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준은 영화 ‘핸섬가이즈’의 개봉을 하루 앞둔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26일 개봉을 앞둔 영화 ‘핸섬가이즈’는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꿈꾸던 재필(이성민 분)과 상구(이희준 분)가 하필이면 귀신들린 집으로 이사 오며 벌어지는 고자극 오싹 코미디다. 지난해 천만 영화 ‘서울의 봄’을 제작한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야심차게 선보이는 신작이자, 한국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독특한 B급 정서의 유쾌한 호러 코미디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남동협 감독의 입봉작에,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던 이성민, 이희준이 화끈한 코미디 장르로 다시 만나 주목받고 있다.
이희준은 ‘핸섬가이즈’에서 날카로운 인상에 아무렇게나 기른 장발, 우락부락한 체격과 달리 순박한 소녀감성의 마음씨를 지닌 경상도 남자 ‘상구’ 역을 맡아 이성민(재필 역)과 영혼의 대환장 콤비 케미를 완성했다. 이희준은 그간 연극 등 공연에선 웃긴 역할들을 종종 맡아 연기했지만 매체 연기를 하며 이처럼 망가지는 역할을 맡은 게 처음이다. 20년 가까이 연극 무대에서 호흡을 맞춰온 절친한 선배 이성민과 사이좋은 의형제로 작품에서 만난 것도 처음이다. 이희준은 평소 역할의 비중에 상관없이, 작품을 하면 철저히 캐릭터를 분석해 세세한 디테일까지 준비해오는 배우로 유명하다. 이희준은 선량한 마음씨와 달리 외모로 인해 험상궂은 범죄자로 오해를 받는 ‘상구’ 역할을 위해 팔근육을 키우는가 하면, 분장팀에 요청해 등에 부항자국까지 만드는 등 철저히 망가져 호응을 얻고 있다. ‘핸섬가이즈’의 예고편, 스틸, 시사회 등을 접한 관객들 사이에서 ‘은퇴작을 준비하냐’는 웃음섞인 반응들까지 이어졌다.
그는 상구의 말투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남동협 감독의 실제 성격, 말투 등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고도 밝혔다. 이희준은 “대본을 보자마자 감독님의 느낌이 떠올랐다. 평소 천천히 말씀하시는 그런 행동 등에서 영감이 떠올라 참고해 역할을 준비했다”며 “또 성민 선배님이 워낙 동물적인 감각을 지니신 선배님이셔서 제가 뭔가를 하면 그에 맞게 적절한 밸런스로 잘 받아주신 것 같다”고 겸손을 드러냈다.
캐릭터의 외형을 구축한 과정에 대해선 “역할 특성상 나시를 입고 팔이 계속 드러날 것 같아 팔 운동 위주로 열심히 했다”며 “(캐릭터가 험상궂은 비호감 캐릭터인데)제 잘생긴 외모로 이를 잘 소화할 수 있을까 저 역시 걱정이 돼 어려웠다. 그래서 머리를 기르고 피부 색도 시꺼멓게 탄 분장을 많이 하고 르했다”고 떠올려 웃음을 자아내기도.
평소 필모그래피에서 잘 선보이지 않았던 코믹한 캐릭터를 과감히 택한 배경도 전했다. 이희준은 “재미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저 자체도 위트있고 재미있는 사람이면서, 후배들에겐 편한 선배이고 싶다”며 “하지만 되고 싶은 모습과 실제는 다른 것 같다. 저는 그렇지 않은데 의외러 저를 무서워하는 배우도 있더라. 말을 하지 않으면 좀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재미있는 사람이고 싶다”고 털어놨다.
이성민과의 호흡에 대해선 “저희는 20년간 무대에 오르며 공연을 해왔기에 어색함은 전혀 없었다. 다만 선배님이 비주얼적으로 시꺼멓게 피부가 탄 자국부터 꽁지머리까지 분장에 진심이셔서 자극을 받아 저도 부항 뜬 자국을 만들며 혼자만의 (분장) 경쟁을 펼친 것 같다”며 “최 소장을 연기한 박지환 배우가 촬영날 처음 저희 분장한 모습을 보더니 ‘보자마자 충격적이었다’고 말하더라. 우리 둘이 하는 연기를 보며 ‘이게 뭐지? 이 영화는 어떤 스타일이지?’ 난감하고 충격적이었다는 반응을 전한 게 생각이 난다. 우리의 모습을 보며 이 영화가 어떤 스타일인지 감을 잡아야겠다고 말했다”고 전해 폭소를 자아냈다.
놀이터에 온 것처럼 촬영장의 분위기도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이희준은 “우리 모두 현장에서 연기하며 오케이 사인을 받아도 늘 세 가지 정도 여러 버전으로 장면을 준비했다. 서로가 시도하는 애드리브들을 받아주려 이것저것 시도해봤다”고 떠올렸다.
극 중 재필과 상구의 애틋한 우정에 몰입하는 과정 역시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20년 가까이 롤모델로서 존경하고 따라왔던 절친한 선배 이성민과 연기하며 상구와 재필의 관계에 자연스레 몰입할 수 있었다고. 이희준은 “저와 선배님과의 관계가 주인공 두 사람의 관계와 비슷했다. 오랫동안 함께 연극을 해와서 척하면 척이었다. 선배님 표정이 안 좋으시면 자연스레 어떤 게 불편하신지 알았고, 선배님 역시 제 연기의 단점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주셨다”며 “워낙 어릴 때부터, 20대~30대 초반부터 선배님과 공연을 하며 느낀 내 연기의 단점들이 있다. 내가 생각해도 15년, 16년 전 이희준의 연기는 답답했다. 그런데도 선배님은 당시 날 예쁘게 봐주셨다. 사실은 이성민 선배님을 비롯해 연극을 하며 만난 많은 선배님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매체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선배님들이 연극 공연에 많은 관계자들을 불러 후배들을 소개해준 덕분에 영화 ‘부당거래’에 출연할 수 있었고, 드라마에도 출연할 수 있게 됐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이어 “선배님과 영화에서 만나 코미디 연기를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이런 코미디 영화 배역이 잘 안 들어온다. 그런 영화들도 요즘 잘 없었기에 소중한 기회였다”며 “덕분에 촬영 내내 행복했다. 후배들도 잘 따라와줬고, 감독님도 뛰어나셨다”고 작품에 애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