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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은구 기자] 어떤 일을 하든 비전이 있어야 한다. 직업적으로 발전을 하든 급여가 늘든 바라보는 것이 있어야 일을 하는 보람을 느낀다.
보조출연자들은 어떤 비전이 있을까? 보수와 마찬가지로 보조출연자로서 발전 가능성 역시 밝지는 않다.
전국보조출연자 노동조합(이하 노조)에 따르면 조합원들의 80%는 사업에 실패하거나 직장에서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을 당한 후 생계에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정년퇴직 후 여유 있는 생활을 하며 소일거리 삼아 보조출연을 하는 사람들은 0.1%도 안된다고 한다.
그러나 보조출연자의 보수는 10여년 전 일당 4만원이었으나 지금은 3만7000원으로 줄었다.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하면 10여년 전 보조출연자들에 대한 대우가 훨씬 나았다는 것이다.
물론 보조출연자들도 연기력을 발전시키거나 역할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 더 많이 출연기회를 잡을 수는 있다. 하지만 보조출연자가 단역 이상을 맡는 실연자로 등록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방송사에서 연기자로서 등급을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간혹 보조출연자가 단역을 뛰어오르는(?) 경우도 있지만 보조출연보다 출연기회가 더 없어 생계를 위해 다시 보조출연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 보조출연자는 설명했다. 실연자로 등록될 경우 출연료가 보조출연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재방송 등에 따른 비용도 지불해야 돼 차라리 간단한 대사 등은 연기를 할 줄 아는 보조출연자에게 시키고 웃돈을 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극에서 궁중신에 등장하는 많은 대신들 중 대사 한두마디를 하는 사람들에는 보조출연자 신분인 사람들도 끼게 되고 기업체 중역으로 고정 출연하는 보조출연자들도 생기고 있다.
보조출연자들 중 재연배우로 진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마저도 프로그램 수가 줄어들어 일을 따내기 어려워졌다.
과거 이덕화는 한 TV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자신의 신인시절을 얘기하며 “다방에서 손님으로 앉아 있는 역할을 맡았는데 튀고 싶어서 일부러 가죽점퍼를 입고 나가기도 했다”고 밝힌 게 기억난다. 젊은 시절 스타였고 현재 국내 연예계를 대표하는 중견 배우이지만 이덕화도 엑스트라였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다.
배용준도 영화 스태프로 일하다 현장에서 엑스트라로 투입된 뒤 드라마 `사랑의 인사` 오디션을 보고 주인공에 발탁돼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다.
그러나 앞으로 보조출연자 경력을 갖고 스타로 발돋움하는 사람을 보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만큼 문이 좁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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