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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F 2008, 민트향 가득했던 3일간의 '음악피크닉'

양승준 기자I 2008.10.20 18:27:27
▲ 프로젝트 그룹 '토이'가 'GMF 2008'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토이와 욜 라 탱고 등 국내외 유명 밴드들이 출연한 ‘그랜드민트페스티벌 2008’(이하 ‘GMF 2008’)이 3일 간의 여정을 마치고 화려한 막을 내렸다.

지난 17일 인디밴드 ‘짙은’의 무대로 막을 올린 ‘GMF 2008’은 19일 토이의 무대를 마지막으로 성황리에 끝이 났다. 페스티벌이 이어진 3일간 총 62개팀이 무대에 올랐으며, 공연장을 찾은 사람만도 3만여명에 달했다. 페스티벌 주최 측에 따르면 지난 1회 공연 때보다 무려 두 배 이상 늘어난 관객수다.  
 
서울 방이동 올림픽 공원에서 열린 ‘GMF 2008’은 한마디로 ‘가을 음악 소풍회’였다. 회색 콘크리트를 벗어나 잔디 공원에 펼쳐진 메인 무대에서 관객들은 귀로 음악을 즐기며 따뜻한 볕을 온 몸으로 받으며 광합성을 즐겼다. 연인은 물론 가족 단위로 페스티벌을 찾는 사람도 꽤 있었으며, 이들은 저마다 돗자리와 피크닉 가방에 먹을 것을 싸가지고 와 편안하게 페스티벌을 즐겼다. 늦은 저녁 시간,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공연을 관람하러 온 부부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 펜타포트와 ETP 같이 열정적인 페스티벌은 아니었지만 관객들은 잔디밭에 앉거나 누워 저마다의 방식으로 공연을 즐기는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 욜 라 탱고

‘GMF 2008’은 무엇보다 인디 음악과 대중적인 음악의 교류의 장이 되었다는 데 그 의미가 컸다.

‘GMF 2008’은 캐스커, 더 문샤이너스, 페퍼톤즈, 요조, 전자양, 티티마 출신 가수 소이가 소속돼 있는 라즈베리필드 등의 인디밴드와 토이, 봄여름가을겨울, 자우림, 정재형, 이루마, 이바디, 이지형 등 대중음악 가수들이 적절히 안배돼 관객들의 다양한 음악적 욕구를 충족시켰다.

또 욜 라 탱고와 투 톤 슈 등 국내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해외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볼 수 있었던 것도 ‘GMF 2008’이 관객에게 선사한 또 하나의 선물이었다.

하지만 야외에서 열린 페스티벌인 만큼 가벼운 사고도 없진 않았다.

페스티벌 이틀 째인 18일 메인 무대에 오른 자우림은 VJ의 노트북 이상으로 공연이 10분 정도 지연되기도 됐다. 또 같은 날 수변 무대에서 열린 정재형의 공연에서는 주변의 높은 습도로 악기 조율 및 음악 기기 세팅에 애를 먹기도 했다. 결국 정재형의 공연은 프로그래밍을 담당했던 정재일의 노트북 이상으로 공연이 약 20분간 지연됐다.

하지만 이 정도의 공연 사고(?)는 야외 페스티벌에서 종종 목격할 수 있는 일이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한 관객은 “도심 한가운에서, 공원이지만 잔디와 나무, 그리고 호수가 있는 곳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어 더욱 좋은 것 같다”며 페스티벌이 선사한 낭만에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웠다.

다음은 3일간 ‘GMF 2008’에서 열린 공연 중 하이라이트만을 모아봤다. 
 
▲ 그룹 '미선이'

◇첫째날-'미선이', 해체 7년 만에 첫 무대…"너무 감격스럽다”

페스티벌 첫 날인 17일에는 ‘미선’이라는 전설의 홍대 인디밴드가 해체 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서 관객들을 향수에 젖게 했다.

미선이는 지금은 루시드 폴로 알려진 조윤석이 솔로 데뷔 전 몸담았던 그룹으로, 김정현, 이준관으로 이뤄진 3인조 모던록 밴드다. 이들은 지난 1997년 밴드를 결성해 지난 1998년 1집 ‘드리프팅’을 발매했으나 2001년 멤버들의 군 문제 등으로 해체됐다. 이후 조윤석은 스위스 로잔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등 학업과 음악 활동을 병행해왔지만 나머지 두 멤버는 각자 학업과 취업 문제로 미국으로 향했다. 그런 이들이 주최측으로부터 ‘미선이’ 공연 제안을 받고 이날 무대를 위해 각자 휴가를 내서 지난 11일 서울로 귀국한 것이다.

이런 그들이 7년 만에 뭉쳐 쏟아 낸 ‘미선이’의 음악에 5천여 관객들은 연방 환호와 감탄 을 자아냈다.

‘파노라마’로 공연의 문을 연 미선이는 이후 ‘진달래 타이머’, ‘시간’, ‘섬’, ‘송시’ 등을 연주하며 변하지 않은 연주실력을 뽐냈다. 또 이들의 최대 히트곡이라 할 수 있는 ‘치질’이 연주될 때는 관객들의 함성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이날 공연을 끝내고 대기실에서 기자와 만난 조윤석은 “감격스러울 뿐”이라며 공연을 마친 소감을 전했고, 이준관은 “올까 말까 많이 망설였지만 값진 기회라고 생각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는데 이렇게 호응해 주시니 후회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둘째날-이하나, 가수 본능 발산…보사노바풍 노래로 관객 사로 잡아

‘GMF 2008’ 둘째 날에는 가수 지망생 출신 탤런트 이하나가 코믹 연기자가 아닌 노래하는 이하나로 무대에 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렇게 좋은 무대에 설 수 있게 돼 영광이다”며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한 이하나는 이후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셉템버’, 비 더 보이스의 ‘올 투게더 얼론’, 카펜터스의 ‘클로즈 투 유’, 바시아의 '아스트로드' 등 총 10곡을 보사노풍으로 능숙하게 소화해내 눈길을 끌었다.

비록 어쿠스틱 기타 두 대만으로 꾸며진 소박한 무대였지만 이하나는 부드러운 기타 선율에 맞춰 노래를 우아하게 소화했으며, 스팅의 ‘필드 오브 더 골드’를 부를 때는 청아한 목소리가 미국 가수 에바 케시디를 떠올리기도 했다.

이날 공연을 본 한 남자 대학생은 "이하나씨가 원래 노래를 잘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감탄 했으며, 한 30대 여성 관객은 “보사노바를 부르는 이하나가 마치 일본의 리사 오노 같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셋째날-토이, 이지형 조원선 등 객원 보컬 총출동…'뜨거운 가을 밤’을 수놓다 

페스티벌의 마지막 무대는 유희열의 프로젝트 그룹 ‘토이’가 꾸몄다.

이날 ‘토이’의 무대를 보기 위해 몰린 인파만 해도 약 1만 여명. ‘라디오 천국’이 스피커에 울려 펴지자 관객들은 함성을 연발하며 가을 밤에 울려퍼지는 그의 피아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유희열은 자신의 단독 공연 못지 않은 화려한 게스트와 함춘호, 신석철 등 실력파 연주자를 초대해 공연의 질을 높였다.

조원선은 ‘본 보이지’를, 변재원은 ‘바램’을 열창했으며, 유희열의 페르소나 김연우는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여전히 아름다운 지’ 등 애절한 보컬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또 이지형은 ‘뜨거운 안녕’을, 김형중은 ‘좋은 사람’을 불러 페스티벌의 흥을 한껏 돋웠다. 또 유희열이 직접 피아노를 치며 ‘즐거운 나의 하루’ 등을 불러 관객들의 호응에 보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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