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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이순재는 독특한 배우다. 세월을 거슬러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매년 자신앞에 붙은 수식어를 바꾼다. 지난해 '야동순재'로 시트콤의 한 획을 그었던 그는 올해 '영조'와 '오보에 순재'로 자신의 존재감을 재확인 시켰다.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일신우일신하는 그는 사실 한국 연예계에 큰 자산이다. 자신이 당당하기에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서슴치 않는 그는 우리 대중문화계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 이순재론Ⅰ. 기본에 충실하라
연기 못하는 후배들도 이순재에게 한 달만 배우면 일취월장한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의 연기론은 간단하다. 한마디로 고지식하다. 기본에 충실하라고 한다. 연극무대에서 기본을 익힌 그는 장단음 하나하나를 염두에 두고 연기를 하는 몇 안 되는 배우다. 자신의 느낌대로 필을 받아야 연기가 되는 일부 신세대 배우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본의 충실한 모습은 그의 출연작에서도 알 수 있다. 그는 타율관리를 하지 않는 대표적 배우다. 지금의 중년배우들이 그렇듯 그는 쉼없이 출연한다. 배우는 연기를 멈추는 순간 존재감을 잃는다는 지론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가 출연한 작품은 대부분 빅히트한다. 올해도 '이산' '엄마가 뿔났다' '베토벤 바이러스' 등 한시즌을 풍미한 작품들에서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펼쳤다.
◇ 이순재론Ⅱ. 돈보다 작품을 사랑하라
이순재는 쓴소리를 많이 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잘못된 점이 보이면 선후배를 가리지 않는다. 그가 싫어하는 것은 지나치게 상업적인 것만을 쫓는 사람들이다. 그는 그래서 광고만 찍고 작품을 하지 않는 후배들에게 훈계를 하고 불합리한 출연료 문제와 연장방송에 대해서도 실랄하게 꼬집는다.
그가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것은 돈보다 작품이다. 그래서 그는 작품에 흠집이 가는 것은 참지 못한다. 올초 쪽대본을 문제삼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배우들이 충분히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점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쪽대본의 현실을 그가 납득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이런 그가 가장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 바로 김수현이다. 그는 “김수현 작가는 상업적인 돈벌이에만 빠져 있는 사람들과 차원이 다르다"면서 "한번도 대본이 늦게 나오거나 촬영에 지장을 준 적이 없으면서도 깊이가 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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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재론Ⅲ. 난 천직이 배우다
이순재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외도를 많이 한 배우다. 서울대 출신으로 배우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가진 그는 탤런트 초창기 시절 밥벌이가 시원찮아 동부이촌동에서 '코끼리 분식집'을 몇년간 경영한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한때 국회의원으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외유도 잠깐, 이내 배우로 돌아왔다. 그는 배우로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단다. 지난해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그는 정치를 다시 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할 생각이었으면 벌써 했다"면서 "정치적 소신에 따라 지지하는 것과 정치를 하는 것은 다른 맥락"이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 이순재론Ⅳ. 독불장군은 없다
이순재는 늘 앙상블을 중시한다. 아무리 훌륭한 작품도 혼자 잘 해서 된 것은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배우들의 지나치게 높은 개런티와 스타 위주의 캐스팅을 경고한다. 그는 지금의 스타들이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고 낮은 시청률로 고전하는 것은 시스템이 이를 받혀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타들의 희귀성에 의해 높은 개런티를 받지만 이는 상업적 자본 때문에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마치 지금의 현상을 예견하기라도 하듯 말이다.
그는 스타들의 높은 개런티 때문에 비상식적으로 이뤄지는 드라마 시스템은 배우들 자신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면서 상생의 길을 찾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탄탄한 대본과 앙상블이 중요하다며 스타 몇몇 보다는 좋은 대본으로 밤을 새워서 연습하는 것이 훨씬 더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OBS경인TV '윤피디의 더 인터뷰' '주철환 김미화의 문화전쟁' 프로듀서(sanha@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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