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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규필은 활짝 웃었다. 순한 인상이 보는 이도 미소 짓게 만들었다. 그만큼 지난 17일 종영한 MBC 월화 미니시리즈 ‘검법남녀’(극본 민지은, 연출 노도철)는 그에게 “기분 좋은 작업”으로 남아 있었다.
그는 극중 법의조사관 장성주 역을 맡았다. 주인공인 백범(정재영 분)의 파트너로 시종일관 깐깐한 백범에게 구박을 들었다. 백범이 뛰어난 능력으로 본질을 꿰뚫는다면, 장성주는 시청자에게 이를 설명하는 역할이었다. 낯선 의학 용어 암기는 난제였다.
“본의 아니게 설명을 많이 했다.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았다. 고생한다 싶었는지 멀리서 박준규 선배와 정유미 씨가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더라. ‘검법남녀’로 똑똑해진 느낌이다.”
대부분 시간을 함께 한 정재영은 ‘편안한 동네 형’이었다. 호흡을 맞추기 전에는 엄격한 선배는 아닐까 걱정도 있었다. 그는 “개그 코드가 잘 맞았다. 가끔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분위기를 전환시켜 줬다”고 정재영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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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고규필은 생애 가장 바쁜 나날을 보냈다. 방영 중인 OCN 토일 미니시리즈 ‘라이프 온 마스’ 초반 식당 주인 양씨로 출연해 미스터리한 분위기에 일조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중의적인 대사가 그의 특징이었다. 분량은 적었지만 인상은 강렬했다. 박성웅과 티격태격으로 웃음을 준 ‘삼산신’은 현장은 만들어진 애드리브였다.
“이정효 감독님, (정)경호, (박)성웅 선배가 현장에서 짰다. 다들 연기를 잘해 그런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이밖에도 250억 원의 대작 드라마 ‘배가 본드’ 촬영을 앞두고 있다. ‘나를 기억해’, ‘메멘토모리’, ‘원더풀 고스트’, ‘삼촌’, ‘너의 결혼식’, ‘소공녀’ 등 영화도 올해 여섯 편이다.
1993년 영화 ‘키드캅’로 연기를 시작했던 그는 중앙대 연영과를 거쳐 KBS 20기 공채 탤런트로 정식 데뷔했다. ‘키드캅’으로 잠시 연기를 체험했다면,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10대 후반이었다. “재미있다”는 기억이 그를 잡아끌었다. 어느새 평생의 업(業)이 됐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공채 발탁 이후 활발히 활동하던 그는 현역 입대를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했다. 1년 동안 치료에 집중한 후 공익으로 대체 복무했다. 이후 생각만큼 일이 풀리지 않았다. 그때 만난 작품이 하정우가 연출한 영화 ‘롤러 코스터’(2013)였다. 극중 정경호의 매니저로 출연한 그는 후반부 맛깔스러운 ‘욕 대사’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촬영 후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카타르시스가 느껴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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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꿈 보다는 직업으로 접근해보자고 생각했다. 힘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여유가 생겼다. 카메라 앞에서 늘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사라지면서 더 멀리 내다보게 됐다. 지금은 그저 현장이 좋다. 식상하지 않은 배우로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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