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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 개막전에서 9-4 승리를 거뒀다.
김현수의 맹활약이 팀 승리를 도왔다. 3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출전해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0-4로 뒤진 상황에서 대역전극은 김현수의 방망이에서부터 시작됐다. 4회 김현수가 3회까지 안정적인 피칭을 해나가던 찰리를 상대로 우전안타를 쳐 공격의 물꼬를 텄고 뒤이은 상대 실책, 볼넷으로 만든 만루에서 오재원의 희생타로 김현수가 첫 득점을 올렸다. 흔들리던 찰리를 몰아쳐 김재호의 2타점 적시타까지 더해지며 3-4 추격.
팀의 첫 홈런도 김현수의 몫이었다. 5회말 다시 한 번 돌아온 타석에선 찰리의 높은 투심(139km)을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로 연결시켰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순간이었다. 잠실은 흥분의 도가니가 됐다.
두산은 김현수의 동점포를 발판삼아 6회말 터진 김재환의 역전포, 이어진 정수빈의 2타점 적시 3루타 등을 더해 승리할 수 있었다.
지난 해 김현수는 개막시작과 함께 13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바 있다. 스스로 답답했고 팀에 미안함도 커져만 갔다. 하지만 “올해는 13타수 무안타는 없다”는 그의 다짐대로 개막 첫 날부터 맹타로 팀 승리를 도왔다.
경기 후 만난 김현수는 “내 홈런과 안타는 큰 의미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첫 경기서 잘친다고 끝까지 간다는 보장도 없다. 찰리가 컨디션이 안좋았을 뿐이다”며 자신의 맹타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더 밝은 표정과 함께 돌아온 대답은 “내 홈런보단 재환이의 홈런이 더 기쁘다”였다. 김현수는 자신의 컨디션이나 기록에 의미를 두기 보다는 팀에 대한 이야기를 한동안 이어나갔다.
김현수는 “나는 원래 잘해야 하는 선수고, 못하면 욕먹는다는 각오는 하고 있다. 대신 나 외에 다른 선수들, 특히 (함)덕주나 재환이, (정)수빈이 등 후배들이 개막전 분위기도 느껴보면서 다들 자신감있게 플레이한 모습이 난 더 좋았다”고 했다.
특히 김재환이 홈런에 앞서 타석에 들어서기 전 “자신있게 스윙하라”는 조언까지 건넨 김현수. 그의 홈런이 나오자 더 큰 환호를 보낸 것도, 홈런 이후 더그아웃에 들어오는 김재환을 꼭 끌어안은 것도 그였다. 자신의 홈런보다 더 기뻤다고 했다. 김현수는 “재환이가 그동안 마음고생도 많았다는 걸 아니까 더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김현수가 6회말 더그아웃에서 크게 아쉬움을 표현한 이유도, 자신이 안타를 못쳐서가 아니었다. 팀, 그리고 아끼는 동생을 위한 마음에서였다. 7-4로 앞선 6회, 정수빈이 무사 3루, 절호의 타점 찬스를 만들어줬지만 김현수가 해결하지 못했다.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정수빈은 3루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이후 더그아웃에 돌아온 김현수는 한숨을 쉬며 크게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는 “테이블세터들에게 제일 기분이 좋은 건 득점인데 수빈이가 다 만들어준 상황에서 점수를 올려주지 못해 너무 미안했다. 내가 점수를 내줘야 수빈이도 기분이 좋은 건데 그렇게 좋은 찬스에서 쳐주지 못해 아쉬워한 것이다”고 했다. 김현수는 “그런 상황에선 꼭 쳐줘야한다”며 다시 한 번 미안함을 전했다.
김현수의 맹타로 뜨거웠던 잠실구장. 김현수가 이날 유독 더 환하게 웃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