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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할 맛 나는 르세라핌… 콘텐츠에 담긴 집요함

윤기백 기자I 2023.05.04 17:36:02

음악·퍼포먼스·인터뷰 등
또 다른 콘텐츠로 재생산
신규 팬덤 유입 기폭제로

르세라핌(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이 제대로 기세를 탔다.

르세라핌(김채원·사쿠라·허윤진·카즈하·홍은채)의 정규 1집 ‘언포기븐’(UNFORGIVEN)은 발매 첫날 한터차트 기준 102만4034장 판매되며 역대 K팝 걸그룹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동명의 타이틀곡은 멜론, 지니, 벅스, 스포티파이 등 국내 음원 차트 최상위권을 점령 중이다. 지난해 연말 시상식을 기점으로 르세라핌에게 신규 팬덤이 대거 유입됐다는 분석이 있었는데, 신보 판매량 급상승으로 이 분석이 사실이었음을 증명했다.

이들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낸 비결은 콘텐츠에 있다. 데뷔앨범 ‘피어리스’(FEARLESS), 미니 2집 ‘안티프래자일’(ANTIFRAGILE), 정규 1집 ‘언포기븐’(UNFORGIVEN)에 이르기까지 르세라핌 만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앨범의 서사는 리스너들의 몰입을 불렀다. 미니 2집 타이틀곡 ‘안티프래자일’ 속 ‘잊지 마 내가 두고 온 토슈즈’, ‘무시 마 내가 걸어 온 커리어’라는 가사는 각 멤버가 살아 온 길을 조망하는 대표적인 가사로 꼽힌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가 녹아든 노랫말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안무는 노래의 매력을 배가 시켰다.

지난 1일 공개된 르세라핌의 타이틀곡 ‘언포기븐’의 퍼포먼스에는 ‘Let me tell you ‘bout LE SSERAFIM’이라는 가사에 맞춰 ‘안티프래자일’의 안무가 등장한다. 말 그대로 르세라핌이 누구인지 설명해 주겠다고 하면서 전작에서 가장 유명했던 포인트 안무를 보여준다. ‘우리가 바로 이 춤을 췄던 사람들이야’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르세라핌 신곡 ‘언포기븐’ 뮤직비디오(사진=쏘스뮤직)
‘안티프래자일’ 앨범 트레일러에 사용된 음악이 ‘언포기븐’의 수록곡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로 재탄생하는가 하면, 멤버들이 자체 콘텐츠에서 한 말 한마디, 앨범 속 ‘땡스 투’ 마저 콘텐츠가 된다. 정규 1집의 인트로 곡 ‘번 더 브리지’(Burn the Bridge)의 노랫말이 바로 멤버들이 직접 한 이야기로 구성됐다. 음원이 공개된 후 팬들은 어떤 멤버가 언제 한 인터뷰가 가사로 실렸는지 찾아보면서 곡에 더 빠져들었다.

이처럼 음악, 퍼포먼스, 팬 콘텐츠, 인터뷰 등 이들이 한 모든 것이 또 다른 콘텐츠로 재생산되면서 단 하나라도 관심을 갖는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콘텐츠로 손길을 뻗게 된다. 르세라핌이 만든 촘촘한 세계에 발을 들이는 순간 더 깊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수록곡 ‘이브, 프시케 푸른 수염의 아내’는 고전과 신화를 소재로 사용한 트랙이다. 데뷔앨범 수록곡 ‘더 그레이트 더메이드’(The Great Mermaid)는 동화 ‘인어공주’를 르세라핌 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곡으로, 여러 앨범에 걸쳐 같은 결의 제작 방식을 보여줬다. 이 팀에서는 하나에 꽂히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덕후’의 기질이 느껴진다.

르세라핌의 콘텐츠에는 겹겹이 쌓인 층위가 있다. 오직 르세라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로 완성된 탑은 견고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끊임없이 유기성 있는 콘텐츠를 공급하면서 팀의 고유한 색깔을 구축했고, K팝 걸그룹 레드오션 속 이례적인 팬덤 대거 유입을 이뤄냈다. 집요함이 담긴 콘텐츠로 걸그룹 왕좌를 차지한 르세라핌이 신보 ‘언포기븐’으로 세울 이정표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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