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오후 11시 자택 앞에서 기다리던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를 만난 홍 감독은 돌연 자신의 입장을 뒤집고 대표팀 감독직 제안을 수락했다.
이 이사는 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홍 감독과 최종 협상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밝혔다.
이 이사가 제안한 조건은 한마디로 파격적이었다. 홍 감독에게 오는 9월부터 시작되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3차 예선부터 2027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이사는 “단기간 결과에 대해 평가하는 것보다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홍 감독의 전술을 보완하기 위해 세계 축구의 중심 유럽 출신의 코치를 적어도 2명 붙여주겠다고도 약속했다.
연봉도 외국인 지도자 수준으로 크게 올렸다. 홍 감독은 프로축구 K리그1에서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걸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유럽 등에서 활약하는 지도자에 비하면 처우가 떨어진다.
이 이사는 “홍 감독님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이 유럽 코치들과 조화가 이뤄진다면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 간 연계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홍 감독 연봉의) 액수를 밝힐 수는 없으나 이제 한국 감독들도 외국 감독 못지않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이날 홍 감독 선임 사유를 8개로 나눠 설명했다. 빌드업 등 전술적 측면, 원팀을 만드는 리더십, 연령별 대표팀과 연속성, 감독으로서 성과, 현재 촉박한 대표팀 일정, 대표팀 지도 경험, 외국 지도자의 철학을 입힐 시간적 여유의 부족, 외국 지도자의 국내 체류 문제다.
지난 2월 16일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되고 5개월 가까이 정식 사령탑 없이 A매치 일정을 치른 한국 축구는 전날 홍명보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이 이사가 간곡히 설득한 끝에 완강했던 거절 의사를 돌린 홍 감독은 2027년 초에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 2년 6개월간의 임기를 받았다.
이 이사는 울산에서 홍명보 감독이 보여준 전술이 대표팀에도 적용할 만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원팀 정신’을 만드는 데 탁월한 지도자라 표현하며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속성이 중요해 국내 지도자를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또 외국인 지도자와 비교해 홍 감독의 성과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홍 감독이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지도자로서 실패한 경험도 한국 축구가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