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단순히 드러난 것 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순 없다. 삼성의 선택 속에는 최근 한국 프로야구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 그리고 그에 대한 대처 방법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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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감독은 고양 원더스에서 프로 선수들이 잇달아 배출되자 “우리도 앞으로 원더스 선수들을 유심히 관찰할 것이다. 1차 관문(프로)을 다시 뚫을 수 있는 선수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했었다.
류 감독이 이처럼 나름 프로에서 시간을 보낸 선수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신생 구단 창단과 맞물려 있다. 새 구단이 생기면 일단 신인 선수들을 대거 몰아주게 된다. 신생 구단이 빨리 자리잡기 위해서, 또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대거 영입,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워낼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당연히 기존 구단들에게는 기회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즉시 전력감 신인 선수들이 나오지 않는 것이 최근 경향이다. 매년 중고 신인들이 신인왕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류 감독은 “안그래도 신인 선수들에게 들이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있다. 여기에 신생 구단들이 계속 나오면 더더군다나 당장 쓸 수 있는 선수가 줄어들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기존 구단에 속해 있던 선수들에게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전력 보강이라면 그런 통로로 계획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환경과 상황이 바뀌면 전혀 다른 결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어쩌면 일찌감치 이승우와 같은 선수를 영입하겠다는 뜻을 밝혀둔 것이고도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류 감독의 지적 처럼 팀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갖고 있는 기량을 200% 이상 끌어내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2차 드래프트로 팀을 옮긴 김성배(롯데)와 박정배(SK)가 좋은 예다. 삼성 역시 앞으로는 이런 보강에 좀 더 관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 역시 다른 환경이 주어지면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는 올시즌 2승9패, 평균 자책점 5,90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제구가 좋다’는 류 감독의 평가도 있었지만 실제로 이닝당 출루 허용률은 1.65로 썩 좋지 못했다.
좌타자 상대로 더 약했다는 점도 약점. 우타자 피안타율은 2할9푼9리,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3할7푼8리나 됐다. 불펜으로 나갔을 때 성적(평균 자책점 14.54)이 훨씬 나쁘다는 점도 좌완 불펜 투수로 그를 활용하는데 주저함을 만드는 대목이다.
하지만 삼성 불펜에서 던지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의미다. 그 뒤에 훨씬 좋은 투수들이 든든히 버텨주고 있다는 건 투수에게 전혀 다른 자신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좌투수가 왜 좌타에게 약했는지에 대한 분석과 지도가 제대로 뒷받침 된다면 또 다른 결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과연 9,10 구단 시대를 사는 삼성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