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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삼성은 연장 11회초 2점을 뽑았다. 호쾌하게 쳐내서 뽑아낸 점수는 아니었다. 밀어내기 사구와 기습 스퀴즈 번트로 점수를 냈다.
속 시원한 한방은 없었지만 오히려 상대를 압박하며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단 한 켠의 불안감까지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2점차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 마운드에 서야 할 투수가 정인욱이었기 때문이다.
정인욱은 선동렬 삼성 감독이 굳게 믿고 있는 카드 중 하나다. 그만큼 좋은 공을 갖고 있는 투수다.
하지만 정인욱은 포스트시즌의 마무리 투수를 맡기엔 부족한 점이 한가지 있었다. 경험이 그것이다. 첫 포스트시즌에 나서게 되는 투수가 마지막 이닝을 맡는다는 건 매우 힘겨운 일이다.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가장 중요한 첫 타자 승부부터 흔들렸다. 이종욱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김동주에게 볼넷을 내줬다. 좀처럼 제구를 잡지 못했다.
삼성에 남은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그 주인공이 크루세타였을 뿐이다.
크루세타는 해외 무대에서도 큰 무대에 서 본 경험이 없다. 게다가 고질적인 제구난으로 신뢰를 크게 잃은 상태다.
외국인 투수가 이제 막 프로 맛을 보기 시작한 투수보다 믿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삼성의 아이러니다.
크루세타는 잠시 불펜에서 몸을 풀었다. 하지만 선동렬 감독은 끝내 크루세타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다. 제구를 믿지 못한 것이다. 선 감독은 "정인욱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투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쓸 수는 있으나 막상 용도를 찾기 힘든 외국인 투수. 다 잡았던 경기를 놓친 아쉬움 속에 묻어두기엔 그 상처가 너무 컸다.
그리고 또 한가지. 등판을 자청하며 몸을 풀고 있던 차우찬을 쓰지 않은 것에 대해 선 감독은 "야구 오늘만 할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선택이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남은 플레이오프의 또 다른 포인트다.
*주(注) : 결과론과 가정(if)은 결과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결과만 놓고 따져보면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과론은 야구를 즐기 는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모두 감독이 되어 경기를 복기(復棋) 할 수 있는 것은 야구의 숨은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만약애(晩略哀)는 치열한 승부 뒤에 남는 여운을 즐길 수 있는 장이 됐으면 합니다.
만약애(晩略哀)는 '뒤늦게 둘러보며 느낀 슬픔'이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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