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이석무 기자] 현대캐피탈이 2연패 뒤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던 중심에는 역시 외국인선수 헥터 소토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소토는 1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우리캐피탈과의 홈경기에서 혼자 30점을 책임져 팀의 세트스코어 3-2 승리를 견인했다.
세계 최고의 무대라 불리는 이탈리아에서 정상급 공격수로 명성을 떨쳤던 소토가 국내무대에 온다고 하자 배구 관계자들과 팬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동시에 삼성화재 가빈 이상의 활약을 펼쳐 국내 프로배구를 평정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초반 2경기에서 소토가 보여준 활약은 실망스러웠다. 아직 국내 세터들과 손발이 맞지 않다보니 만족스러운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개막전인 삼성화재전에서는 14점에 머물렀고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도 18점에 그쳤다.
공격성공률도 40%대에 머무는 등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이 계속 이어졌다. 전성기에 비해 높이나 파워가 떨어졌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이날 우리캐피탈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세트까지 겨우 9득점에 그치는 등 좀처럼 공격이 살아나지 않았다.
하지만 4세트 이후 최태웅과 호흡을 맞추면서 소토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1-2로 벼랑끝에 몰린 4세트에서 혼자 8점을 쏟아부어 팀을 구해내더니 5세트에서는 팀의 15득점 가운데 13점을 책임지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야말로 4, 5세트는 소토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베테랑 최태웅이 입맛에 맞는 토스를 올려주면서 소토가 완전히 살아난 것. 경기 내내 젊은 패기로 맞섰던 우리캐피탈 선수들도 소토의 고공강타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승리의 주역이 된 소토는 "공격수들이 타이밍과 리듬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질 수 없었다.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정신력을 강화한 것이 분위기를 바꾼 요인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성민이 2라운드에 복귀할 때까지 팀 공격을 거의 홀로 책임져야 하는 소토는 "오늘 경기를 통해 내가 팀에 더 큰 확신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기존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면 지금 보다 더 좋은 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