을 해도 있을까 말까 한 일”이라며 “(‘친절한 금자씨’처럼 복수를 하려고 하는 여주인공의 얘기는 다른 감독들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이렇게 따돌림을 당하고 공격적인 성격이 되는 여주인공은 없을 듯싶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 사람은 2004년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과 최우수상 수상자로 처음 만났다. 박찬욱 감독은 당시 '될 성 부른 나무'의 느낌이 왔냐는 질문에 "영화만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후 이경미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연출부로 일하게 됐고 이경미 감독의 첫 작품인 '미쓰 홍당무'의 제작을 박찬욱 감독이 직접 맡게 됐다.

그렇다면 스승과 제자, 제작자와 감독으로서 두 사람의 호흡은 어땠을까? 이경미 감독은 “사람들 모르게 몰래 숨겨놓은 장치들을 (박찬욱 감독이) 가장 기가 막히게 잘 잡아내고 맥을 짚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다”며 “촬영하기 전 딱 세 개의 조언을 해주셨다. ‘예산 초과하지 마라’, ‘촬영하며 소리 지르고 화내지 마라’, ‘흥행에 실패했을 때 마케팅 탓하지 마라’였다. 그 외에는 간섭하지 않으셨다”고 말해 서로간의 신임을 느끼게 했다.

차기작으로도 양미숙 못지않은 독특한 캐릭터를 개발 중이라는 이경미 감독은 “관객으로 영화를 볼 때 언제나 나약하고 의지하고 도움을 받는 여성 캐릭터들을 보며 짜증날 때가 많았다. 양미숙의 대사처럼 다 묻어버리고 싶기도 했다”고 너스레를 떨고는 “미숙이처럼 끝까지 씩씩한,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이 많이 나와 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박찬욱 감독도 “유능한 여배우들이 많은데 그들이 신나서 연기할 수 있는 개성 있는 역할들이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들이 다른 데 안 가고 열심히 일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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