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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이 따르지 않아도 류현진(32·LA 다저스)은 류현진이었다. 류현진은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인터리그 원정경기에 선발로 나서 7이닝 동안 8피안타 2실점 1볼넷 2실점(2자책)으로 막고 4-2로 앞선 8회말 마운드를 내려왔다. 삼진은 6개를 잡았다.
하지만 류현진에 이어 등판한 구원투수 페드로 바에스가 8회말 JD 마르티네스와 잰더 보가츠에게 연속 솔로홈런을 맞고 4-4 동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승리가 날아갔다.
다저스는 연장 12회초 3점을 뽑아 7-4로 승리했다. 류현진으로선 팀이 이겼다는 점과 후반기 첫 등판에서도 호투를 펼쳤다는 점에 만족해야 했다. 평균자책점은 1.73에서 1.78로 약간 올랐지만 여전히 1점대를 유지했다.
이날 경기는 지난해 월드시리즈의 리턴매치라는 점에서 미국 현지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이 ‘선데이 나이트 베이스볼’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전국에 생중계했다.
다저스는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보스턴과 만났지만 1승4패로 패해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류현진도 2차전에 선발로 나섰지만 4⅔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공교롭게도 이날 선발 맞대결을 펼친 보스턴 투수가 그때와 같은 좌완 데이비드 프라이스였다.
당시 류현진은 4회말까지 1실점만 내주며 호투했다. 하지만 5회말 2아웃을 잡은 뒤 만루 위기에 몰렸고 결국 5회를 채우지 못한 채 교체됐다. 이어 등판한 구원투수 라이언 매드슨이 류현진이 출루시킨 책임주자 3명을 모두 홈에 불러들이면서 류현진의 자책점은 4점으로 늘어닜다.
류현진으로선 그때 당한 패배의 쓴맛을 되갚을 기회였다. 마침 앞서 열린 3연전 2경기에서 두 팀은 1승씩 주고 받았다. 위닝시리즈 주인을 가리는 경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류현진으로선 운이 따르지 않은 경기였다. 1회말 수비 때 평범한 땅볼 타구가 3개 연속 내야안타로 이어졌다. 정상수비였다면 쉽게 아웃이 될 수 있었다. 하지민 다저스 내야진의 수비 시프트가 계속 빗나가면서 불운이 이어졌다.
하지만 류현진은 불운을 실력으로 이겨냈다. 1회말 2실점 이후 류현진은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2회말 삼자범퇴를 시작으로 12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갔다.
류현진은 5회말 2사 후 내야안타와 3루수 실책, 볼넷이 겹쳐 2사 1, 2루 위기를 다시 맞았다. 이어 4번 타자 JD 마르티네즈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실점을 내주는 듯 했지만 좌익수 알렉스 버두고가 환상적인 홈 송구로 2루 주자를 잡아내면서 위기를 넘겼다. 1회 수비 때문에 속을 썩였던 류현진이 이번에는 제대로 수비 도움을 받는 순간이었다.
6회와 7회에도 잇따라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깔끔하게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뒤 8회밀 바에스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하지만 바에스가 동점을 허용하면서 류현진의 승리도 물거품이 됐다.
승리는 놓쳤지만 지난해 월드시리즈 악몽을 지웠다는 것은 큰 수확이었다. 아울러 후반기에도 전반기 만큼 뜨거운 활약을 이어갈 것이라는 확신도 심어줬다. 날아간 승리 빼곤 결과와 내용 모두 더할 나위 없었다. 5이닝 4피안타 4실점(1자책점)으로 부진했던 프라이스의 투구와 비교할 때 류현진의 호투는 더 돋보였다.
한편,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오는 21일 또는 22일 열리는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홈경기가 될 전망이다. 마이애미는 34승57패 승률 3할7푼4리로 내셔널리그 전체 팀 가운데 가장 성적이 안 좋다. 역대 상대전적도 3차례 선발로 나와 2승1패 평균자책점 2.79로 강했다. 당일 컨디션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시즌 11승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