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명동, 다른 향기..'강남1970' vs '쎄시봉'의 묘한 닮은꼴

강민정 기자I 2015.02.02 09:49:52
‘쎄시봉’ ‘강남1970’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무모하게 꿈을 키우던 남자가 그곳에 있다. 그리고 바보처럼 사랑을 믿던 남자도 그곳에 있다. 같은 시대, 같은 공간, 같은 음악을 들었던 두 남자가 너무 다른 향기를 풍기며 그곳에 섰다.

영화 ‘강남1970’과 ‘쎄시봉’. 지난 1월 21일 개봉된 ‘강남1970’과 오는 5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쎄시봉’은 닮은 영화다. ‘강남1970’은 강남 지역 개발을 앞두고 그 땅을 차지하고 뺏고 지키려는 이들의 피비린내 나는 사투를 담은 영화다. ‘쎄시봉’은 1970년대 청춘의 낭만이 살아있던 공간인 명동 쎄시봉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의 순수한 사랑을 노래한 작품이다. 가수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가 ‘강남1970’에선 칼부림의 미화를 위한 노래로, ‘쎄시봉’에선 한 여자를 위한 마음을 담은 노래로 흐른다. 전혀 다른 색깔을 낸 두 영화는 그 시대 우리들의 모습을 관객으로 하여금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을 주고 있다.

‘강남1970’
△‘개천에서 용나던 시절’

1960~7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 속에 수 많은 시행착오가 낳은 폐해를 뒤로 ‘개천에서 용나던 시절’로 통했다. 1950년대 전쟁으로 고아가 된 이들이 청년이 돼 새 삶을 찾을 수 있는 기회의 시대였고, 더럽고 힘들여 일한만큼 신분의 사다리, 계층의 사다리를 오를 수 있는 시대이기도 했다. 부모 없이 고아원에서 만난 용기(김래원 분)와 종대(이민호 분)가 “따뜻한 아랫목에서 언제 한번 자보냐”던 신세한탄을 뒤로 “강남 땅 차지해서 멋진 건물 한번 올려보자”고 야망을 키울 수 있었던 것도 이 시대라 가능한 일이었다.

‘강남1970’은 2일 오전 기준 약 180만명의 관객이 봤다. 50~60대 남녀 관객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들 세대가 ‘강남1970’을 보며 느낀 것은 영화의 폭력성, 선정성에 꽂힌 임팩트 보다는 그 시대에 깔린 배경이다. 상상 그 이상의 발전을 이뤄가고 있는 요즘, 교육 마저도 ‘빈익빈 부익부’ 시대가 열린 세상을 생각하면 ‘강남1970’ 속 남자들의 삶의 의지에 아련한 향수를 느끼기도 한다. 끝이 비극이었음에도 무모해서 창대했던 그 시작에 대한 부러움 때문이다.

‘쎄시봉’
△‘감정이 뜨거웠던 시절’

아날로그라 참 좋았던 시절이었다. 한번 헤어지면 다시 찾기도 힘든 시절이라 사람에 대한 소중함은 더했다. ‘강남1970’에서 둘도 없는 형제처럼 자란 용기와 종대가 보여주는 끈끈한 감성은 요즘 트렌드로 불리는 ‘의리’를 뛰어 넘는다. 비록 총과 칼을 겨눈 새드엔딩이었지만 비극이란 같은 운명을 맞은 두 사람의 마지막 기억은 넝마주이여도 함께 꿈을 꿔서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쎄시봉’에서는 사람과 사람 간의 애잔한 감성이 더욱 묻어난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노래 ‘웨딩케익’에서 알 수 있듯, 극중 정우와 한효주가 그린 이뤄지지 않은 사랑은 감동의 파고가 크다. ‘썸’타느라 힘들고 계산하느라 바쁜 요즘 시대 연애방식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낭만이 살아있다. 무엇보다 20여년이 흐른 뒤에도 열병처럼 앓았던 첫사랑의 아픔,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지우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을 울린다.

‘강남1970’의 남자들이 서로의 목숨을 구해주며 우애를 확인한다면 ‘쎄시봉’에선 화음을 맞추는 목소리로 그 호흡을 자랑한다. 극중 정우와 조복래, 강하늘이 들려주는 노래는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눈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뒷모습만 봐도 어떤 감정에 빠져있는지 아는 끈끈한 관계는 ‘SNS가 아니면 대화가 어색하다’는 요즘 사람들과 다른 진한 향기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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