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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맥'같은 배우" 봉준호의 세계 함께 그려…故 변희봉은 누구

김보영 기자I 2023.09.18 17:05:29

봉준호 감독과 '플란다스의 개' 데뷔작부터 '옥자'까지
연극, 드라마, 영화 왕성한 활약…췌장암 투병 중 사망
'옥자'로 칸 첫 진출 소감도…"벼락맞은 사람이 된 듯"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한국 드라마와 영화, 연극 무대 등을 빛낸 원로배우 변희봉이 별세했다.

방송계와 유족 등에 따르면 배우 변희봉(본명 변인철)이 18일 오전 췌장암 투병 끝에 사망했다. 향년 81세. 고인은 2017년 췌장암 진단을 받았고, 투병 끝에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암이 재발해 다시 투병을 이어오다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1942년에 출생한 고인은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다 1966년 MBC 2기 공채 성우로 연예계에 입문했다. 이후 방송 연기자로 영역을 넓힌 그는 1981년 MBC ‘제1공화국’을 시작으로 ‘전원일기’, ‘조선왕조 오백년: 설중매’, ‘허준’, ‘찬란한 여명’, ‘하얀 거탑’, ‘왕과 비’, 영화 ‘국화꽃 향기’, ‘시실리 2km’, ‘더 게임’, ‘초능력자’ 등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활발히 오갔다.

그러다 고인이 안방을 넘어 스크린배우로서 견고한 입지와 대중적 인기를 견인할 수 있던 계기가 찾아온다. 배우 변희봉의 스펙트럼은 봉준호 감독과의 인연을 계기로 더욱 넓어졌다. 고인은 봉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한국영화 역사에 대전환을 가져다 준 봉 감독의 화제작 ‘살인의 추억’과 ‘괴물’에 출연하며 연기력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당시 ‘괴물’로 2006년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과 아시아-태평양 영화제 남우조연상, 디렉터스컷 어워즈 올해의 남자배우상 등을 석권했다.

또 봉 감독의 두 번째 영어 영화이자 여섯 번째 장편 영화인 ‘옥자’를 통해 연기 인생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해 레드카펫을 밟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옥자’가 공개될 당시 변희봉을 ‘광맥’이라고 칭하며, “캐도 캐도 뭔가 있을 것 같아 더 궁금하게 하는 배우”라는 찬사를 남기기도 했다.

당시 고인이 칸 영화제에서 취재진과 진행한 인터뷰 어록도 화제를 모았다. 변희봉은 “배우 생활을 오래했지만 칸에 온다는 생각도 해본 적 없고 꿈을 갖지도 않았다”며 “꼭 벼락맞은 사람같다. 70도로 기운 고목에 꽃이 핀 듯한 기분이다. 정말 감사하다”고 뭉클한 소감을 전했다.

고인의 마지막 영화는 2019년 개봉 영화 ‘양자물리학’과 그 해 함께 방송된 OCN 드라마 ‘트랩’이다. 2020년에는 문화 각계에서 활약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두심, 윤향기와 함께 은관문화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0일로, 장지는 서울추모공원 흑석동 달마사 봉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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