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법남녀’ 고규필 “낯선 의학 용어, 똑똑해진 기분”(인터뷰)

김윤지 기자I 2018.07.25 12:30:10

최승호 사장 약속한 시즌2도 기대
'베테랑', 연기 인생 터닝포인트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시청률도, 현장 분위기도 정말 좋았다. 틈만 나면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배우 고규필은 활짝 웃었다. 순한 인상이 보는 이도 미소 짓게 만들었다. 그만큼 지난 17일 종영한 MBC 월화 미니시리즈 ‘검법남녀’(극본 민지은, 연출 노도철)는 그에게 “기분 좋은 작업”으로 남아 있었다.

그는 극중 법의조사관 장성주 역을 맡았다. 주인공인 백범(정재영 분)의 파트너로 시종일관 깐깐한 백범에게 구박을 들었다. 백범이 뛰어난 능력으로 본질을 꿰뚫는다면, 장성주는 시청자에게 이를 설명하는 역할이었다. 낯선 의학 용어 암기는 난제였다.

“본의 아니게 설명을 많이 했다.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았다. 고생한다 싶었는지 멀리서 박준규 선배와 정유미 씨가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더라. ‘검법남녀’로 똑똑해진 느낌이다.”

대부분 시간을 함께 한 정재영은 ‘편안한 동네 형’이었다. 호흡을 맞추기 전에는 엄격한 선배는 아닐까 걱정도 있었다. 그는 “개그 코드가 잘 맞았다. 가끔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분위기를 전환시켜 줬다”고 정재영을 떠올렸다.

‘라이프 온 마스’ 방송화면, ‘검법남녀’ 스틸컷(사진=OCN, MBC)
이처럼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는 고스란히 성과로 이어졌다. 4.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출발해 시청률 9.6%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최승호 MBC 사장은 종방연에 직접 참석해 시즌2를 약속했다. 최 사장이 이끌던 ‘뉴스타파’ 팬이었다는 그는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 상반기 고규필은 생애 가장 바쁜 나날을 보냈다. 방영 중인 OCN 토일 미니시리즈 ‘라이프 온 마스’ 초반 식당 주인 양씨로 출연해 미스터리한 분위기에 일조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중의적인 대사가 그의 특징이었다. 분량은 적었지만 인상은 강렬했다. 박성웅과 티격태격으로 웃음을 준 ‘삼산신’은 현장은 만들어진 애드리브였다.

“이정효 감독님, (정)경호, (박)성웅 선배가 현장에서 짰다. 다들 연기를 잘해 그런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이밖에도 250억 원의 대작 드라마 ‘배가 본드’ 촬영을 앞두고 있다. ‘나를 기억해’, ‘메멘토모리’, ‘원더풀 고스트’, ‘삼촌’, ‘너의 결혼식’, ‘소공녀’ 등 영화도 올해 여섯 편이다.

1993년 영화 ‘키드캅’로 연기를 시작했던 그는 중앙대 연영과를 거쳐 KBS 20기 공채 탤런트로 정식 데뷔했다. ‘키드캅’으로 잠시 연기를 체험했다면,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10대 후반이었다. “재미있다”는 기억이 그를 잡아끌었다. 어느새 평생의 업(業)이 됐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공채 발탁 이후 활발히 활동하던 그는 현역 입대를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했다. 1년 동안 치료에 집중한 후 공익으로 대체 복무했다. 이후 생각만큼 일이 풀리지 않았다. 그때 만난 작품이 하정우가 연출한 영화 ‘롤러 코스터’(2013)였다. 극중 정경호의 매니저로 출연한 그는 후반부 맛깔스러운 ‘욕 대사’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촬영 후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카타르시스가 느껴진 순간이었다.

사진=영화 ‘베테랑’ 스틸컷
영화 ‘베테랑’(2015)은 그에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 후반부 순박한 순경으로 잠깐 등장한다. 분량을 다 합쳐도 5분이 채 되지 않는다. 그가 출연한 단편영화 ‘침입자’를 유심히 본 류승완 감독이 먼저 오디션을 제안했다는 전언을 듣고 기대가 컸던 작품이었다. 정작 받아본 대본에서 한참동안 자신이 나오지 않아 애꿎은 담배만 폈다. 기대 없이 시사회를 찾았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아트XX 주인’ 마동석처럼 짧지만 강렬한 웃음을 안겼다. 그는 “계속 연기를 해도 되겠구나 생각했다”며 “지금까지 일할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실제 ‘베테랑’ 이후 OCN ‘38사기동대’(2016)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자주 찾는 배우 중 한 명이 됐다. 그럼에도 그의 목표는 소박했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꿈 보다는 직업으로 접근해보자고 생각했다. 힘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여유가 생겼다. 카메라 앞에서 늘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사라지면서 더 멀리 내다보게 됐다. 지금은 그저 현장이 좋다. 식상하지 않은 배우로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다.”

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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