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포' 최재훈 "어제 못한 세리머니, 오늘 다 했다"

박은별 기자I 2013.10.12 17:40:11
사진=뉴시스
[잠실=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그냥 바로 쓰러졌어요.” 12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두산 포수 최재훈은 힘이 없어 보였다. 이틀 연속 포스트시즌 선발 출전에 전날(11일) 경기선 연장 14회까지 책임졌으니 지칠만도 했다. “심장이 터질만큼 긴장했다”던 최재훈. 심장 벅찬 긴장감까지 더해지니 힘이 남아있을리 없었다. 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축하 연락에 응답할 시간도 없이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꿈을 꿀 겨를도 없던 그가 정말 꿈같은 홈런포를 때려냈다. 그것도 승부에 종지부를 찍는 극적 역전 투런포. 프로 통산 홈런이 3개 뿐이던 그가 터트린, 절대 잊을 수 없는 홈런이었다.

최재훈은 이날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8번 타자 포수로 나서 0-1로 뒤지던 6회말 1사 1루서 밴헤켄을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작렬시켰다. 밴헤켄의 2구째 스트라이크존 높은 쪽에 형성된 직구를 잡아당겨 완벽한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이 점수가 두산의 유일했던 점수였다. 결과는 두산의 2-1 승리. 2패 뒤 시리즈 2연승을 이끌며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갔다.

사실 전날부터 최재훈의 한 방 본능은 꿈틀대기 시작했다. 연장 12회말 2사 1루서 송신영을 상대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던 그다. 펜스 가까이서 넥센 우익수 송지만의 호수비에 잡히고 말았지만 잘 맞은 타구였다.

최재훈 역시 홈런인 줄 알았단다. 오른 검지 손가락을 치켜올리며 섣부른(?) 세리머리를 할 뻔도 했다. “나도 넘어간 줄 알고 세리머니 할 뻔 했다. 내가 경기를 끝냈다 싶었다”면서 멋쩍게 웃어보이던 최재훈이 이번엔 진짜 게임을 끝냈다. 제대로 하지 못했던 홈런 세리머니도 이번엔 확실히 했다. 그야말로 그의 독무대였다.

공격형 포수라기보다 수비형 포수라는 인식이 강했던 그가, 큰 경기서 제대로 꿈틀거리던 공격 본능을 뽐낸 셈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선 공격에 욕심이 없다. 안타보다 주자가 나가있을 때 어떻게든 진루를 시키도록 하겠다”고 다짐한 최재훈은 팀에 더 없이 귀중한 선물을 했다.

공격 뿐만 아니었다. 수비에서도 역시 안정감있는 모습으로 팀의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이재우와 배터리 호흡을 맞추며 6회까지 단 1실점으로 막았다. 이후 나온 핸킨스, 니퍼트와도 찰떡궁합을 보이며 1점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다. 전날도 도루 저지 3개로, 상대 공격이 맥을 끊어버리던 그는 이날도 도루 저지에 성공, 강견을 뽐냈다.

“내 모든 걸 놓겠다. 투수가 편안하게 던지고 싶은 대로 던지게끔 하겠다”던 그의 다짐 그대로였다. 투수들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였다. 자신감도 넘쳐보였다. 최재훈만 만나면 유독 더 힘을 내고 있는 두산 마운드다. 여기에 어떤 공이든 몸을 날려 막아내는 그의 절실함과 집중력까지 더해지며 두산은 꿈만 같은 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 후 그는 “기분 좋다. 아직도 설렌다. 지금까지 밴헤켄 상대로 땅볼 밖에 못쳤다. 타이밍이 늦다고 해서 직구보고 앞에서 돌려라는 코치님 말씀대로 던졌다. 직구가 가운데로 온 게 잘 맞았다. 어제 경기에선 펜스만 맞아라 싶었다. 오늘은 2루타인 줄 알고 뛰었는데 (오)재원이 형이 세리머니하는 걸 보고 홈런인 줄 알았다. 어제 못다한 세리머니는 베이스를 밟으면서 다했다. 어제도 좋았지만 오늘이 더 좋다. 행복한 홈런이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경기에 나가면서 긴장을 많이 했다. 절박했다. 3,4차전되니 넥센 타자들이 뭘 노리고, 뭘 치는지 느낌이 온다. 과감하게 넣으면 못치겠구나 싶어서 더 과감하게 넣은 것이 적중했다. 온몸을 던진다는 생각으로 5차전도 임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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